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메랄다 산에서 인디고 섬까지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 2
프랑수아 플라스 지음, 공나리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5월
구판절판


프랑수아 플라스가 그린 가상의 공간들은 결국 지구상의 그 어느 곳인가를 답습하고 있는 듯 하였다. 아니 거꾸로 문명화되었다 자부하는 인간의 시선이 아닌, 그 반대의 시선, 원주민의 시선에서 본 혐오스런 문명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듯 하였다.

인디언, 원주민, 에스키모 등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이 책은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 2권에 해당되는 책으로 E에서 I까지의 다섯 나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전 편에 비해 좀더 구체적으로 어느 곳인가를 떠오르게 만드는 그런 삽화가 눈길을 끌었는데 에스메랄다 산 편에 등장하는 삽화는 마야 아즈텍 문명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게다가 그들이 잔인하고 흉포하다 일컬은 에스메랄다 산의 붉은 수염 오랑캐들은 자세히 읽어보면 은유법일뿐, 그것이 곧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하는 문명인들의 것임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다리가 보름달처럼 생긴 커다란 탁자들을 끌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들이 섬기는 신은 고개를 푹 수그린채 십자가에 매달려 있었고, 사람들은 그 신의 이름으로 잔인한 창을 휘두르며 그들의 비탄어린 심정을 드러냈습니다. 또한 그들은 검은 금속 막대기에 천둥과 번개를 가두어 두는 법을 알고 있었으나, 우리들의 아버지, 옥수수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17P

마치 성경의 예언구절을 읽어보면 그 미래의 모습이 오늘날의 문명의 이기와 닮아있어 놀라움을 경험하듯, 이 책에 실린 그 이민족의 이야기가 지구상의 인간의 이야기를 다룬 것임을 쉽게 깨달을 수 있었다.

그들뿐 아니라 주위 모든 부족들을 위협하는 그 붉은 수염 오랑캐들을 물리치는 방법은 전면 전투가 아니었다. 그들의 꿈으로 들어가 잠재워 물위에 뗏목에 실어 떠내려 보내는 방법이었다. 잔인하게 마야 문명을 파괴하였던 소위 문명인들과는 너무나 다른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낭가지크의 이야기에서는 당연히 북극의 에스키모 이야기들을 떠올렸고, 너무나 먼 곳이기에 더욱 이국적으로 느껴지는 그들의 생존이 걸린 사냥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신비한 동물의 도움을 얻게 되는 민화나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신비한 개가 소중히 한 여인이 아이와 함께 나타나 한 이야기는 전설처럼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개를 자신의 남편이라고 이야기한 것. 상징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었지만, 어쩌면 그 개가 늑대인간이거나 우리네 전설 속의 웅녀 등을 연상케 하는 또다른 인간의 모습일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들었다.


읽으면 읽을 수록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오르배 섬 지도의 이야기.

지도를 보면서, 그 안의 삽화, 또 그 속의 이야기들을 접하게 되는 데는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또한 즐겁게 만날 수 있는 상상 속 나라가 엿보이는 이야기였다.

다음엔 또 어떤 알파벳 나라의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그 이후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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