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제주도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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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학 후 처음으로 제주도를 다녀온 이후로, 몇년이 흐르도록 한번도 가지 못하다가, 결혼 후 태교 여행으로 다시 제주도를 방문한 것이 두번째 제주 여행이었다. 이후로 아이가 자라면서 매년 휴가는 제주도로 못이 박혀 버렸다. 거의 몇년째 제주도를 일년에 1~2회 정도 꼬박꼬박 방문하다보니, 이제는 제주도 가는 길이 정겹고 친근하기까지 하지만, 친구들이 묻는 것처럼 그렇게 자주 가면 이제 새로이 가볼데도 없겠다 하는 말에는 반대표를 낼 정도로 여전히 제주도는 내게 미개척의 공간인 여행지이다. 태교, 혹은 어린아이와의 여행이었고, 신랑 역시 휴식을 취하고 싶어했던 지라, 되도록 무리한 일정을 잡지 않고, 하루에 1~2곳만 둘러보고 편안히 쉬는 여행을 택했다. 다만 삼나무 숲길, 해안 도로 등의 다른 곳에서 만나기 힘든 제주도만의 도로를 한적하게 달려보는 것도 여행에 끼우니 하나하나가 모두 즐거운 여행이 되었다. 특히 작년부터는 친정 부모님, 여동생과 아이, 이렇게 한번 더 제주도를 갔더니 그 또한 새로운 여행이 되어 해외여행을 갈때보다 더욱 큰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너무나 좋아하셔서 올해 또 다시 제주도에 다녀왔지만 여전히 겹치는 곳 없이 새로운 곳들을 찾아다닐 수가 있어 좋은 곳이 제주도다. 8월에 부모님과, 그리고 9월 바로 어제까지 신랑과 아이 이렇게 셋이서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왔다.


특히 이번 제주도 여행에서는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유홍준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권 제주도편까지 같이 들고 간 여행이어서 더욱 행복하였다. 직장 일로 너무나 힘들어하는 신랑을 위해 이번 여행은 다른때보다도 철저히 더 휴식에 초점을 맞췄던 지라, 오름에 올라간다거나 올레길을 걸을 생각은 하지도 못했지만 다만,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을 귀로 듣고,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무리하게 관광지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그냥 그렇게 좋은 시간이 금새 흘러갔다. 게다가 너무나 좋아하는 책을 제주도에서 읽으니 더욱 뜻깊고 재미나게 와닿았달까?


많이는 아니지만, 휴가가 생길때마다 가까운 곳이라도 무조건 해외를 나가려했던 싱글 직장 시절을 생각해보면 결혼후 이런 저런 이유로 제주도를 찾기 시작하긴 했지만 그 장점들이 너무나 뛰어나 제주도를 자주 찾으며 곳곳의 매력을 알아가는 지금의 이 시간들이 너무나 소중한 경험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아이와 단촐히 갈때도 행복하고,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하기에도 좋은, 그런 곳, 친구와 가볼 수 있어도 좋겠고, 그 어느 곳이든 누군가와 함께 하건 이유를 불문하고 사랑하게 되는 곳이 바로 제주도가 아니었나 싶었다. 그러기에 제주도에 없는 시간동안에라도 제주도에 관련된 책이라면 여행 에세이, 가이드북, 올레길 체험책, 제주도 이민자의(?) 책 등 다양한 책들을 가리지않고 닥치는 대로 읽어나갔다. 그런데~ 정말 많은 제주도에 대한 책들을 읽었는데, 생활이 되고 여행이 되는 그 책들과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또 달랐다. 유홍준님의 시각으로 제주도가 어떻게 소개될지. 제주도 편이 출간될거라는 예고만 들어도 정말 기대가 되었는데,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읽어내려간 첫장부터 단단히 반하고 말았다.



제주 허씨

처음엔 이게 뭐지 했는데? 제주도를 여행하는 요즘의 대다수 사람들이 허자가 붙은 렌트카로 자유여행을 하다보니, 우리같은 수많은 제주 팬 관광객들에게 붙여진 이름이었다. 제주 허씨.




나의문화유산 답사기를 읽으며 몇년동안 여러차례 제주도를 다녀왔으니 내가 다녀온 곳들은 얼마나 있을까? 싶었는데, 우와~ 이렇게나 겹치는 곳이 없다니.. 되도록 많이 걷거나 몸이 힘들 곳들을 피하다보니,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하는 진짜 제주의 속살들은 구경도 못한 셈이 되었다. 사람들이 수차례 반복하고 강조했던 제주의 오름들, 그리고 제주 하면 가장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한라산 (엄마 말씀마따나 제주 여행을 하면서 한라산에 제대로 올라볼 생각을 단 한번도 해보지 않았다는게 부끄러울 정도로), 삼성혈, 추사 유적지 등등..

아니, 그럼 그 많은 곳들을 안 가고 도대체 어디를 둘러봤어요? 하고 묻는 이들이 있다면 정말 부끄러운 마음이 들 것이겠지만..

