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계영님의 책을 정말 오랜만에 다시 읽게 되었다.
언플러그드 보이와 오디션 이후로 천계영님의 책을 읽지 못했다가, 뒤늦게 알고 보게 된 책이 바로 이 책 드레스 코드.
책 내용을 보니 연재중인 웹툰 같던데, 네이버에서는 도저히 본 적이 없고, 어디지? 하고 조회해보니 다음 웹툰!
악!
정말 오래전에 다음의 한메일, 카페 등에 빠져 살던 때가 있었는데 최근 들어 거의 네이버에서만 살았더니, 다음 웹툰에 이런 보석들이 숨어있는 걸 놓치고 살았다. 미생도 그랬는데, 드레스 코드도 그렇다.
사실 오디션의 엄청났던 인기와 "꽃미남"이란 무엇인가를 제대로 알게 해준 그 그림체 등을 생각해보다, 드레스 코드의 만화라기보다는 더욱 현실스러운 그림체를 접하고서는 같은 작가님의 그림이 맞는가~ 처음에는 문화적인 충격에 잠깐 휩싸이기도 하였다.
작가분 스스로를 주인공으로 삼았기에 꽃미남을 등극하기 보다 더욱 현실적인 그림과 내용에 충실하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디를 제대로 하고 싶은 사람들은 꽃미남 꽃미녀가 아닌 모든 평범한 사람들에 해당되기에, 평범하고 수수한 모습의 만화 캐릭터가 더욱 진실되게 와닿을 수도 있는 노릇이고 말이다.
만화지만 정말 얻을게 많은 내용이었다.
읽고 덮어버리는 책이 아닌, 숱한 공감을 하며, 아, 정말 이렇게 개선해봐야겠다, 팍팍 와닿는 실용서적이었달까?
다음 웹툰에 들어가보니, 덧글 중에 제발, 학생들을 위한 코디법 좀 알려주세요~ 하는 실생활 덧글과 문의글들이 수두룩 달리던데, 작가님의 기본 소양을 믿고, 그에 따라 변화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증거가 아니었을까 싶다.
1권이 따로 있는데 미처 못 읽고 2권인 코디노트, 신간부터 읽어보았다.
1권을 따로 읽어보지 않은 나같은 사람도 큰 차이 없이 몰두할 수 있을 정도로 독자적으로 구분된 책이라 할 수 있었다.
차례를 보면 습관, 비율, 허리, 키, 사이즈, 코디노트, 옷장정리에 대해 나온다.
사실 천계영 작가님의 전공이 법학이시기에 패셔너블한 차림새의 만화를 많이 그리긴 했어도 옷 입는 패션을 제안하는 만화를 연재하셨다고 했을때 처음에는 좀 의아스러웠다. 예전에 만화가님이 본인 연재 만화 짬짬이 그렸던 자신이 등장하는 한 페이지 만화 내용을 보면, 스스로의 모습을 후드 티에 안경을 쓴 수수한 모습으로 그려왔던 터라 그분의 변신이 어떨지 상상하기 힘들었기때문이었다.
그런데 작가님은 그 시작을 분명히 인정하고 시작하신다.
본인도 처음에 만화 의뢰를 받고 많이 난감했는데 그만큼 많은 책을 찾아가며 공부하고, 또 코디를 하기 위해 새로운 옷 사기를 즐기고 열심히 몰두하며, 일이 생활과 습관이 되도록 지내다보니 친구들에게도 "운동 하니? " 소리를 들을 정도가 되었고, 옷 잘입는 것이 즐거운 습관이자 스스로를 위한 행복한 운동이 되었음을 깨닫게 되었다는 첫 부분이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나도 옷을 잘 입고 싶지만, 그러기가 사실 쉽지가 않다.
키가 작은 편은 아니지만, 쉽게 살이 찌는 체질인지라 조심을 해야함에도 워낙 먹는 일을 즐기고, 운동을 싫어하는 터라, 늘 통통한 상태로 지내왔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옷을 사러 가는 것도, 치장하는 것도 싫어 하다보니 자꾸만 패션과는 거리가 멀게 지내게 되었는데,
자꾸만 이런 생활이 악순환이 되다보니 이건 정말 아니다란 생각이 들었다.
다시 다이어트를 해, 아기 낳기전, 결혼하기 전 등의 몸매로 되돌아가서, 마음껏 예쁜 옷도 입고, 젊음을 누려보고 싶은데 생각만 앞설뿐, 당장은 옷 사기 싫다, 꾸미기 싫다 하며 버티고만 있었다.
작가는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직시하라고 일러준다.
본인의 키와 몸무게, 몸매 사이즈 등을 아주 솔직히 공개하면서, 자신의 단점을 스스로 되돌아보고,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면 좋은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접근해나간다.
뚱뚱한 외모 못지않게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키.
작가분도 키가 큰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더욱 읽는 독자들이 공감하는 글과 그림을 쓰게 된 것 같다.
10cm커보이고 싶다고 힐이 높은 구두를 신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짚어 주었고, 키 커보이는 스타일, 작아보이는 스타일의 옷들을 직접 그려줌으로써 눈으로 비교 분석하고, 공감하는 일이 가능하게 만들어 주었다.
작가와 얼굴은 똑같지만, 몸매는 거의 모델같은, 마음 속의 계영이라는 패션의 요정을 만들어 현실과 이상 사이를 오가는 독자들에게 보다 믿음이 가는 조언을 해주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작가 스스로도 변화해가는 도중이므로 자신이 조언을 해주는 것보다 패션박사같은 또다른 존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속옷이 후크가 잠긴다거나, 상의의 단추가 잠기기만 해도, 맞는 옷이라 우기는 작가의 모습이 참 낯설지가 않았다. 바로 내 모습이었기에.
이런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것도 확실히 만화로 보니 더욱 와닿는 현실이었다. 패션의 요정은 이런 부분을 정확히 짚어 준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옷차림을 알고, 실행해야하며, 몸에 잘 맞는 옷을 입어야 제대로 된 옷입기를 한다는 기본적인 사실조차, 일일이 구체적으로 언급해주지 않으면 어쩌면 우리는 간과하고 살게 되는지 모르는 것이다. 이렇게 책으로 보니 일목요연한 것을.
어려운 패션에 관한 책들보다, 만화로 씌여있고, 열심히 공부하고, 본인이 직접 체험해서 나아진 결과들을 모아 그려놓다보니, 더욱 와닿는 구체적인 방안들이 되었다.
코디노트라는 것도 독특하고 재미난 방안이었고, 패션을 매칭할 수 있는 블로그와 사토리얼리스트라는 책등을 통해 제대로 된 자신만의 코디노트를 찾아가는 과정도 인상 깊었다.
오디션때의 충격과는 또다른 충격을 받았다.
내 실생활, 패션에도 지금의 눈높이에 맞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충격 말이다.
밖에 나갈일 없다고 (사실 없지는 않다 아이랑 외출하거나 여행가거나 할일이 무수히 많은데도) 작가처럼 트레이닝 복 등의 이지웨어만 고수해오다가, 정작 나갈일 생기면 입을 거 없다고 툴툴대게 되는 이 현실을 극복할 필요성.
지금의 내 몸이 밉다고 불만을 갖지 말고, 옷에 나를 맞추려 하지 말고, 옷을 나에 맞추려하는,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한다는 그런 사실 말이다.
참 멋진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드레스 코드
계속 연재중이라니 계속 찾아 읽어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