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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여행자
박준 지음 / 삼성출판사 / 2012년 11월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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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난 감상은 한마디로 말해 이 느낌표 자체이다. 와. 정말 재미나고 마음에 쏙 드는 여행서구나.
여행을 많이 다녀보진 못했지만 즐기고 사랑할 줄은 아는 나이기에 마음만큼 다니지 못한 여행에 대한 아쉬움을 책으로 미리 달래고 있는데, 가고 싶기에 주로 읽게 되는 책들이 태국이나 일본, 뉴욕(왜 여기만 도시?), 유럽 등에 대한 책이 많았다. 그 중 태국과 일본은 다녀온 곳임에도 또 가보고 싶은 곳들이었는데, 특히나 방콕에 대해서는 워낙 많은 여행자들이 추천하는 곳이기도 하고, 여행 만족도가 높은 곳이라, 조만간 꼭 다시 가봐야지 하고 눈여겨보고 있는 곳이었다.
책에도 나왔지만 나 역시 20대의 여행은 정말 바쁘게 점만 찍고 돌아다니는 여행을 주로해왔다. 자주 못 가니 간김에 구경해야할것이 많다며 쉴새없이 발아프게 돌아다녀야 여행이라고 생각을 하였다. 그러면서 여행지에서 유유자적 여유를 부리는 사람들은 현지인인가 그런 생각을 하였었는데, 시간이 흐르고 아기를 낳아 바쁘게 돌아다니지도 못할 뿐더러 신랑 역시 휴양형 여행을 좋아해 가족과 함께 느긋이 쉬는 여행을 즐기다보니 이것 또한 나쁘지 않다는, 아니 내게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까지 가서 웬 유유자적? 하겠지만 그게 또 여행지에서의 묘미가 아닌가 싶었다.
책에도 나온다. 방콕만 거의 15년째 사랑해오고 있는 (15년 거주가 아니라, 15년동안 숱하게 여행을 다녀왔다는 이야기다.) 저자가 태국 정부로부터 태국 우정상을 수상받기에 이르렀다한다. 책 여행책을 낸 후의 이야기라고만 되어 있어서 그 덕인지 온더 로드 책 덕분인지 아니면 정말 그가 숱하게 태국을 드나든 까닭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뭏든 그정도로 태국에 자주 방문하고 편안히 태국을 누렸던 저자가 이번에는 7개월 동안 편안히 정말 체류를 하다 왔다 한다.
저자도 20대에는 정말 바쁜 배낭여행 등을 즐기다가, 호텔에서 아침 식사 후 느긋이 앉아 책을 보는 부부를 보고 처음에는 일정도 없이 뭐하는걸까? 했다가 이내 부러워했다는 이야길 적어놓았다. 나도 여행을 다니며 현지인처럼 느긋이 그 곳을 누리고 싶다는 생각을 줄곧 했었는데, 저자는 그 생활을 이제 실천한다고 한다. 늦잠을 즐기는 그일지라도 여행지에서만큼은 일찌감치 일어나 호텔의 조식을 여유로이 즐기고 책을 가벼이 읽고 온다는 것이었다. 아, 부럽다. 나도 그러고 싶다.
그런 공감가는 이야기가 참 많이 나온다.
몸은 여기에 있지만 마음은 그의 족적을 따라 여기저기를 누비고 오는 느낌. 예전에 읽은 그의 책 책 여행책이 그대로 떠올랐는데, 가고 싶은 여행지인 방콕에 대한 일상들이 더욱 와닿았달까. 완벽한 현지인으로서도 아닌, 여행객으로서도 아닌 체류하는 여행객으로서의 그 애매한 경계의 느낌이 더욱 좋았다.
가난하다, 어떻다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순수하게 그가 만난 방콕 사람들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모습. 물론 그 안에는 보석 사기꾼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긴 했지만 애정이 담긴 그 시선의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방콕에 그가 만난 좋은 친구들이 많이 있어서일까? 동남아에 대한 한국인들의 편견, 어쩌면 나의 편견일지 모를 그런 것들을 많이 없애주고, 태국 특유의 문화뿐 아니라 이미 세계 여러 나라의 복잡 다단한 것들이 모두 융화되어 버린 관광도시로서의 방콕의 오묘한 모습들 역시 많이 보여주었다. 태국이라고 꼭 태국 색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듯이.
그와 같이 카페에 다니고 그의 태국 생활에 도움을 많이 준 친구 D
친구라길래 당연히 남자일거라 착각한 내 생각과 달리 D는 여성이었고, 보건부에 근무하는 엘리트였다. 그녀의 집에 놀러갔을 적에 초등학교때 전교회장을 했다는 이야길 들었다며 역시 자식 자랑은 국경을 초월한다는 저자의 이야기에도 웃음이 났다.
