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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노는 집 - 책으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독서 가족 탐방기
김청연.최화진 지음 / 푸른지식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육아의 정답은 없지만, 그나마 쉬우면서도 모두가 공통적으로 끄덕이게 되는 것이 바로 책 육아라 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어주고, 또 읽게 하는 것. 책의 좋은 점을 많이 알기에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히고 싶은 것이 부모들의 마음이지만, 자발적으로 아이들이 책을 읽는 일이 드물다보니, 억지로 책을 읽히려 노력하는, 혹은 강제로 읽히는 형편도 늘고 있는 실정이기도 하다.
어른들의 책 읽는 숫자는 날로 줄어가는 데 반해 아이들에게, 특히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인 유아들에게 책을 읽게 하는 권수는 어마어마하게 늘고 있는 상황이다. 어떤 집에서는 북트리를 쌓아, 초등 입학전 이미 아이가 수천권의 책을 읽고 입학하게 만들기도 한다 들었다.
몇천권이라니, 엄마 아빠가 평생 읽은 책이 과연 그만큼은 될까 싶은데 말이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스스로 즐겨서 하는게 아니라 누가 시켜서 하는 거라면, 부모가 바라는 아이로 자라나기도 전에 이미 물려버리는 것은 아닐까.
엄마들도 많은 고민이 된다. 아이가 질리지 않으면서도 책을 좋아하고 스스로 찾게 만드는 비결은 없을까.
많은 이들이 부모가 모범을 보여 책을 읽으면 아이도 따라읽을 거라며 먼저 모범을 보이라 하지만, 살림에 육아에, 더러 직장일까지 하고 있는 경우라면 아이들 앞에서 부모의 책을따로 읽는다는 것이 절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 책에는 되도록 특정 목적성을 띄지 않고, 순수히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 그 결과가 대단히 화려한 결과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책이 좋아 책을 아끼는 부모들과 아이들의 모습을 다루기 위해 노력한 저자의 흔적이 담긴 책이다.
책과 함께 한 아홉 가정의 이야기.
나 또한 어려서 책을 무척 좋아하다가 중학교 입학후 좋아하는 책을 못 읽고, 학교 생활에 매진해야했던 기억이 있었다. 이후 다시 책을 손에 잡게 된건 한참 후의 일이었다. 인터넷이라는게 널리 보급되고 책보다 더 간편하고도 사람들과의 소통이 활발한 인터넷 통신 등이 재미있어서 책을 펼쳐들고 집중하는데 시간을 들이기보다 멍하게 있더라도 모니터를 보고 있는데 더 흥미롭게 느껴지던 순간들이 있었기에 당시에는 책표지를 펼쳐서 첫장을 읽으며 몰입하기까지의 시간이 꽤나 지루하게 느껴졌던 때였다.
그러다 아이를 낳고 돌 이후가 되면서 다시 책이 재미있어지기 시작하였다. 지금도 여전히 인터넷은 좋아하지만 책 역시 그에 못지않게 좋아한다. 아이 책과 함께 한 분량이라 순수 어른 책만 보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블로그 생활이 책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질정도로 요즘 나와 책의 관계는 불가분의 관계라 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무척 행복해진다. 공감도 많이 가고, 또 배울 점은 없는지 찾아보고 싶었다.
반가운 마음에 펼쳐들었던 책, 책으로 노는 집.
내가 아닌 내 아이를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 책 읽는 환경을 조성해주면 좋을지 궁금하였다.
처음부터 책을 좋아했던 가정도 있고, 책이 부족한 형편이라 더욱 책에 대한 갈망이 높아졌던 이야기도 있었다.
부모 모두 책을 좋아하는 집도 있고, 서로에게 취향을 강권하지 않고, 아빠 혼자서 책 사랑에 빠진 가정 이야기도 있었다.
친정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운 형편이라도 책을 사랑할 줄 아는 마음을 배우게 되자, 자신의 아이들 역시 책을 통한 재미를 깨닫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준 책사랑 엄마의 사연도 있었다.
책을 좋아하는 아빠들끼리 모임을 갖고, 그림책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모임을 꾸준히 유지하는 이야기도 맨 첫부분부터 실려 있었다.
우리집만 해도 나는 책을 무척 많이 또 즐겨 보지만 바깥일로 지친 신랑은 책을 읽으려 하지 않는다. 책 속 어느 아빠처럼 나도 신랑에게 강권할 생각은 없다. 다만 신랑이 읽었으면, 혹은 읽고 심신이 안정될 것 같은 책은 간혹 권할 뿐이다.
한달에 십만원 이상 꾸준히 책을 사서, 책장만 열개가 넘어버려서 책때문에 이사를 해야할 상황에 처한 아버지는 새로운 책을 사기 위해 기존의 책을 처분하기도 한다. 그 가격만 천만원이 넘을 정도였다니 책을 그간 얼마나 구입을 했는지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또 책을 사랑하지만 도서관 투어를 할뿐 되도록 사지 않는 집도 있었다.
어린 딸 또한 그 도서관 투어의 진정한 수혜자가 되어, 한 도서관도 아니고, 일곱 군데의 도서관을 다니며 거의 수십권의 책을 동시에 빌려, 읽고 반납기한에 맞춰 반납하기도 하는 가정이 있었던 것이다.
도서관 대출을 시작한지는 얼마 안된 나였기에 내가 빌리는 도서관과 다른 도서관들이 인터넷 상으로 보니 모두 연계된 것 같아서 각 도서관에서 추가로 책을 빌린다는 것은 상상조차 못하고 있었는데, 각 도서관마다 따로따로 책을 대출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놀란 순간이었다.
사실 책을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책을 읽으려는 것은 정말 빌려 읽을 수도 있고, 살림이 넉넉하지 않아도 책만은 아낌없이 사는 어느 가정처럼 책에 대한 지출을 다소 늘일 수도 있는 문제였다.
중요한것은 책을 아끼는 마음과 관심 그것이었을뿐.
정말 엄마 아빠가 먼저 책을 좋아하다보니 아이들이 책으로 노는 그런 가정들이 되어가고 있었다.
우리 집도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란 바람으로 책과 함께 하는 여러 가정들의 이야기를 소중히 기억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