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랄발랄 하은맘의 불량육아 - 0-10세 아이 엄마들의 필독서 지랄발랄 하은맘의 육아 시리즈
김선미 지음 / 무한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에 이 책 제목을 접했을 적에는 다소 심기가 불편했었다. 아니, 왜 엄마 앞에 이런 말이 붙는 거지? 지나가는 아이들이 하는 욕설과 비속어도 귀에 거슬리는 마당에 왜 아이엄마가 이런 말투로 지은 제목으로 책까지 낸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100만 어뭉들의 뒷목을 후려쳤다는데, 이젠 100만 1명이 된건가? 하핫. 뒤늦게 하은맘을 알게 되었는데, 책 속 이야기들이 사실 제목을 읽을때처럼 껄끄럽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속이 후련해지는 느낌이 들었달까. 읽으면 읽을수록 그녀의 맺힌 이야기들이, 고상하게 살고자하나 육아의 삶은 고단할 수 밖에 없는 우리 엄마들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해주는 것 같아 있는 그대로 속이 다 후련해졌다.

그리고 진심으로 미안해졌다.

늘 반성하는 나지만, 정말 어떤 육아서를 읽어도 늘 나는 아이 앞에서 미안한 엄마였는데, 이 책에서는 정말 제대로 더욱 뼈저리게 나의 잘못을 짚고 있었다.

 

늦은 나이에 아이 엄마가 되어서, 해줄 수 있는게 책 육아밖에 없어 책 읽기만 해줬다는 엄마. 사실 그 말에 나도 좀 공감을 했다. 그러고 싶었다. 아이를 일찍 원에 보낸 것도 아니고, 다른 엄마들처럼 여기저기 학원에 문화센터에 보내지도 않고 홈스쿨 두개 하고 있으나, 따로 복습도 안해주는 게으른 맘인지라, 책만 읽어준다는 것에 공감하고 싶었지만, 하은맘이 말하는 책 육아는 나의 것과는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판이하게 달랐다. 아주 비싼 전집이나 교구를 들이지 않는다는 것만 같을뿐, 그녀는 중고로라도 질좋은 전집들을 마구 들여서 (비싸지 않더라도 검색 후에 얼마든지 들일 수 있다 하니) 정말 새벽 몇시가 넘도록, 아이가 원하는 한 목이 터져 나가더라도 읽어줬다고 한다.

나? 아이가 책 읽어 달라 내밀때가 주로 밤인지라, 욘석이 자기 싫어 그런가 보다 싶어서, 이거 하나만 읽고 자자~ 하면서 딸랑 한 두권 읽어주고 억지로 재우기 일쑤였다.

낮에는 책 열권 가져와~ 엄마가 읽어줄께 하면, 가끔은 먹혔지만, 자기도 찾기 귀찮을터, 슬슬 빠져들기 시작한 레고에 심취해 하루 종일 레고만 만들고, 엄마랑도 레고만 하자고 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말았다. 한동안은 정말 그림만 그려대더니..이젠 레고만..

아기가 좋아한단 핑계로 엄마와 아빠, 친척들까지 모두 레고를 사주고, 아이는 레고만 만든다. 책 열권을 커녕 아무데도 안다니는 울 아들, 책 한권 읽어주지 않고 지나가는 날들도 많아지고 말았다.

 

가장 찔렸던 점. 하은맘은 콕콕 집어내고 있었다.

아이 육아 핑계로, 보다 좋은 전집, 육아 자료를 찾겠단 일념으로 좋아보이는 육아 파워 블로거 방문하고, 카페 등에서 정보 접하느라 날밤 지새우고 다음날 까칠한 컨디션으로, 놀아달라는 내 소중한 아이에게 소리 꽥꽥 지르며 짜증부리는 엄마들, 이 땅에 너무 많다는데 바로 여기 하나 있었다. 게다가 그렇게 육아서니 육아 정보니 찾는것 외에도 난 너무 내 책 읽기와 인터넷 삼매경에 소모하는 시간이 너무나 많았다. 지금도 새벽 세시반이다. 이러고 낮에는 아이 앞에서 낮잠 좀 자겠다 뻔뻔하게 졸라대겠지. 이런 엄마가 어디 있을꼬.

