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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을 위한 인생해석사전 : 더 단단하고 더 성숙한 서른을 위한 인생 지침서
센다 다쿠야 지음, 김윤희 옮김 / 명진출판사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갓 스물이 되었을 적에는 20대 후반을 달려가는 인생의 선배들은 당연히 나보다 훨씬 원숙한 어른들이라고 생각을 하였다. 우선 나보다 인생을 오래 살았고, 20대 후반이면 서른을 가까이 달려가니, 인생의 계획이 확고히 수립된 어른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때 나랑 한참 나이차이가 났던 그 선배님왈 "나도 너희랑 다를 바가 없어. 난 그냥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는데, 자꾸 시간이 흘러 나를 세상 밖으로 내모는 느낌이야."라는 그 말이 참 낯설게 느껴졌다. 무책임하게 느껴졌달까. 그런데 지금 내 나이 서른을 넘어섰는데도 여전히 스무살의 그때보다 훨씬 원숙해졌다는 그 느낌을 도저히 받지 못하고 살고 있다. 언제쯤 나는 어른으로 완성되는 것일까.
사춘기의 불안정함은 나도 모르게 벗어났지만 어른이 되었다고 완벽해졌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서른이 되어도 인생을 해석하는데는 여전히 어려움이 많은 우리들.
여전히 서툴고 어설픈 서른에게 전하는 한다발 꽃 같은 책이라는 띠지의 멘트가 그래서 따뜻하게 느껴진다.
나만 그런게 아니었구나.
인생의 어려운 난제들 앞에 좌절하고 쓰러지지 않도록 자신을 굳건히 붙잡게 하는 힘을 키워주기 위해서, 저자는 이 책을 흔들리는 서른들을 위해 내놓았다. 재미난 점은 저자는 일본인 자기계발서 전문가인데, 책의 목차는 ㄱㄴㄷ 순으로 정리가 되어 있다는 점이다. 번역하는 사람이 신경을 써서, 그에 맞게 번역을 해놓은 것일까? 보기좋게 다듬어진 그 문구덕에 어쩐지 한국인 저자가 글을 썼을 거라는 착각마저 들게 하기도 한다.
많은 글밥을 내리 읽어야하는 책은 아니다. 한꼭지 한꼭지 바쁜 생활 속에 조금씩 페이지를 접어나가며 읽어나가기에 무리가 없는 책이고, 언제 어디서고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책이다. 그림과 함께 풀이하듯 쓰여진 그 낱말들이 조금씩 내 안에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흔히 들어온 그런 식상한 이야기만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이야기가 더 많이 있었다. 어? 그래? 그렇구나! 물음표가 느낌표가 되어가는 그런 느낌. 이 책을 샘플북 삼아서 내 안의 지혜를 튼튼히 하고,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저자의 설명, 그렇게 어렵지 않게 씌여진 책을 소중히 내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한 책이다.
읽고, 내 것으로 만들어야 자기 발전을 할 수 있는 그런 책.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편안히 읽고서, 깨달음을 조금씩 얻어나가도 이미 반은 이루었다 느껴지는 그런 기분좋은 책과의 만남이었다.
남들이 다 하는 연애, 젊을 적에 안 하고 있으면 나만 바보 같고, 누군가와라도 만나야만 할것같아 가벼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면 인생이 아닌 영혼까지 피폐해진다는 일침이 따갑다. 진정한 사랑이 아닌 필요없는 가치없는 연애를 하느니 집에 가서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보라는 따끔한 충고를 받아들일 젊음들도 많을 것이다.
타고난 능력은 서른이 지나면 빛을 바랜다라는 말도 가벼운 충격으로 와닿았다.
사실 말은 하지 않아도 그런 느낌은 진작이 받아왔다. 이젠 정말 내가 후천적으로 노력한 그 능력만으로 버티고 살아나가야할 시기이건만, 직장생활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나는 너무 나태한 삶을 살았던게 아닐까.그런 후회조차 들었다.
어렵게 내놓은 의견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다면 사실 껄끄러울 수도 있다.
그런 그 어색한 느낌을, 반론이 있다는 것은 제대로 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역발상으로 재해석해봄도 신선하였다.
반론이 들어온다면 나의 의견을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무조건 다른 사람에게 동조하거나 기분나빠하지말고 의미없는 반론은 잊어버리고, 실수는 쿨하게 인정하는 것. 어른이 되어가는 시발점이 아닐까 싶었다.
하면 된다의 부분에서는 크게 웃고 말았다.
대개 해도 안되는 분위기의 교실에 급훈으로 붙어있는 말이라는 멘트를 보고 난 반응이었다.
하면 된다라는 말은 졸업과 동시에 잊고 해서 될일에만 도전하라는 말이 어쩐지 사회경험상 더욱 와닿는 결론이다 싶었는데, 정말 쿨하게 씌여 있어서 아, 말뿐인 책이 아니라 정말 생각해볼 말들이 많은 책이로구나 싶은 안도감이 들었다.
자꾸 벽에 부딪혀 힘들다 투덜대는 사람들에게 더욱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다.
지금은 집에 있어서 좌절을 덜 겪고 살고 있지만 예전 직장 생활을 할적에는 정말 하루하루가 고단한 그런 나날들이었다.
사실 지금 그냥 있는 그대로의 시간을 보내는 것에도 약간의 불안감은 자리하고 있는데 직장생활을 하거나 하면 더욱 그런 불안감이 가중되지 않을까 싶다. 조언이 되는 책을 찾고 있다면 그럴때 읽어봄직한 책이라 말해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