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 - 틱낫한 소설
틱낫한 지음, 한기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틱낫한 스님의 이름을 많이 접해봤으나, 정작 그 분의 책이나 일대기 등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접해본 적이 없었다. 너무나 유명하신 분이기에, 나같이 문외한의 귀에도 이미 충분히 낯익은 틱낫한님. 그 분의 첫 소설이라고 하기에, 다른 책들보다 소설을 편하게 여기고 좋아하는 내가 부담을 덜고 선택한 책이 바로 이 책 행자였다.

 

살아 있는 부처, 틱낫한 스님의 첫 번째 소설

 

『화』, 『화해』, 『지금 이 순간 그대로 행복하라』,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 등 수많은 수필집과 명상 서적을 출간하여 국내에 잘 알려진 틱낫한 스님이, 이번에는 꽌암 티낀의 전설을 다시 써낸 소설로 부처의 가르침을 전한다. 살아 있는 부처로 불리는 틱낫한 스님이 부처의 음성으로 쓴 첫 번째 소설이다.    출처: 출판사 정보

 

소설이라고는 하나 100% 무에서 창조된 이야기가 아닌, 베트남 사람들이라면 어려서부터 누누히 귀에 익도록 듣고 자란 꽌암 티낀의 이야기를 틱낫한님이 엮듯이 소설로 만들어 내놓은 책이라 한다. 주인공은 베트남의 실존 인물이자, 관음 보살의 현신이라 불릴 정도로 무한한 인내를 보인 분이라 하였다.

 

나중에 행자가 된 낀은 사실 남장을 한 여성이었다.

여성으로써의 삶을 살았을 적에도 그녀는 대부분의 여성과 달리 남자들처럼 많은 공부를 하였고, 명문인 다이땁대학에 합격까지 하였으나 부모는 딸을 대학에 보낼 생각이 없었다. 어려서부터 딸에게도 공부를 시킨 다른 집보다는 개방적인 가정이었음에도, 대학까지는 여성의 몫이 아니라 생각을 하였나보다. 사실 당시 베트남에서는 여성이 학문은 물론이고, 스님 또한 될수조차 없는 시대였다.

 낀은 집에서 독학으로 불교 경전에 심취하면서 비구니가 되고 싶은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실은 부모가 정해준 곳으로 시집을 가야하는 운명이었다.

 

낀은, 다이땁 대학에 다니는 지방 유지의 아들인 티엔시에게 시집을 갔으나 아들이 며느리에게 온통 애정을 빼앗기자, 시부모의 질투를 받아야 하는 애꿎은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 게다가 말도 안되는 누명을 뒤집어쓰고 파혼을 당하여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했는데 오히려 그녀는 자신의 삶을 불운하다 여기지 않고, 남장을 하여 승려가 되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그 곳에서 낀은 또한번 운명의 장난에 봉착하게 된다.

남장한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에 반한 재력가의 딸 마우의 짝사랑의 대상이 된 것이었다. 마우는 낀이 자신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고 거부하자, 홧김에 다른 남자와 동침을 하고, 처녀가 임신을 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마을이 떠들썩하게 난리가 나자, 마우는 차마 하인과 관계하였다 말을 하지 못하고, 낀의 아이를 가졌다고 거짓 증언을 하여, 낀이 견디지 못할 정도로 모진 매를 맞게 만들었다.

 

그럴리가 없음을 절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었음에도 마을 사람들은 마우의 말을 믿고 낀을 의심하고, 손가락질하였다.

낀은 자신이 남장 여자임을 밝혀 자신의 무고를 밝혀낼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입을 다물고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견뎌가는 한이 있더라도 너무나 하고 싶었던 스님이 되는 것으로 남을 것인지 운명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나같았으면 부당함을 밝힌다는 명목으로, 아니 사실은 모진 매와 고통을 견디기가 힘들어 바로, 내가 여자임을 밝혔을텐데.

낀은 그렇게 하면 자신이 승려 자격을 박탈당한다는 사실에 무한히 인내하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며, 세상의 고통과 번뇌에서 오히려 자유로워지려 하였다.

 

정말 불교에서 말하는 그런 해탈의 경지에 이른 이가 아니었을까.

이 책은 낀의 실제 이야기를 소설로 다룬 것 외에 낀의 발자취를 따르고 있는 틱낫한과 그의 제자들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우리는 똑같은 잘못을 끊임없이 되풀이하기에 꽌암 티낀의 현신들이 어디서나 우리에게 더 많은 인내심과 참을성, 이해심, 동정심, 포용력을 가지고 수행하며 설혹 말로써라도 우리를 학대하는이들에게 앙갚음을 하지 않도록 가르쳐줄 필요가 있다. 새로운 세기, 새로운 천 년을 맞이한 지금, 람동 주 바오록 고지에 위치한 반야승원에 살고 있는, 타이 틱낫한에게서 정식 계를 받은 379명의 수도승을 대상으로 다시 위험하리만큼 잘못된 인식과 폭력이 시작되었다. 132.133p

 

티낀은 자신을 살인자로 오해한 세상이나, 말도 안되는 음해로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게한 이까지도 모두  포용을 하고, 오해를 샀던 아이까지 받아들여 자신의 양자로 키웠다. 오늘날의 틱낫한 또한 자신을 괴롭히는 세상의 부당한 이치들을 이해와 관용으로 수용하려 노력을 하고 있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힘든 일이지만, 티낀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도 너그러이 마음을 다스리고 사람들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성인의 마음을 갖고, 마음의 평화를 얻도록 조언을 주는 것이 이 책의 중요 교훈인듯 하였다.

 

불의와 부당을 못 참고 쉽게 흥분하고 화가 나는 내 성격을 생각해볼 적에 그 화를 다 배출해낸다고 늘상 일이 원만하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일을 저질러놓고도 무신경하거나, 되려 화를 내는 사람들도 있었기에 그런 사람과 부딪힌다고 나의 기분이 가라앉는것은 아니었기때문이었다. 내가 참고 넘어가자 하는 일이 때때로 발생하지만 사실 어떻게 해야 좀더 기분좋고 쉽게 내 기분을 컨트롤할지는 여전히 어려운 난제이다. 사실 부처님과 같은 꽌암 티낀의 이야기가 불교신자도 아니고 지극히 속세인인 내게 강렬히 와닿지는 않지만 내 힘 만으로 바꿀 수 없는 세상이라면 내 마음부터 다스려보는 것이 나 자신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진실로 필요한 일임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계기는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