 

 

오늘 하루 몇권의 책을 읽었느냐를 고민하는 애미는 '하수'다.

지 블로그에 북트리랍시고 그날 읽은 책 사진 찍고 제목까지

일일이 치고 앉았는 애미는 더 하수다.

그 시간에 잠을 자든가 육아서를 보든가 휴식을 취해야

담날 피곤에 쩔어 애한테 진상 떨지않고 웃는 낯을 들이밀지. 쯧쯧쯧..

지가 꽂힌 책 한권을 애는 종일 수십번 보고 또 보고,

읽어주는 애미는 돌아버리고 욕이 나온다.

그러면서 소가 되새김질하듯 먹고 또 먹고 되뇌이고 소화키셔

피를 만들고 살을 만든다.

반복해서 읽은 1~2권이 권수 세며 뻘짓한 30~40권 보다 120배는 더 의미가 있다.

그걸 깨달은 애미가 비로소 '고수'를 향해 간느 거다.

파도를 타듯이 유유히 포물선을 그리듯 여유롭게, 하지만 뜨겁게...

책에 빠져들게 하기 위해 내 무릎에 슬쩍 눕듯이 앉혀 책을 읽어줬다.

애 잘때 하고 있던 쥐시장질, 소똥이네질 마저 하고 싶어 디지는 줄 알았고

이비에쑤, 투니전철 틀어주고 싶어 죽는 줄 알았다.

근데 그래버리면 그냥 오전은 땡~! 낮 동안 책은 그냥 꽝!이

되어버린다는 걸 너무나 잘 알기에 욕구를 참고 자제했던 거다. 158.159p

 

 

 

다 집어치우고, 아이 잘때 자고, 아이 놀아달랄때 놀아주고, 나가기 싫다면 억지로 나가지 말고 집에서 에어컨 틀고 책 읽어주라 말한다.

친구들 만나 밥 사먹고, 아이 손에 핸드폰 쥐어줄 시간에 집에서 아이와 편안하게 책 보고, 재미나게 놀아주고 그렇게 아이의 어린 시절을 보내주라 말한다. 아낀 돈으로 한달에 저렴하게 들인 전집 한질이 아이의 소중한 자양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 영어도, 한글 책 읽기처럼 그렇게 방대한 양이 쌓여야 한다 말하고 있었다.

그녀의 말이 사람들에게 씨알이 먹히는 까닭은, 그 모든 것을 아웃풋으로 표현해내는 그녀의 소중한 딸 하은이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11살 하은이는 네이티브 스피커 부럽지 않은 원어민 발음에 해리포터, 39클루스 같은 책들을 원서로 줄줄이 읽어내리는 아이가 되어 있었다.

 

아이 다섯살에 정말 생판 놀리기만 하고 있는 나, 하은맘 말대로 바지 뒷 주머니에 포스트잇과 매직 하나 들고 다니지 않던 나, 반성 많이 해야함을 알았다. 한글이 야호 남들 다 보는데 울 아들만 호랑이 무섭다고 싫어한다고 걱정하며 엄마표 한글 우리집에선 못하겠다 걱정했던 내가 얼마나 무심했던건지 깨닫게 되었다. 한글 떼기, 영어 떼기, 하은맘표 식으로 하는거, 절대 쉬워보이지 않지만, 아이를 위해 손놓고 있다, 나중에 갑자기 아이 혼자 천재 되기만을 바라는 간 큰 엄마 아니라면, "애씀" 정말 말 그대로 그녀가 좋아한다는 그 애씀을, 육아를, 아이를 위해 해봐야함이 아닌가 싶었다.

 

정말 절절하게 공감되는 책이어서, 백점 만점 주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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