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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빈티지 마켓
심진아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9월
외국 영화 토이스토리 등을 보면, 개러지 세일을 하는게 나온다. 엄마가 아이들이 갖고 놀던 장난감, 집에서 더이상 쓰지않는 물건 등을 집앞에 늘어놓고 판매하는게 나오는 것이다. 외국인 저자가 쓴 아이 그림책에도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아이가 직접 자기 물건을 갖다 파는데, 아줌마 손님으로 변장한 아빠가 와서 동생을 사간다는 좀 괴짜스러운 설정이었다. 집앞에서 이렇게 자기네 물건만 늘어놓고 파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플리 마켓, 벼룩 시장이라고 해서, 여러 사람들이 한데 모여 쓰던 물건 등을 고루 소개하는 마켓들이 외국에는, 참 보편화가 되어 있나보다.
나는 사실 구제나 빈티지 등의 물건을 사 본적이 없었다. 남이 쓰던 물건에 큰 흥미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남이 쓰던 물건을 돈을 주고 산다는 사실이 참 의아스러웠다.
이 책에는 나같은 편견을 지닌 사람들조차 재미나게 끌어당길, 빈티지의 매력 등이 가득한 책이었다.
저자는 20대의 첫 시작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보낸 디자인을 전공한 여성이다. 밀라노 뿐 아니라, 런던, 파리 등에서 만날 수 있는 유럽 특유의 빈티지 마켓의 느낌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발품을 팔며 열심히 돌아다닌 사진과 내용을 글로 실어주었다.
책의 맨 끝에는 빈티지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짚어준다고 할까?
그런 부분이 나와있다. 와인과 관련된 이야기서부터, 빈티지라는 말을 처음 패션에 도입한 사람의 이야기까지.
그리고 단순 구제를 빈티지라 부르는 것이 아니라, 연도별로 정확한 차이를 두고 있다는 것.
25년 이상 되지 않은 물건은 절대 빈티지라 부르지 않는다는것. 헉..그렇게나 오래된 물건들을 사용하고 판매한다는 사실이 되려 놀라웠는데, 정말 골동품 상에나 모셔두어야할 것 같은 오래된 물건들을, 구입해 자기만의 컬렉션으로 혹은 집안 곳곳을 장식하는 빛이 나는 물건으로 활용하는 유럽인들의 알뜰한 지혜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유럽에서 20대의 절반을 보내며 패션에도 제대로 눈을 떴을테고, 또 유럽인들처럼 소소한 일상을 보내는 재미를 느꼈을 그녀, 그녀 또한 빈티지 마켓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갔던 것 같다. 관광객들이 유명한 빈티지마켓이라고 찾아간 곳에서, 입구만 보고 이게 무슨 유명한 빈티지 마켓이야. 하고 실망한데 아쉬움을 금치 못하기도 하였다. 좀더 더더 깊숙이 들어가야 찾을 수 있다는 파리의 빈티지 마켓, 생투앙 벼룩 시작, 제발 번지수 잘못 찾지말고 제대로 감상하라며 자세한 길을 소개해주기도 하였다.
브릭 레인이라는 유명한 런던의 벼룩 시장을 소개하면서 벼룩 시장의 쇼핑을 즐기고 길바닥에 여기저기 주저 않아 길거리 음식을 즐기는 런더너 등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헉, 정말 골목 같은데 철푸덕 주저 않아 음식을 먹는 모습이라니, 격식만 중시할 것 같은 그 나라 사람들의 새로운 모습에 놀랍기도 하였다.
사실 빈티지 옷까지는 소화하기 힘들더라도 소품들은 괜찮아보이는것도 많을 것 같았다.
굳이 아이 장난감이 아니더라도, 카페 등을 장식한 귀여운 소품들서부터 런던 가정 곳곳을 장식한 선반위의 귀여운 병정 모음들, 혹은 식기류 등이 빈티지 시장 그 곳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물품들이었다 하니, 내가 깨끗이 아껴 쓰던 물건들을 또 누군가에게 팔고, 그 물건들을 소중히 대물림하듯 쓰고 있는 사람들의 절약 정신도 엿볼 수 있고, 장신구들이라면 손때묻은 듯한 그 빈티지스러움이 웬지 더 멋스러울 것 같기도 하였다.
그래서 디자이너나 패션 종사자들이 새 물건에서 찾을 수 없는 독특함과 다양함을 찾아 유럽 빈티지 마켓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벼룩 시장에도 새 물건을 파는 곳이 있긴 하지만 그런 곳은 대부분이 메이드인 차이나의 저품질의 물건이 많다 하였다. 진정한 빈티지의 매력을 느끼려면 그런 곳 말고 다른 곳들을 둘러보라 일러주었다.
한껏 멋을 낸 노년의 부부가 장난감 인형 가게에 들어와 한참을 고민하고 실랑이하며 물건을 사간다거나 ( 그자체로 충분한 휴식과 재미가 되어준다며) 악세서리 브로치 하나에도 온갖 고민을 하며 장만을 하는 모습들을 유럽 빈티지 마켓의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저자와 같은 젊은이들이 몇푼 안되는 돈을 들고, 절대 바가지 쓰지 않을 저렴한 벼룩 시장의 백미를 찾아 마음에 드는 옷을 마음껏 구입하는 이야기도 재미났다. 15명의 대학 동기들이 1유로 남짓한 저렴한 빈티지 옷을 파는 아저씨의 옷을 모조리 다 구입해버렸던 아저씨 계타신 날을 만든 사연들 또한 벼룩시작에서만 만날 수 있는 이야기리라. 셀러들의 이야기 또한 흥미진진하다. 자신이 쓰던 아주 오래된 물건, 말 그대로 정말 25년 이상 된 물건들을 내놓고 판매중인 사람들이 대부분 노인이라는 엔젤 마켓, 캠벨 패시지 마켓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소박할 것 같은 런던, 화려함이 뭍어나는 밀라노, 또 그 느낌이 새로운 파리 등의 각각의 도시의 매력을 간직한 유럽 빈티지 마켓.
유럽을 다녀오게 된다면, 예전 같았으면 빈티지 마켓을 둘러볼 생각까지 하지 못했겠으나 이 책을 읽고 나니 열쇠고리, 혹은 소품이라도 유럽 빈티지마켓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제품들 몇개쯤 구입하고 오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