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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 여행 - 로키에서 태평양까지, 캠핑카로 돌아보는 국립공원
김남국.윤인섭 지음 / 시공사 / 2012년 7월
품절
그랜트캐년을 처음 본 것은 어릴 적 컬러 학습 대백과에서였는지, 다른 어떤책에서였는지 가물거리긴 하지만, 책에서였던 것은 확실하였다. 그리고, 이런 곳을 과연 내가 가 볼 수 있을까에 대해서 마치 달나라를 방문하는 일처럼 아득하고 멀게만 느껴져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랜드캐년을 캠핑카로 여행한다는 것은 물론이고, 아주 잠깐 관광으로 다녀오는 것에 대해서도 결심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그래서 이 책을 펼쳐들기전까지만 해도 미국 서부 하면, 어릴 적 서부영화의 한 장면이나 예상하며 큰 기대를 못하고 펼쳐든 것이 사실이었다.
어째, 유럽에 대한 기대는 그토록 크면서 정작 미국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편히 다녀오는 뉴욕 위주로만 여행 생각을 하고, 그 밖에는 크게 기대를 하지 못했던 것일까, 자연 그대로의 풍광이 이토록 광대하고 아름답게 펼쳐져 있는 곳이 비단 호주, 뉴질랜드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미국에도 있음을 아주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영국 BBC방송이 선정한, 죽기전에 꼭 가봐야할 여행지 50곳 중의 1위로 뽑혔다는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
나도 그 곳에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가 부모님과, 우리 아이 크고 나면 어디를 여행갈까 고민하기에 앞서 미국이라는 멋진 여행지가 있음을 깨닫고, 즐거운 미래의 여행 계획을 세우게 된 기분좋은 책이 되기도 하였다.
겁이 많은 편이고, 캠핑에 적합하지 않은 저질 체력을 소유한지라 오토 캠핑은 힘들겠지만, 패키지 관광이건, 렌트카 여행을 통해서건 책에 나온 그 어느 곳, 그 중 그랜드 캐년은 꼭 포함해서, 여러 국립 공원을 다녀올 기회가 닿으면 정말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국립공원의 면적을 모두 합하면 한반도의 두배가 넘는다는 미국의 국립공원.
80달러짜리 미국 국립공원 연간이용권이 있으면 이 모든 국립공원들을 일년내내 운전자와 동승자 1인까지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니, 짧은 여행 기간이 아니라 넉넉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두루두루 살피고 즐기고 오면 좋을 또다른 신세계를 발견한 기분이었다.
이 책은 미국 국립공원의 이모저모를, 오토캠핑과 관련하여 상세히 다뤄주고 있는 책이었다.
보기만 해도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너무나 멋스러운 풍광 사진은 덤으로 주어지는 선물이었다.
캠핑과 관련된 정보들도, 우리나라에서부터 미리 준비하면 좋을 준비물에서부터 미국 현지에서 조달할 물품들까지 상세한 설명을 곁들여 실려 있었다. 캠핑 차량 정보와 캠핑 정보가 개략적으로 소개가 된후, 각 국립 공원 소개와 지도, 대표적인 볼거리 등이 여행 가이드북처럼 실려 있으면서도 여행가이드북보다 훨씬 읽을거리 볼거리가 풍성한 책으로, 여행에 앞서 읽고 보는 것으로 만족해도 충분할 재미난 내용들로 채워져 있었다.
미국 국립공원이 오늘날의 모습으로 자리하기까지, 나라가 앞서 힘쓰기보다, 한 개인이 힘쓴 노력이 지대하게 크다는 것이 놀랍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특히나 국립공원 관리공단 초대 이사장인 매서라는 사람은 젊어서 크게 성공하여 부를 축적하였으나, 자신의 우울증을 고치는데 자연의 힘만큼 효과적인게 없다는 것을 깨닫고, 물심양면으로 국립공원 조성에 힘써나가기 시작하였다. 그가 정재계 지인들을 설득하여, 아름다운 풍광의 땅을 사들여 국립공원으로 기증하게 만들어나간 이야기들은 그와 그의 비서의 혁혁한 공이 오늘날의 국립공원의 큰 뿌리가 되었음을 뒷받침해주는 사실이기도 하였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라고 하지만, 하늘에서 뚝 떨어진게 아닌 그 엄청난 땅들이 국립공원이 되기까지의 노력이 얼마나 컸을지는 과연 상상하기조차 힘들 것 같았다.
그랜드캐니언의 인기 못지않게, 인기를 누리고 있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한국인들이 유독 좋아하는 곳이라 하였다.
우리나라 사람 뿐 아니라, 국립공원계의 슈퍼스타 격이라고 하였다.미국 국립공원 관리공단 초대 이사장인 스티븐 매서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국립공원으로 한결같이 요세미티를 꼽았다. 127p 스티브 잡스가 결혼식을 올린 곳이 요세미티 국립공원 안의 아와니 호텔이었고, 루스벨트 대통령이 경호와 의전을 모두 물리치고 홀로 3일이나 캠핑을 한 곳이 요세미티기도 하단다.
도대체 어떤 아름다움을 갖고 있는 곳이기에 한결같이 요세미티에 대한 극찬들을 하는 것인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졌다.
아름다운 요세미티 국립공원, 그러나 요세미티라는 뜻은 알고 보면 충격적이었다.
원주민 말로 그들은 살인자다!라는 뜻이란다. 그 곳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을 백인 군인들이 무차별적으로 살인하고, 쫓아내던 와중에 지명에 이름을 붙이려고, 당신 부족의 이름이 무엇이냐? 라고 물었더니 요세미티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다.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아와니가 진짜 지명이었고, 요세미티는 그들은 살인자다라는 뜻이었다니 놀라운 풍광을 자랑하는 국립공원의 이름에 이런 후일담이 있다는 것이 충격적이 아닐 수 없었다.
워낙 넓어 한 번 여행으로 이 모든 것들을 볼수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단 한 곳이라도, 기회가 닿는다면 그랜드 캐니언과 요세미티 모두 둘러볼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된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