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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콜렉터 : 시간을 찾으면 인생도 찾는다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황미숙 옮김 / 명진출판사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제목만 들으면 SF 소설일 것 같은데, 이 책은 인생의 각 단계에 맞는 시간 사용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책이어서 놀라웠다.
게다가 시간 하면 대부분 젊은 날의 인생, 그 중에서도 하루하루의 촉박한 시간, 길어야 일년 정도의 계획을 수립하는데 반해,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시간의 개념으로, 인생 전체를 크게 4주기로 구분하여 각각의 시간을 달리 배분하고 디자인하기를 조언해주는 책이었다.
시기에 맞추어 '시간의 기어'를 변환할때 행복한 인생을 완성할 수 있다. 7P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기술과 느긋하게 즐기는 기술, 시간을 수집하고 창출하면서 인생을 디자인하는 방법을 실천하여 당신의 인생이 더욱 풍요로워지기를 바란다. 8P
사실 지금의 나는 딱히 직장생활을 하는 것도 아닌데 혼자서 시간이 부족하다며 아등바등한 생활을 하고 있다.
겉에서 보면 그냥 집에서 살림하고, 아기 보는 것 외에 할 일이 없어 보이지만, 내 나름대로 취미생활로 시작했던 책 읽기와 블로그 생활 등이 꽤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니 시간을 꽤 많이 소요하게 되었던 것이다. 시간은 한량 없지 않고, 하루하루 딱 정해진 분량이 있는데, 하고 싶은 것은 그보다 훨씬 많으니 늘상 시간이 부족해 아등바등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을 효율적으로 배분할뿐 아니라, 천천히 느긋이 보내는 방법이라니. 처음에는 생소하기 그지 없었으나, 젊었을때처럼 무조건 시간이 부족하다 하는것이 아니라 은퇴 후에는 막상 시간을 보내고 싶어도, 같이 할 친구가 없다거나 할 일이 갑자기 사라져버려 무기력한 기분에 빠질 수 있다는 말에 갑자기 아하! 하는 깊은 공감이 들게 되었다. 정말 그렇겠구나.
부지런한 직장인들은 대부분 은퇴를 맞이하는 그날까지 젊을때와 똑같이 열심히 일한다.하지만 일에 자신의 모든 인생을 바친 사람일수록 은퇴와 동시에 상실감에 사로잡힌다. 어딘가 소속되어있다는 느낌, 세상이 나를 필요로 한다는 느낌, 자신이 쓸모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일순간 무너지기때문이다. 그런 상실감을 잘 견디려면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제대로만 준비하면 새로운 세계와 그곳에 흐르는 시간을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기에 충격이 적고, 두번째 산맥도 수월하게 만들어갈 수 있다. 55P
걷는 시간조차 아까워 택시를 타고 다니며 바쁜 삶을 살았던 저자가 마흔 다섯에 어느날 갑자기 쓰러지면서, 이렇게 생을 마감할 수도 있겠다라는 현실 앞에서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사람은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건강을 잃지 않고서는 그 중요성을 깨닫지 못한다. 나 또한 간접 경험으로 가끔 접한다고는 하나, 실제 내 일이 아니라면 그렇게 크게 와닿지 않겠단 생각이 들었다.
어찌 됐건 마흔 다섯에 큰 깨달음을 얻은 그는, 무조건 일의 생산성만 높이고 건강을 해치던 기존의 삶에서 탈피해서, 일은 좀 더디하게 되더라도 휴식을 적절히 넣고 걸으며 운동하는 삶을 중시하면서 남은 인생을 건강하게 살기 위한 토대 마련에 힘쓰기 시작하였다.
나 또한 시간 뿐 아니라 건강한 젊음을 마구 훼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지금이야 젊어서 아무 이상 없이 견디고 있다지만, 적절한 운동과 채식 등의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지 않고, 굶거나 폭식 등을 반복하고, 운동도 잘 하지 않고 있어서 조금씩 내 몸에 이상이 오고 있는 것을 젊기에 모르고 있다가 어느 순간 뎅~ 하고 저자처럼 충격을 먹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아무리 건강한 식생활과 운동 습관을 유지한 분들이라고 해도 나이를 먹게 되면 어느 정도의 체력 손실과 건강에 약간의 이상이 오는 것을 깨닫게 되신다. 우리 부모님 연배의 분들이 그러하셨다. 그렇기에, 젊다고 마냥 술을 먹거나 과식을 하며 몸을 혹사하는 우리 부부를 보시며 부모님들이 예뻐 보이는 몸을 걱정하는게 아닌, 아이와 함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젊은 부모인 너희들이 먼저 건강을 챙겨야한다고 걱정해주시는 것에 깊이 신경을 써야함을 조금씩 인지하고 있는 중이다.
젊을때의 시간관리만 중요하다 생각했던 것을 뒤집게 해주는 저자의 인생 시간학.
보통 20대를 인생의 꽃과 같이 중요하게 생각하다보니, 30, 40이 넘어가면서 서서히 나이먹는 것에 대한 걱정이 지나치게 되었는데, 저자의 시간 배분에는 30대부터를 인생의 1단계로 삼고 있다는게 놀라웠다. 20대에는 사실 중요하기는 하나, 시간의 소중함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을 정도로 바쁜 시기이기에 시간의 귀중함을 깨닫기 시작하는 30대부터를 1기로 잡았다 하였다.
제1단계 수렵기: 30~45세
제 2단계 더블 스탠더드기: 45~60세
제3단계 원숙기: 60~75세
제 4단계 제로 출력기: 75세 이상
각 4단계를 사계절로 본다고 하면, 지금까지는 봄과 여름에만 치중한 삶을 살아왔다. 가을과 겨울이 길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길고긴 가을과 겨울을 행복하게 보내지 못한다면 진정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할 수가 없다.
장수는 축복이다. 그러나 아무런 준비 없이 맞이하는 긴 가을, 겨울은 축복이 아니라 비극이 될 공산이 크다. 잊지 말자. 24.25P
젊을때의 저자의 시간 관리는 정말 초 단위로 진행될정도로 쉴새없이 몰아세우는 느낌이었다. 다소 여유있게 지내길 좋아하는 내게는 숨이 막히는 것과 같은 일이었는데, 노년에 대해서는 감히 생각도 못하고 그냥 막연하게만 느꼈던 30대의 나였지만, 저자의 말을 듣고 보니, 노년의 준비가 비단, 건강과 노후 자금 등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 배분관리 또한 아주 중요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일이 아닌 취미로 어릴 적 좋아했던 그림을 다시 시작하니 즐겁다는 친구에게도 이 책이 때마침 떠올라 취미 생활을 즐기는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더니 친구 또한 깊이 공감한다 하였다.
나또한 아기 낳고 좀 늦게 책을 읽는 재미에 좀 지나칠 정도로 빠지긴 하였으되, 뭔가에 심취하다보니, 나이들어서도 책을 가까이할 수 있으면 좋겠다하는 막연한 기대가 생겨서, 나이들고 외로울 거라는 생각이 좀 덜 드는 것은 다행이다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내가 준비해야할 부분들은 아직 한참 많이 남아있다 생각이 든다.
젊었을적의 시간을 보다 더 팽팽하고 긴장감있게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노년을 느긋하게 대비할 수 있도록 저자 말마따나 45세 이후에는 좀더 두 시간의 배분을 적절히해서 대비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