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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뱀파이어 ㅣ 스토리콜렉터 12
크리스토퍼 판즈워스 지음, 최필원 옮김 / 북로드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너대니얼 케이드 시리즈의 두번째 책이다. 첫번째는 바로 블로드 오스; 피의 맹세였다. 블로드 오스를 읽어보지 못하고 읽게 된 책이었지만, 전작을 읽어보지 못했어도 충분히 몰입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가독성을 갖춘 책이었다.
처음에는 제목만 접하고, 크게 오해를 할 뻔 했다. 애완동물이나 애인 등에 붙을 법한 ~의 라는 소유의 의미가 붙었기 때문이었다. 대통령의 뱀파이어라니 그저 그런 내용이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워낙 전작에 대한 후기들이 좋아서, 이 책 역시 제목만 그럴 뿐일 거라 생각하고 읽게 되었다.
그리고 뱀파이어에 대해 그동안 나왔던 수많은 하이틴 로맨스 소설들과 확연히 차별화된 내용임을 이내 깨달았다.
뱀파이어란 아름다운 외모와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으로 사람들을 유혹하고 사랑에 빠지던 다른 시리즈들과 달리 사람들을 가축으로 인식하고 포식자의 위치에 선, 결코 동등하지 않은 관계로 시작을 한다. 그러니 연애 운운하는 이야기와는 확실히 다를 수 밖에 없었다.
외모는 인간과 흡사하나,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뱀파이어의 존재, 게다가 그 스피드와 힘 또한 인간의 능력으로 당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뱀파이어가 왜 미국 대통령에게 피의 맹세를 하고, 미국의 안위를 위한 전폭적인 지원자가 되었는가? 자신의 목숨, 혹은 그 이상의 것을 다 내놓아야함에도 말이다.
어려서부터 아주 당연하게 미국을 "우리 편"으로 만들고 그 외의 적대국들은 모조리 악역을 만들어버린 헐리웃 영화에 익숙해져 왔지만 어른이 되고 보니, 무조건 좋은 줄 알았던 미국이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 있음을 알았기에 미국만 우상화를 만드는 그런 영화들을 어느 정도 걸러 보게 되었다. 그런데 이 소설, 재미는 있지만 좀 불편한 요소도 있다. 철저히 미국 대통령을 위한 뱀파이어, 그들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미국의 적이 될 사람들에게는 그 어떤 보복도 당연하다는 것을 누누히 강조를 한다. 빈 라덴이 끔찍한 바이러스의 희생양으로 괴물이 되어버리는 과정이 나타나 놀라게 하는 첫 장면을 보고서 처음에는 아, 지나치게 헐리웃 스타일의 소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런 미국 최고론의 불편함만 감수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책임을 알았다.
그래, 미국인이 쓴 미국의 소설이니까.
뱀파이어의 연애보다 더 스릴있고 무시무시할 수 있는 액션을 그려낸 작품이라는 장점과 오로지 미국 대통령에게 충성을 맹세한 미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뱀파이어의 존재에 대한 의문감이 든다는 단점, 두 가지를 모두 떠안고 있으나 분명 재미면은 뛰어났다.
바이러스 하나로 괴물로 변해버리는 수많은 사람들, 끔찍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뱀파이어인 케이드가 고군분투하지만 어쩐지 자꾸만 일이 꼬여만 갔다. 사실 대통령 직속 비호를 맡았다 해도 좋을 케이드와 뱀파이어 관리인 잭이 등장하는 이야기였지만 그들조차 손을 쓸수 없게 만드는 대통령 수석 비서관 프래도르때문에 케이드는 해결할 수 있는 일들도 난제로 꼬여버리는 상황에 직면하기 일쑤였다.
뛰어난 괴물 사냥꾼인 케이드를 위협하는 세력이 속속 등장하여 아무리 뛰어나다고는 하나 그의 싸움이 고독하고 더욱 힘겹게 느껴지는 일임을 분명하게 만들었다. 맨 처음에 오사마 빈 라덴이 실명으로 등장한 것도 놀라웠는데 그를 순식간에 괴물로 만들어버려서 어떻게 풀어나가려 그러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사실 책 속의 내용은 요즘의 많은 이야기들이 그렇듯 미국과 외부의 적과의 전쟁이 아닌 미국 내의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 CIA처럼 이미 수많은 영화에 회자된 널리 알려진 첩보기관이 아닌, 드러나지 않은 기관에 대한 언급과 그들의 초자연적인 활동 등이 그것이었다.
대통령의 뱀파이어이기에
미국 시민들의 안위와 대통령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임무라도 지켜내야하는 것이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라고 해도 대통령령이라면 무조건 그 명령을 지켜야 한다는것이 아이러니했다. 마치 그 옛날 왕의 명령이라면 그 어떤 무기보다도 강력한 힘을 발휘했던 것처럼. 오늘날도 마찬가지라고는 하나 케이드 정도라면 인간처럼 스스로 판단을 하고, 지킬 것과 지키지 않아도 될 것을 구분해도 좋으련만, 그는 정말 안쓰럽게 미련맞을 정도로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물론 그 명령의 힘이 구두 명령 뿐 아니라 실제로 케이드에게 지키지 않으면 위해가 가해질 수 있어 그런 것일 수 있겠지만.
영화로 만들어진다는데 꽤나 피비린내가 진동할 스크린이 연출되지 않을까 싶다. 책을 읽는 동안에도 살짝 비위가 상한 일이 여러번 있었는데 화면으로 보다보면, 어떨런지 ..
철저하게 인간을 위한 비밀요원이 되어버린 케이드, 그리고 백사십여년 넘게 살아온 그이기에 예전 화법을 구사한다던지 하는 식으로 주위 사람들과 쉽게 융화되지 못하는 그를 커버하기 위해 인간 관리인으로 그의 곁에 붙여진 잭, 그들의 콤비 이야기는 꽤나 흥미로운 방향으로 진행이 되었다. 갈수록 흥미진진해진 이야기에 다소 전편과 그 다음 편의 이야기는 도대체 어떻게 진행이 되려는지, 감히 대통령에게 스스로 찾아가 따져 물을 수도 있게 된 잭의 당당함도 멋스러웠고, 자신의 사람인 잭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케이드의 모습은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선서한 모습보다 더 실질적으로 와닿는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뒤늦게 불붙은 너대니얼 케이드 시리즈,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하나하나 내 호기심의 베일을 벗겨줄수있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