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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선물
문인영 지음 / 북하우스엔 / 2012년 12월

뭔가를 직접 만들어 주위 사람들에게 멋스럽게 선물해주는 것, 바로 내가 바라고 꿈꾸는 일상의 모습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예전만 해도 직접 만든 부침개 등을 이웃집과 나눠 먹는 가정이 많았고, (요즘에는 아파트 생활에 서로 바쁘게 살다보니 서먹서먹해져서 직접 만든 음식을 나눠 먹는 경우는 사실 드물어진게 아닌가 싶다. 우리 가정만 그런지도 모르지만 ) 일본이나 서양의 가정에서도 직접 만든 케이크, 피클 등을 친구나 친지 가정에 선물로 가져가는 예를 종종 볼 수 있었다.
디저트로 즐길 수 있거나 반찬으로 깔끔하게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직접 만들어 예쁘고 정성스레 포장해서, 선물하는 그런 즐거움을 누려보고 싶었다. 가끔 아이 반찬이나 간식을 만들어 친구와 나눠 먹을 일이 있었지만 대부분 락앤락 등에 유산지를 깔아서 서둘러 포장해 갖다 준 경우가 다였다. 멋스러운 베이킹을 해서, 예쁜 포장으로 고급 수제 과자 전문점에서 만든 것처럼 (블로그를 보면 그런 분들 있으시던데) 나도 해보고 싶었는데, 과자 등을 만들어본 적이 없고, 케이크도 제대로 구워본적이 없어서 그렇게 해보지 못한게 늘 아쉬웠다.
이 책은 계절별로, 다양한 제철 재료를 이용해 선물하는 기쁨을 누리게 하는 이야기가 실려있다.
사실 그 선물은 꼭 남에게 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내 아이, 우리 가족과 함께 하는 즐거운 밥상이 될 수도 있고, 가을의 청명한 날 누리는 피크닉이 될 수도 있다.
선물 포장법중에 마스킹 테이프와 스탬프를 이용해 장식하기, 태그를 이용해 쇼핑 봉투 장식하기 등이 있었는데, 내가 가진 스탬프 중에 정말 이런 선물 포장에 딱 좋을 나만의 닉네임이 새겨진 스탬프들이 있어서 이럴때 쓰면 참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만들 요리레시피에 들어가기 전에 각 계절의 멋스러운 사진과 에세이 같은 설레는 이야기들이 전해진다.
봄의 낭만적인 분위기를 완성하는 건 역시 피크닉 바구니와 함께 하는 봄 소풍입니다.
바구니 속에는 입맛을 돋우는 홈메이드 요구르트와 생블루베리
차에 곁들일 스콘과 작은 병에 담은 딸기잼을 함께 준비해도 좋을 거예요. 22p
마치 옆에 따뜻한 차 한잔 두고 여유로이 삶을 즐길 수 있는 주부의 멋스러움이 묻어나는 느낌이랄까? 그러고보니 지금 이 순간 나도 차 한잔이 그리워진다. 따뜻한 커피를 한잔 타 마시며 책의 향기를 마저 느껴야겠다.
아직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보지 못했지만 학교 선생님인 엄마와 여동생의 경우에는 제과점의 과자 등도 선물 받지만 직접 만든 수제 과자 등을 선물 받는 경우를 보기도 하였다. 나 역시도 그런 솜씨만 있다면 사랑하는 아이를 가르쳐주시는 선생님들께 직접 만든 솜씨로 정성을 더해 선물해드리고 싶었다.
직접 만들어 선물하는 요리로 디저트로 좋은 케잌이나 쿠키 등을 떠올리기 쉽상인데 그런 과자류 외에도 반찬으로도 좋을 선물 먹거리들의 레시피가 소개되었다.
상큼한 수제 피클.
오이와 연근으로 만든 피클은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기에 제격인 아이템이란다.
나도 수제 피플을 좋아하는데, 레스토랑에서만 먹어봤을뿐 집에선 만들어본적이 없어서 인스턴트의 시고 물컹한 피클만 사다먹으려니 물리는 느낌이었다. 오이와 연근으로 아삭한 느낌의 피클을 한번 만들어봐야겠다.
