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2 ㅣ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2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현정수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10월
구판절판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1권을 읽고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책은 무조건 읽어보고픈 생각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은색 재규어를 몰고, 하얀 양복을 야쿠자처럼 차려입고, 당당히 출근하는 가자마쓰리 경부, 그는 가자마쓰리 모터스의 후계자임을 공공연히 드러내놓고 다니며, 그가 내놓는 추리들이 하나같이 다 빗나가는 와중에도 여전히 신참 여형사 레이코에게 추근댐은 잊지 않기도 한다.
호쇼 레이코, 그녀는 도수없는 안경에 검은 슈트 차림으로 다소 똑똑해보이는 모습으로 변장하고 출근하지만, 사실은 집사가 운전하는 리무진을 타고 다니며 집에 돌아가면 분홍색 드레스를 입고 경마장 크기만한 어마어마한 집에 사는, 가자마쓰리 경부와는 비교도 안되는 거부 재벌의 외동딸인 존재이다. 다만, 경찰서에서 아무도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다는 것이 그녀의 변장이 뛰어나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아이러니가 있지만.
세번째 중요 인물, 가게야마 집사.
가자마쓰리 경부보다 조금 더 나은 추리를 하는 레이코 형사의 추리를 늘 반박하며 (사실은 아주 짖궂은 직격탄을 날리며) 사건의 주요 해결을 도맡아 하는, 숨은 공신이다. 숨은 실력자라고나 할까
이 세명의 멋진 만남을 1권에서만 끝내기에는 너무나 아쉬웠다.
그들이 돌아왔다.
같은 제목의 책으로~
여전히 가자마쓰리 경부는 능글능글하고, 호쇼 레이코는 누군가의 호구이자 매력적인 여형사로, 가게야마는 연륜이 쌓였다고는 하나 독설은 여전한채로 건재하고 있음을 드러내주었다.
여섯 편의 단편과도 같은 사건들을 해결해 가는 세 트리오의 이야기는 한장 한장 줄어드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재미나게 읽었다.
사건의 겉만 훑고 섣부른 예단을 하는 가자마쓰리 경부, 그보다는 조금 더 나은 추리를 하나, 사건을 깊이있게 들여다보지는 못하는 호쇼 레이코, 그리고 짬짬이 보여주는, 분명 독자들에게도 판단을 맡기는 일말의 복선들, 나 또한 호쇼 레이코처럼 늘 그 복선을 눈여겨보지 못하고 궁금증만 갖고 은근히 가게야마를 기다리고 있기에, 가게야마가 호쇼 레이코를 놀려먹을 때마다 나까지 놀림받는 느낌도 살짝 받기도 하였다. 뭐 그래도 직접 듣는 놀림이 아니니 괜찮소, 우선 나는 형사가 아니지않소.
게다가 이 세 사람 말고도 피해자를 둘러싼 가해자 혹은 그 관계자들 또한 범상치 않은 경우가 많다.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오버를 하는 경우도 있고, 자신도 모르게 복선이 될 말을 흘려버리기도 한다. 물론 레이코는 그 말을 알아듣지 못하지만, 가게야마가 지적한대로 과거 상황으로 돌아가보면 분명 그런 대사를 한 적이 있다.
특별한 상황들, 대부분의 살인 사건이 치정, 원한 등이 얽힌 경우가 많고, 책에서 언급한대로 모두에게 사랑받는 사람이란 존재하지 않기에 분명 뭔가의 원한을 산 경우가 있기에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형편이 어려워보이는 젊은 여성이 고급스러운 명품 의상을 가득 옷걸이에 걸어두고, 영화나 재벌가에서나 쓸법한 고양이발 형태의 화려한 욕조를 사용하는가 하면, 아름다운 흑발의 긴 머리를 자랑하던 여성이 머리가 형편없이 잘린 채로 살해당하기도하였다.
등에 칼이 꽂힌 채로 벽화를 가리키고 죽은 화백도 있었다.
그리고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트리오들의 대활약.
사실 하나하나의 사건들이 대부분 살인사건이라 가볍게 그려지는 것에 거부감이 있을수도 있지만, 두렵고 으스스한 설정보다는 대부분 단서를 놓친 레이코와 가자마쓰리를 살짝 비웃는 가게야마의 짖궂은 이야기로 흥미진진하게 이어지는 코믹 미스터리인것이다.
일본에서는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많은 작품들이 드라마로 만들어지면서 수수게끼 풀이는 저녁 식사후에의 가자마쓰리 경부가 중년의 아저씨가 배역을 맡아서 느끼함을 더해주었다 한다. 아니, 원작에서는 32살의 젊은이었는데, 아무리 느끼해도 그렇지 중년은 너무 하잖소. 그래서 번역한 분도 우리나라에서 드라마가 만들어진다면 꼭 젊은 가자마쓰리 경부를 보고 싶다 한다.
나또한 같은 생각이다.
드라마도 그렇고, 책으로도 앞으로도 계속 쭉쭉 그들을 만날 수 있길 바라며.
사실 은색 재규어를 아주 싫어하던 호쇼가 끝 부분에서 어쩔수없이 은색 재규어를 타는 과정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분명 2부가 끝은 아닐 거라 믿는다.
또 나와달라구, 이 재미난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