방콕이 물가가 많이 싸다는 이야기는 누누히 들었지만 (예전보다 물가가 상당히 올랐다지만 우리나라에 비하면 여전히 싸다는 ) 1억 5천에 3층짜리 타운 홈을 살 수 있다는 이야기에는 저자처럼 나도 마음이 동하기도 하였다. 2층집에는 살아봤어도 3층집에는 못 살아봤는데 나만의 3층집이라니 우와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정말 집값이 이렇게 싸단 말이야? 하고 알아보다가 또 45억원 하는 집값에는 혀를 내두르기도 한다. 방콕의 빈부 격차가 엄청나다더니 정말 그런가보다 싶었다. 10년을 벌어도 고향에 돌아갈 차비조차 벌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일명 하이쏘라 불리우는 계층에서는 주말을 낀 휴일에 유럽 어디든지 드나들며 관세가 300%라는 수입 자동차들을 벤츠, 혼다 등을 혼자서 3~4대씩 자유로이 소유하기도 한단다. (더 한 사람도 있겠지만 D의 친구이자 같은 보건부 공무원이라는- 공무원 박봉이긴 그 나라도 마찬가지라지만 원래 집이 부자인 친구가 있단다.-하이쏘 계층인 C의 실례가 소개되어 있었다.)
그런가 하면 꿈의 비행기인줄 알았던 경비행기를 6000만원이면 소유할 수 있어서 저자 또한, 아, 비행기 소유가 절대 불가능한 꿈은 아니란 생각을 하게 하기도 하였단다.
그리고 방콕에서 저자가 처음으로 배우고 즐기게 된 골프.
나도 골프를 쳐본적이 없어서 잘은 모르지만 우리나라에선 상당히 비싼 돈을 들여야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아는데.
공 160개에 3700원, 골프장도 연습장 아닌 필드가 흔해빠진 곳이 바로 방콕이라 하고. 골프를 하나도 모르는 내가 들어도 엄청 싸게 느껴졌다.
처음 가본 골프 연습장에 선데이 뷔페라는게 있어서 주중에는 공 5박스가 100밧인데 일요일 오후에는 100밧을 내고 5박스건 10박스건 칠수있을만큼 친다. 그날 세사람이 레인 2개를 차지하고 공을 치면서밥 하나에 물 2개 시켰는데 두어 시간 후 계산할때 보니 전부 290밧(1만 1000원이 나왔다. 44P
나야 방콕에 간다해도 잠깐 다녀오는 여행을 하게 되겠지만, 정말 체류하는 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저렴한 물가가 피부에 와닿을 것 같았다. 이렇게도 살아보고 싶다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골프를 좋아하지 않아 크게 동하지 않았으나 그가 말하는 다양한 카페와 레스토랑 이야기에는 정말 솔깃해졌다. 카페를 좋아하기에 부자들이 다니긴 해도 최고의 커피맛을 즐길 수 있었다는 커파도 가보고 싶었고, 저자가 방콕의 베스트로 꼽은 무지나도 궁금해졌다.
재즈바 브라운 슈거에서 아름다운 재즈 선율에 제대로 취해보고도 싶었고 방콕 최고의 리버사이드 레스토랑 삼사라라는 차이나타운 레스토랑도 가보고 싶었다.
현지인 친구와 현지 곳곳을 즐기고 다닌 이야기들도 즐거웠다.
100년된 삼축 시장에서 정말 오래된 태국 약국에서 구입한 수제 비누 이야기, 보건원 중앙에서 열린 시장(우리나라로선 상상하기 힘들지만)에서 구입한 북유럽 찻잔이야기 (그렇게 싸다면 정말 진짜가 맞을까 싶은데..),목까지 차오르는 침수 상황 속에서 9년만에 연 약국이 물에 잠겼어도 최악은 아니라며 브이자를 그리고 웃고 있는 방콕 친구 이야기 등등을 보며 미처 몰랐던 태국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여행가이드북이나 여행 서적 등은 되도록 최신간을 읽으며 새로운 트렌드를 접하는게 중요하다 생각하는 나였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저자의 예전 책인 온더 로드가 너무나 궁금해졌다. 어떤 이야기일까. 꼭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든다. 저자의 팬들도 상당하다는데 나 역시 앞으로 저자의 이름이 박힌 책은 뒤도 안 돌아보고 집어들게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