그런 한편 반가운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아, 아직도 이렇게 많은 곳들을 못 봤으니 이제까지의 제주 여행은 정말 맛보기였구나 이제 본격적으로 제주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들을 말이다

제주도 뉴스를 보며 놀라웠던 점이 뉴스 진행을 하는 앵커가 여성 단독 앵커인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두 번 정도 뉴스를 봤는데 두번의 제주 방송 모두 앵커가 여성 단독이었다. 서울을 포함한 다른 도시들 대부분 여성 앵커 단독으로 보도하기보다는 대부분 여성은 보조적인 역할인 경우가 많았다. 남자가 메인 앵커이고, 여성 앵커가 단독 진행을 한 사례는 예전 김주하 앵커 정도였고, 그때도 꽤나 크게 이슈화된 적이 있었는데 말이다. 아뭏든, 그 배경에 제주도에서의 여성의 역할과 지위가 상당히 높음을 알 수 있었다. 책에서도 나온다. 타지와 달리 물질 등을 통해 해녀가 하는 역할이 너무나 많고 중요했던 제주였던 지라, 남신과 여신이 같이 공존을 해도 여신이 더욱 대접을 받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와흘 본향당의 신목으로 추앙받는 두 그루의 팽나무가 뿜어내는 신령스러움은 정말 귀기 그 자체라 할 수 있을 정도라 하였다. 도대체 어느 정도길래 심약한 학생들이 한껏 웅크리게 만들 정도였을지 궁금해졌다.



또 늘상 제주여행을 하면서 한적한 도로교통 사정에 대부분 만족을 하곤 하였는데 (대도시처럼 빡빡하게 막힌 길이 아니라 신랑이 운전할때 너무나 편안해하였다.) 그 이유가 선박과 항공편으로 들어오는 인구 수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고, 살고 있는 주민수에 그 관광객수를 더해도 하루 평균 70만명 남짓의 사람들(서울 인구의 1/20)이 서울 면적의 3배나 되는 제주도에 있으니 한적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에 정말 바로 와닿았다. 이런 이야기를 운전하는 신랑에게 들려줄 수 있으니 신랑 또한 어느 가이드 설명 못지않게 재미나게 몰두하는 눈치였다.



대학때 갔던 가족여행은 패키지 관광여행이어서 가이드의 설명이 있었으나 크게 기억에 남는 설명들이 없었다. 이후로는 무조건 자유여행만 다니다보니 가이드의 꼼꼼한 설명을 들을 기회가 없었는데, 유홍준님의 이번 제주도편 나의문화유산답사기를 통해 그동안 궁금했던 제주도의 갈증이 싸악~ 풀리는 느낌이었다.


열대 야자수 가로수길만 이국적인 풍취라고 신기하고 사려니숲길의 삼나무길에만 반해왔는데 그 외 그냥 흘려보았던 제주 시내의 구실잣밤나무 가로수길, 서귀포의 담팔수 가로수길 등의 독특한 자생 나무 군에 대한 설명글을 읽으니 평범한 나무라 생각했던 그 가로수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을 하며 쳐다보게 되었다.


오름은 또 어떠한가. 어렵다 생각해서 도전해볼 생각도 안했던 오름들, 나 못지않게 여행을 좋아하고 책 또한 좋아하시는 아버지께 이 책을 보여드리면 분명 가시고 싶은 곳들을 한아름, 꼽으실 거란 생각이 들었다. 다랑쉬 오름, 용눈이오름, 아부 오름등을 꼽으시며 말이다. 그땐 아이도 좀더 자라니,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와 함께 오름에 아이의 걸음걸이로도 즐거이 오를 수 있는 그런 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제주도에서 유난히 자주 보았던 숨비소리라는 말에 대해서도 책 속에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해녀들이) 물 위로 솟을때마다 '호오이'히면서 한꺼번에 막혔던 숨을 몰아쉽니다. 그 소리를 '숨비소리'라고 하죠. 숨비소리는 음정이 날카로우면서도 짙은 애상을 간직한 정 깊은 생명의 소리입니다. 149p

역시 아는 만큼 보이고 사랑할 수 있는가보다. 하나하나 알아가고 배워가는 이 과정이 이렇게 행복할 수 없으니 말이다.



제주의 상징인 돌하르방에 대해서도 체계적인 설명을 접할 수 있었다. (최소한 18세기부터 내려오는) 제주에 있는 오리지널 돌하르방이 모두 47기라는 점과 삼성혈, 관덕정의 돌하르방이 제주 돌하르방의 전형성을 가장 잘 보여주고 가장 잘생긴 돌하르방이기에 제주 답사의 필수 코스로 두 곳이 들어간다는 사실도 배웠다.


제주도 여행을 하다보니, 처음 여행을 계획할때는 제주 여행 카페에 가입하고, 가이드북을 구입하고 내 나름대로 분주하게 연구하느라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는데, 차츰 차츰 여행 횟수가 늘어나면서 큰 뼈대와 계획만 세우고 나서는 자세한 일정으로 무리하게 다니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시간이 없는 분들 중에 제주 여행을 계획하면서 남들에게 일정이나 추천관광지를 물으시는 분들을 많이 보곤 했는데, 나도 그 중의 한사람이었지만 사실 어디를 보나 아름다운 곳들이 많은 제주인지라 자신과 가족이 원하는 취향을 생각해 그 곳을 중점적으로 둘러보고 오는 여행은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제주편은 어린이들, 학생들과 합께 답사여행으로 다녀오는데도 큰 도움이 될 책이고, 어른들에게도 제주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여행을 하기에 소중한 자료가 될 책이었다.

역시 유홍준님의 책답다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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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4 0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러브캣 2012-10-25 07:59   좋아요 0 | URL
네..실으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