합성 첨가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홈메이드 밀크 캐러멜도 나온다. 생크림, 우유, 설탕, 꿀 등으로만 만들어지니 재료 준비도 쉽다. 아이가 캐러멜을 좋아한다면 시판 캐러멜의 편리함도 좋지만 엄마표로 이렇게 만들어줘도 참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집을 나와 독립하는 친구의 집들이나 갓 결혼한 친구의 집에 찾아갈때 요란한 요리보다 익숙하면서도 신경써서 준비한 인상이 남는 찬합 패키지가 제격이란다. 집들이 할때 밑반찬 등의 요리를 준비할 생각을 미처 못했는데 이런 것도 색다르면서도 정성이 가득한 감동 선물이 될 수 있겠다 생각이 되었다. 결혼하고 독립한 후 밥상의 반찬 가짓수 하나 늘리기가 얼마나 힘든지 잘 아는 주부로써 (물론 난 지금도 힘들다) 친정엄마표의 느낌은 아니지만, 친구를 생각하며 준비한 반찬이라면 그 어찌 감동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갑자기 집들이는 아니지만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친구 생각이 난다. 안 그래도 보고 싶어서 자주 전화통화로 아쉬움을 달래고 있는데.
언제 놀러가봐야지 하면서 갈땐 뭔가 사들고 가야겠다 했는데..시간만 된다면 이렇게 반찬을 만들어가도 좋겠구나.
여름에는 새콤한 레몬 머랭 타르트, 완두콩배기 빙수 등의 색다른 요리를 만나게도 된다. 집근처 주말 농장에 땅을 얻어 올해 처음 텃밭 농사를 시작했다던 저자분. 밀집 모자와 앞치마를 두르고 일하는 일상의 모습이 참 싱그러워보였다. 올 봄부터 텃밭 농사를 시작하신건 우리 부모님도 그러하시다. 정말 주말 농장이 아니라 완전 전업 농부가 되신 것처럼 매일매일 출퇴근하시며 (변두리 땅이라 집에서 멀다는게 흠) 가꾸시다보니 농약을 치지 않은 무공해 채소를 정말 종류별로 마음껏 사계절동안 얻어먹을 수 있었다. 그렇게 힘들여 농사지으신 채소 등을 식구들이 맛있게 먹고 또 소중한 분들께 선물하시는 기쁨을 마음껏 누리시기도 하셨다.
저자의 요리 중엔 직접 수확한 감자로 만든 감자 케이크도 있었다.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한 홈메이트 아이스크림, 홈메이드 토마토 케첩과 땅콩버터 레시피도 나온다.
사실 귀찮아서 사먹게 되는 케첩에 아무리 덜 쓰려 해도 첨가물이 안들어갈 수가 없을텐데..
이렇게 직접 만들면 방부제가없어 빨리 먹어야하긴 하지만 아이의 건강을 위하는 엄마의 정성이야 어디 비할데가 없지 않겠는가.
봄뿐 아니라 가을에도 역시 낭만적인 피크닉을 즐길 수 있다.
직접 만든 샌드위치, 레몬에이드 감자 크로켓, 컵케이크 등을 싸들고 아이들과 피크닉을 나가면 얼마나 좋아할지.
책을 보면 린넨천으로 멋스러운 피크닉 매트를 완성한 사람들을 보고 부러운 느낌이 들었는데 그냥 바닥에 깔지 말고 두꺼운 매트 등으로 방수 베이스를 깔아준 후 꽃무늬 천이나 하얀 린넨천으로 분위기 있게 올려주란다. 아, 그러면 되는 거였구나.
겨울의 선물로는 고구마 양갱, 만능 양념장 세트 (맛간장, 된장 오미자청, 고추장 마늘 양념장), 리얼 브라우니, 배숙,생초콜릿, 시나몬롤, 사과차와 귤차 등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요리들이 선보였다.
따뜻하고 달달한 차를 찾게 되는 요즘, 슈퍼에 파는 유자차에 유독 눈길이 가도 꾹 참는 중이었는데 얼마전 어머님께서 잔뜩 사다주신 사과로 이렇게 따뜻한 겨울의 차를 만들 수 있다니 설탕과 계핏가루만 준비해 만들어보고픈 생각이 들었다.
또 연말과 신년의 들뜬 분위기로 정신없이 바쁜 시간 중 나 혼자만의 멈추고 싶을 그런 시간에 홈카페 메뉴로 좋을 초코칩 쿠키와 인스턴트 모카도 계절의 선물에 포함되어 있었다.
인스턴트 모카는 에스프레소 샷이 있는 사람 외에도 나처럼 집에 에스프레소 머신이 없는 경우를 위해 인스턴트 커피를 사용해 만드는 법도 소개되어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꼭 한번 인스턴트 모카를 집에서 해봐야겠다.
눈요기가 될 다양한 사계절 선물이 될 요리들을 보니 벌써 선물이라도 한듯 마음이 풍성해진 느낌이다.
나를 위해, 가족을 위해, 그리고 친구들과 친척들을 위해 선물하고픈 다양한 계절의 선물, 이 책을 읽기 전에 기대했던 그 느낌 그 이상의 만족감을 얻게 된 그런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