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열 살 지원이의 영어 동화
배지원.최명진 지음 / 남해의봄날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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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근교에 살고 있는 지원이라는 한국 아이의 작문을 모아 만든 한권의 영어 동화집, 행복한 열살 지원이의 영어 동화를 읽었다.

사실 이 책을 읽을때는 열살 아이가 쓴 영어 동화라 어떤 내용일까? 우리 아들이 자라면서 도움 받을 내용이 있을까 싶은 호기심과 동시에 외국에 살고 있으면서 영어를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은 안이하고도 약간은 삐딱한 마음까지 동시에 자릴 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실 생각해보면 한국의 열살 아이가 한국어로 동화를 쓴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영국에서 나고 자란 아이도 아니고, 한국에서 세살 반에 런던에 건너간, (물론, 자라면서 영어를 쉽게 접하게 되긴 하였겠지만) 지원이가 작문 시간에 선생님이 주시는 제시어 다섯 단어 정도를 갖고, 한편의 이야기가 아닌, 매편의 이야기가 모두 연계되는 동화를 완성해 나갔다는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아이가 그린 그림이라곤 믿기 힘들 정도로 깜찍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도 손수 그렸다.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가 그릴 법한 그림이기는 하되, 그래도 지원이가 다방면에 두루 재주가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아이들이 손쉽게 떠올릴 수 있는 이야기는 주로 자신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 경우가 많다. 그래서, 완전히 새로운 동화를 창작해내는 것보다는 일기를 쓰는 일이 좀더 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지원이는 자신의 일상을 바탕으로 글을 쓰되, 베지랜드라는 가상의 공간을 만들어내고, 그 안의 토끼 캐릭터와 마을을 만들어 스무 편이 넘는 에피소드들을 만들어내었다. 출판사에서는 지원이가 써내려간 27편의 에피소드 중 17편을 골라 책에 담았다.

책에는 지원이의 작문을 읽으며 첨삭 조언을 아끼지 않은 선생님의 멘트 또한 고스란히 수록되어 있었다.

학창 시절에 매일 쓰는 일기가 다소 귀찮기는 하였으나, 검사받은 일기장 밑에 실려있던 두 세줄 남짓한 빨간 색의 선생님 멘트가 그렇게 반갑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선생님과 편지를 주고 받은 느낌이랄까. 학창시절에는 선생님의 존재가 정말 크게 느껴지기때문에 선생님의 한말씀 한말씀을 일기장에 간직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한 기억이었다.

지원이는 작문 숙제 하나하나에 정성어린 선생님의 멘트를 받고, 다음 작문에는 그것을 반영해 잘못을 수정해간다.

아이의 작문이다 보니 완성도가 높은 것은 아니나, 그 글이 다듬어져 가는 과정을 바라보는 것이 뜻깊은 순간이 될 수 있었다.

아이의 영어 원문부터 읽어봐야했는데, 나쁜 버릇 중의 하나가 한국어 번역이 있으면 눈에 익은 번역부터 읽는다는 점이 있었다.

아이는 원문 영작을 하였고, 번역은 엄마가 직접 해서 올려준 내용이었다. 게으른 나는 영어원문부터 읽지를 않고, 나쁜 습관대로 번역부터 읽어내려가기 시작하였다. 나니아 연대기나 해리포터와 같은 환상적인 이야기라기보다는 평범한 아이의 일상이 투영된 토끼가족의 이야기라 할수 있었지만, 열살 아이의 머리에서 나온 순수 동화라는 점은 정말 믿기 힘들 정도였다.

이러한 행복한 영어 동화를 쓰기까지의 지원이를 있게 만든 영국의 일상이 어떠했는지는 지원맘의 이야기를 통해 사진과 더불어 즐거이 만날 수 있었다. 한국에서의 치열한 삶을 뒤로하고, 다소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듯한 런던에서 아이들과 더욱 같이할 시간이 많아진 지원이네 부모, 아이들은 부모님들의 밝은 관심 속에서 행복하게 성장해나가는 모습이 참 보기좋았다.



아직 아이 나이가 다섯살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한글이다 영어다 떠들썩하게 공부하는 집들이 많다보니, 마냥 놀리고 있는 내가 반성이 되고 있는 요즘이었다. 열살 아이의 영어 동화가 그래서 다소 멀게 느껴지는 부분(아이와 나이차가 있다보니)도 있었으나, 영국에 살지 않더라도, 아이의 영작습관을 들여주는데 보탬이 될 것 같아, 읽기 시작했는데 읽은 보람이 있다 느껴진다.

어른들에게도 성문 영어 등에 수록된 영작을 해보라고 하면, 정말 지겨운 생각이 들기 마련인데, 사실 맨 처음 영어를 배울 적에 다른 것이 아닌 영작부터 배우기 시작했을때는 그 당장에는 무척 재미나게 느껴졌었다. 그런 영어를 자꾸 문법 위주로 국한해 배우다보니, 나중에는 영작도 어렵고 부담스러운 것으로 느껴지게 되었는데 아이 영어 시작할때 회화 위주로 시작하는 요즘 영어 공부법에다가 영작을 하게 될 적에도 한국어 못지않게 재미나게 느낄 수 있도록, 영국 초등학교처럼 제시어를 주고 간단히 재미난 에피소드를 지어가기 시작하는 것으로 시작해봐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을테니 처음에는 동화가 아닌 단문부터 시작하고, 차츰차츰 이야기를 늘려나가면 일기건, 동화건 자신만의 이야기를 얼마든지 영어로 자신있게 쓸 수 있지 않을까.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유용한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은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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