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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밴던 ㅣ 어밴던 시리즈
멕 캐봇 지음, 이주혜 옮김 / 에르디아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페르세포네는 운이 좋았던 편에 속한다. 엄마가 나타나 구해 주었으니까.
하지만 나를 구하러 와 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니 다들 내 충고를 새겨 듣길 바란다.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눈을 깜박하지 말 것. 5p
영화 프린세스 다이어리를 무척이나 재미나게 보았기에 여주인공 앤 해서웨이 하면, 곧 프린세스 다이어리를 떠올리곤 했다. 평범하다 못해 못생긴 축에 속하는 줄 알았던 여주인공이, 사실은 공주였으며 여왕인 할머니에 의해, 다시금 아름답기까지 한 진짜 공주님으로 재탄생하게 된다는, 소녀들의 로망같은 그런 영화였다. 그 영화의 원작 소설을 쓴 사람이 바로 이 책 어밴던을 쓴 작가 멕 케봇이었다.
죽음을 경험하고 돌아온 소녀 피어스.
막강한 부를 가진 아버지와 빼어난 외모를 가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녀는 어릴적에 죽었던 새를 살려준 남자를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녀가 15살이 되어 수영장에 빠져 죽을 위기에 처한 순간 그 남자를 다시 만나고야 말았다.
지하세계의 신 하데스는 아름다운 페르세포네에게 반해 그녀를 납치해갔다. 페르세포네의 어머니가 하데스와 조건부 약속을 해, 페르세포네가 지하와 어머니 곁을 오가며, 사계절의 기후 변화가 생겨났다는 이야기가 있다. 아름다운 외모의 페르세포네를 아내로 맞이하기 위한, 지하세계 왕의 로맨스.
이 책은 그와 흡사한 구조를 띠고 있다. 현대판 페르세포네 이야기랄까.
다만 여주인공이 자신이 페르세포네라는 것을 모르고 있을뿐.
그녀는 자신을 데려간 젊은 그 남자를 아주 두려워했을뿐이었다.
그가 자신에게 호기심이 아주 많았으나, 다만 자신이 누군가를 걱정하는 그 마음을 어여삐 여겼다 생각했을뿐이지, 15살 어린 나이의 그녀에게 지하세계에서 같이 살자고 한 것은 충격 중의 충격이 아닐수 없었을 것이다.
기지를 발휘해 지하세계에서 스스로 탈출한 소녀.
이후 소녀의 주변에서는 아주 이상한 일들이 발생을 하다.
너무나 절친했던 친구 해나가 자살을 하고, 해나를 자살하게 만든 잘생긴 선생이 그녀로 인해 거의 죽을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무서운 그 남자가 자신을 지켜줄거라며 주었던 그 푸른 다이아몬드 목걸이, 목걸이를 하고 있으면 그와 그녀를 위협하는 어둠의 신들의 위협으로부터 그녀의 몸을 지킬 수 있을거라 들었는데, 위험은 감지할 수 있으나 사실 그녀가 바라는 대로 일이 제대로 진행되기는 힘들었다.
그녀는 그 모든 것이 그 남자 때문이라 생각하고 자신을 다시 데려갈까봐 남자를 무서워한다.
어린 소녀라면 당연히 그럴 것이다. 갑자기 세상의 모든 것을 버리고, 죽음의 세계로 데려가려 하는데, 무섭고 두렵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물론 살아있는 소녀라면 당연한 것이고, 살아있지 않은 소녀라면 돌아가는게 이상한 일이겠지만.
그녀에게 죽음의 공포를 느끼게 했던 그 경험으로부터 도망을 가고 싶으나, 그녀의 어머니가 그녀의 트라우마를 치유해준답시고 데려온 곳은 바로 그녀 어머니의 고향, 뼈의 섬 우에소스였다.
외모 뿐 아니라 똑똑하기까지했던 그녀의 어머니는 대부분 섬을 떠나지 않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섬을 떠나 스스로의 인생을 멋지게 개척한 축에 속했다. 다시 고향으로 되돌아온 그녀는 딸을 위해서라고는 하나 자신을 위한 삶에 만족해 있었다.
자신의 딸과 오빠, 조카 등 가족들이 불운하게 느끼는 것과 반해 그녀는 자신이 멋지게 생활해낸 학창시절을 그리워하기까지 한다.
그에 반해 그녀의 딸이 경험할 학교는 아버지의 재력으로 친구들의 호기심을 받게 만들기는 하나 가난한 자신의 사촌 등에게는 철저히 계급사회로 양분된 어처구니없는 공간일 따름이었다. 그 속을 알 수 없는 사촌 알렉스와 나쁜 짓을 할만한 사람이 아닌데 감옥까지 다녀온 크리스 삼촌, 그리고 피어스와 그 남자의 존재에 대해 마음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 묘지관리인인 스미스씨. 어떻게 이야기가 흘러갈지 자꾸 궁금증이 들게 만드는 주변 설정들이 2권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3부작으로 기획되고, 현재 마지막 권 출간만을 앞두고 있다고 하는 이 책, 2부인 언더월드까지는 나왔다고 하는데 아마 국내에는 1부인 어밴던만 출간이 되었을 것이다. 무섭고 두려운 남자로부터 도망치려는 마음뿐이라 그의 진심을 알아보지 못했던 소녀.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가족들의 조금씩 드러나는 이야기와 궁금증이 2부와 3부를 잇는 이야기의 핵심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무시무시한 죽음의 신 하데스를 잘생기고 매력적인, 차갑지만 나에게만 따뜻한 그런 멋진 젊은이로 만들어낸 현대판 페르세포네의 이야기.
프린세스 다이어리처럼 영화로 만들어져도 꽤 흥미로울 그런 소재가 아닐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