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에겐 일생에 한 번 냉정해야 할 순간이 온다
한상복 지음 / 예담 / 201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만 듣고는 이러저러해야한다라는 자기계발서나 인문 서적인 줄 알았다.

그런데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마치 소설처럼, 에세이처럼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었다.

이제 곧 6주년결혼기념일을 맞이하는 나로써는 결혼을 결심하기까지의 밀당 작전과 결혼 후 최소 20~30년 이상을 따로 살아온 남녀 사이의 문화적 차이를 생활 속에서 받아들인다는 것이 얼마나 생소한 일인지를 어느 정도 경험했다 생각했지만 책 속 상황들을 접하며 다시 그때 그 시절로 되돌아간 생각도 들었다.

 

결혼이 사실 해본 사람들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지만, 일생을 함께 할 사람을 결정한다는 것이 너무나 중대한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정말 나에게 딱 맞는 천생배필을 딱 만나 결혼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확률적으로 생각한다면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 나 또한 결혼 적령기에 만난 신랑과 정말 번갯불에 콩 궈먹듯이 초스피드로 결혼식장까지 달려 가면서, 너무 서두르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간간히 들었는데, 너무나 다행으로 급하게 고른 줄 알았던 이 남자, 내 천생 배필이라는 생각이 흔들림이 없이 지속되고 있다.

결혼 전보다 결혼하고 나니 더 진국인 남자랄까. 갑자기 신랑 자랑이 되어버린 자리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너무나 많이 봐왔기에 결혼이 일종의 모험이 될까봐 불안해 하는 책 속 여성들의 심리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서로 꽤 호감을 갖고 결혼에 임했다가 신혼 첫날 남자가 아내에게 과일 한박스를 통째로 던지고 희열을 느끼는 사이코임을 알고 이혼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고, 남편은 너무나 좋지만 살아보니 아들까지 낳았는데도 시부모님이 이혼을 종용하는 무서운 고부 갈등의 사례를 바로 어제 티브이에서 보기도 하였다. 어쩜 그럴 수가 있을까 싶은. 그래서 여성들은 끝없이 불안해하고 고민하게 되는지 모른다.

 

저자 분의 성함이 남자 이름 같았음에도 내용이 정말 여성의 심리를 너무나 잘 묘사해놔서, 여성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작가분에 대한 검색까지 들어가기도 하였다. 가족이나 친지 등의 인맥을 통한 간접경험이신건지 몰라도 정말 여성 본인도 원인을 잘 모르겠는 그 불안한 감정들에 대해서 솔직히 까발려진 글이라고나 할까?

 

뒷모습 관찰가라는 재미난 직함이 붙어있던 저자분 설명 중에 이런 글이 있었다.

만족스러운 결혼 생활을 이어가는 커플들의 뒷모습을 관찰한 결과, 결혼이란 '사랑의 성공적인 결실'이라기보다는, '낯설고 새로운 사랑의 시작'에 가깝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는 커플만이 결혼이라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도 흥겹게 사랑을 변주할 줄 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말 그랬다.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고, 그 모든 것은 거기까지가 해피엔딩이 아닌 진정한 인생의 시작이었다.

다만 결혼전에는 결혼하고 나면 모든게 저절로 진행될것 같은 착각이 앞섰는데, 결혼하고 나니 모든 것이 내 손을 거쳐야 흘러간다는 것이 그렇게 낯설을 수가 없었다. 하다못해 화장실의 휴지도 내가 채워넣지 않으면 비어 있기 태반이었고, 내가 정리하지 않으면 집안에 쌓인 물건들은 한참을 그 자리에서 그러고 있기 일쑤였다.

 

같은 여자면서, 나도 그래~ 하면서도 남자들 입장에서는 정말 황당하게 비춰질 사건들도 눈에 띄었다.

사실 나라고 그러지 않는다 말하지는 못하겠다. 나도 감정의 동물인지라 시시때때로 내 감정의 기복을 조절하기가 힘들어 갑자기 폭발했다가도 혼자 또 추스려지기도 하고. 혹은 그런 나의 속 마음까지 신랑이 속속들이 알고 알아서 챙겨줬으면 하는 지나친 꿈을 갖기도 하고.

예를 들어 책에서 연애 중인 한 여성이 몸이 안 좋았다. 그런데 남자친구는 당장 쫓아오기는 커녕 (사실 드라마가 여자들에게 환상을 많이 심어놓기는 하였다.) 전화로만 통상적인 말을 건넸을 뿐이다. 만나고 나서도 여자가 우리 그때 그 가로수길 카페에서 스파게티나 먹을까? 하고 이야길 했는데, 둘에게는 무척 중요한 장소였음에도 남자친구의 눈치는 절대 그 장소가 어디였는지 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곳이었는지 모르는 눈치였다. 그러면서 갑자기 샤부샤부나 먹자니 이 남자는 날 사랑하지 않는게 분명해. 여자는 그렇게 울음을 터뜨렸지만, 여자의 속마음을 알 턱이 없는 남자에게는 "샤부샤부 먹자니까 갑자기 울면서 날 사랑하지 않는다 말하는 그녀에게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일 뿐이었다. 아뭏든 이 상황을 신랑에게 이야기하며 나도 이런 적 있냐 물으니 빙긋이 웃기만 한다.

나또한 속에서만 너무 생각이 앞서 가는 경우가 많은터라 신랑이 난감해하는 경우를 몇차례 봐왔는데 객관적으로 남의 이야기를 읽으니 공감 공감 또 공감이 되었다. 남자 입장도, 여자 입장도.

 

책을 읽고, 우리보다 먼저 결혼한 친구와도 이 책 이야기를 하였고 신랑과도 하였고...

결혼하여 살고 있는 친구들과 이야기하기에도 공감하기 좋은 책이고, 결혼을 아직 하지 않은 미혼인 친구들, 동생들에게도 한번쯤 읽어보라 권해보고싶은 책이었다.

 

책 속 내용은 되도록 끝까지 잘 되었으면 하는 커플의 입장에서 쓰여진 이야기이다.

대부분이 해피엔딩이지만 인생이 꼭 해피엔딩으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이해하고, 그렇게 서로 맞춰가야하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하나하나의 에피소드같은 이야기였는데, 속마음까지 읽어낸책 같아서 자뭇 진지하고 재미나게 읽은 책이기도 하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