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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진 인생, 맛있는 문학 - 생을 요리하는 작가 18인과 함께 하는 영혼의 식사
유승준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9월
평점 :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 혹은 읽어보지 못했으나 읽고 싶게 만드는 작품들의 이야기가 음식과 문학이라는 주제로 엮여 비빔밥처럼 맛있게 버무려진 책이 나왔다. 서두를 제대로 읽어보지 못하고 읽기 시작했을 적에는 출판사에서 직접 인터뷰를 하신 건가 했는데, 다시 읽어보니 출판사 대표로 직접 책을 만들고, 또 쓰기까지 한 유승준이라는 분이 작가들의 책을 골라, 그 작품에 대해 음식과 인생을 주제로 인터뷰하고, 까사리빙과 에쎈(요리가 주제인 잡지라 할 수 있는)에 연재하였던 글을 바탕으로 책을 낸 것이 바로 이 책이었다.
문학 속에 등장하는 인간은 언제나 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는, 즉 먹고 살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그런 존재라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많은 독자들이 즐겨 읽는 한국 문학 작품 속에서 이 밥의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으며, 등장인물들이 먹고 사는 첨예한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헤쳐나가고 있는지를 면밀하게 살펴보고 싶었다. 그리고 작품을 쓴 작가 자신은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8p
음식과 문학이라는 만남이 어색하게 느껴질것 같았는데, 정말 멋드러지게 잘 어울리는 대목들을 뽑아낸 책이었다.
게다가 이 책을 읽고서, 이미 읽어봤던 책은, 작가의 후기를 통해 이런 내용으로 더 이해할 수 있구나 하는 점을 상기할 수 있었고, 읽어보지 못했던 작품들은 이 책을 읽은 것이 계기가 되어, 그 작품을 읽고 싶단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꽤 책을 많이 읽은 줄 착각하고있었건만.
그러고보니 내가 읽어본 책은 <누가 미모자를 그렸나> 하나였고, 익숙한 제목의 책들이 <인생이 허기질때 바다로 가라>, <낯익은 세상>, <다이어트의 여왕>,< 흑산>, <비즈니스>, <1인용 식탁>, <불량가족 레시피>였다.
책을 다 읽어보지는 못해도 관심이 많아 늘 신간 소식을 눈여겨 보고, 다른 독자들의 후기 등에도 관심을 두다 보니 읽어보지 않아도 귀에 익은 작품들이 제법 되었다. 그러면서 읽어본 양 착각한 작품들이 많았는데, 책 속에서 개략적으로 짚어주는 내용을 접하며, 아 이런 내용이구나, 나도 읽어보고 싶다 하는 생각이 제대로 샘솟게 되었다.
또, 이 책에서 처음 접했으나 무척 흥미로운 서술로 호기심을 자아낸, <폭식>, <저녁의 구애>, <이슬람 정육점>, <삼오식당>, <냠냠>, <빵은 유쾌하다>,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 <리브 앤 다이>, <풀빵 엄마>, <행복한 우동 가게> 등의 작품도 있었다.
책을 그저 흥미롭게 읽고, 때로는 속독을 하다보니 놓치는 부분도 많은 내 시선에서는 미처 못 잡아냈을 그런 깊이를, 인터뷰하고 이 책을 엮은 작가분의 깊이있는 서술로 시원하게 설명을 듣는 부분도 좋았다. 기존 작품들과 비교하여 예리하게 비교를 해내니, 작가들조차 이 인터뷰를 즐기시지 않았을까 싶다. 내 작품을 정말 사랑해주는 독자구나 하는 그런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이 책을 통해 재발견하게 된 책 중 하나가 바로 <인생이 허기질때 바다로 가라> 였다.
제목만 읽고서는 큰 흥미가 생기지 않았던 책이었는데 작가분의 설명을 듣다보니, 손암 정약전 선생이 쓴 자산어보라는 책이 전부 한자로 되어 있어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두루 읽지 못함을 아쉬워하며, 그 중 31가지의 해산물을 추려내 실제 저자분인 한창훈님이 직접 겪은 거문도 바다 이야기를 곁들여, 200년 전의 흑산도 바다와 지금의 바다를 연결시킨 작품이라는 것이었다.
김훈의 흑산이라는 작품 또한 정약용, 정약전, 정약현, 정약종 4형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저 김훈의 흑산이라는 작품 이름만 접하고도, 읽어보고 싶다 생각했을뿐 정확히 정약용 선생의 이야기라는 것도 모르고 있었던 나였다.
자산어보에 대한 두 상이한 작품을 이 책 속에서 풀이 형태로 만나고 나니, 두 권다 반드시 찾아읽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 책 한권만으로도 충분히 흥미진진 재미가 있으나, 살을 붙여 나가듯, 새로운 책에 대한 위시리스트를 작성하게 만드니, 올 가을, 읽고 싶은 책을 정하기에 꽤 도움이 될 그런 책이 아니었나 싶다.
이렇게 옴니버스 식으로 여러 작가의 인터뷰나 작품 소개를 하는 책을 간혹 접해본 적이 있으나 이번 책만큼 흥미롭게 읽은 적은 드물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