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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매화
미치오 슈스케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미치오 슈스케.
작가의 가장 유명한 작품인 달과게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책장에 꽂아놓고 뭐하고 있느라 못 읽고 사는지) 구체의 뱀, 물의 관, 가사사기의 수상한 중고 매장 등의 책들은 읽어보았다. 가사사기의 수상한중고매장은 다소 코믹한 요소가 들어가 미치오 슈스케의 느낌에서 살짝 벗어난 책이지만 다른 두권의 책들은 모두 인간적인 따뜻함을 간직한 책들이었다. 그리고 이 책 광매화 역시 그런 느낌을 다분히 받을 수 있었지만, 사실 나오는 사건들은 잔인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잔인하고도 안타까운 그런 비밀이랄까
한마리 나비가 나풀나풀 책 속을 날아다닌다. 그 나비를 쫓아 다음장 다음 편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어느새 책은 마지막 장을 남겨놓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읽은 시간 또한 무척이나 빠르게 단숨에 읽혔다고나 할까. 물론 나의 느낌이 그랬을뿐. 시간은 어느덧 자정을 훌쩍 넘어있었다.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게 된 책.
여섯편의 단편들은 사실 등장인물도 소재들도 조금씩 앞뒤의 이야기가 맞물려 있어 동떨어진 느낌을 주지 않는다. 전체가 하나의 장편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친근한 구성이라고 해야하나?
일본의 문화와 꽃들이라 그런지, 아니면 내가 우리나라 꽃이라도 이름을 잘 모르는건지 모르는 식물 이름들이 무척 많이 나와서 생소한 느낌도 받았지만 말이다.
30년에 한번 꽃을 피운다는 조릿대 꽃.
"그 다음에 조릿대는 어떻게 될까?"
"네?"
"꽃을 피운 다음에 말이야."
.....
"나, 내년이면 서른이 돼." 30.31p 숨바꼭질 중에서
전설의 꽃이라면 우담바라라는 꽃 이야기를 가끔 들어본적이 있었는데 불교에서 3천년에 한번 피는 꽃으로 알려진 우담바라 꽃은 풀잠자리알과 비슷하거나 혼동될수있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었다. 다분히 신화같은 이야기였는데, 30년만에 피는 꽃이 실제로 있었던가.
조릿대를 찾아보니 우리나라에도 조릿대가 있던데.나는 이 책에서 정말 처음 만났다.
숨바꼭질에서 치매에 걸려 기억을 상실하고 있는 어머니와 살고 있는 마흔 중반의 노총각 아들.
30년 전에 자살한 아버지를 둔 그의 이야기는 안타까운 한 모자지간의 적적한 노후처럼 읽혀졌지만, 어머니가 그린 그림, 조릿대꽃을 그리고 한 쌍의 남녀를 그린 그림으로 인해 아들은 수십년전 그날로 기억을 되돌리고 말았다. 아버지가 살아계시던 그때의 시간들로 말이다.
벌레쫓기에서는 두 남매의 곤충 채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글의 서두에서부터 조금씩 불안함이 엿보이기는 했지만 그 이야기가 아니기를 그렇게 진행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바램이 있었지만 결국 그렇게 진행이 되어 잔인한 현실을 일깨워주었다. 게다가 더 잔인했던건 아이들의 마음에 죄의식이라는 도장을 낙인찍어준 3장인 겨울나비의 주인공. 정말 아이들이 잘못 되기라도 하면 어떡하라고 그렇게 죄를 떠넘기려 했을까. 그렇게 한장 한장의 이야기들은 서로 연계되어 진행이 되었다. 어린 아이들, 어린 청소년들의 꿈과 희망, 사랑을 짓밟는건 무자비한 어른들이었다. 심지어 그 부모가 그런 역할을 하기도 한다.
뉴스에서도 부모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생명인 자기 핏줄에게 행하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되는 범죄들을 보면서 정말 숨이 턱턱 막혀올때가 많았다. 아이 엄마가 되고 나니, 이런 세상이 너무나 두렵고 무서워졌다는 그런 생각과 함께.
정작 아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에게는 그 천운의 복이 주어지지 않고 왜 갖기를 원치않는 사람들에게 아이가 주어져서 아이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지 무섭기만 하였다.
사치는 이렇게 자신이 행복했던 때와 무자비한 세상을 분리시켰다. 뒤집은 봉투 밖으로 세상을 가두었다. 136p
아이가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아이를 지켜주지 못한 소년 또한 어떤 목숨조차 죽어선 안된다 말하면서도 아이를 함부로 대하는 어른들을 참지 못하는 그런 사람으로 성장하지 않았던가. 떠넘기려하는 비겁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적어도 그는 아이들을 지켜주려 노력만은 하였다.
모든 이야기가 다 크나큰 슬픔만을 간직하고 있을까 걱정스러웠으나, 그렇지 않은 이야기들도 있어 다행이었다.
봄나비와 풍매화, 아득한 빛은 그렇게 어두울 수 있는 현실 속에서도 여전히 희망을 담은 빛은 있다는 사실을 은연중에 깨닫게 해주니 그것으로 내 마음은 위로가 되었다.
이 세상에 죽어도 되는 사람은 없단다. 90p
성인군자와도 같았던 곤충학자의 말.
그 말이 사실 내 가슴까지도 울렸었는데.
아이들은 얼마나 충격을 먹었을까 싶었는데..
사실 그럼에도 이 세상에 특히나 아이들에게 몹쓸짓을 하는 사람들은 죽거나 죽는 이상의 고통을 느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감동적인 글을 읽고, 잠시 뉴스 기사글들이 생각나 마무리는 산으로 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