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부식 열도 1 금융 부식 열도 시리즈 1
다카스기 료 지음, 이윤정 옮김 / 펄프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사실 물가가 너무 오르다보니, 책 한권 값이 만원을 호가하고, 이만원 가까이 되는 책들이 늘고 있는 것에도,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기쁨의 크기를 생각해본다면, 아깝다 할 부분이 아니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보다는 손이 더 빨리 가는 것이 인터넷이나 영화 등의 영상 정보인지라, 다시 책으로 눈길을 돌리게 하는 대안 중의 하나가 책가 인하가 될 수 있다면, 책으로 손길을 뻗으려는 사람들이 하나 둘 더 늘게 되지 않을까?

 

아이들 책인 비룡소, 세계 문학 전집과 다양한 양서로 유명한 민음사에서 새로이 만든 펄프는 이런 목적에서 만들어진 출판사가 아닐까 싶었다. 커피 두 잔 값으로 책 한권의 기쁨을 맞이할 수 있다. 게다가, 그 내용 또한 가벼운 문고판이 아니라, 권당 5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두께와 내용 역시 충실해서, 읽는 재미가 만원 이상의 책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책을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아낀 부분은 책 표지를 이중으로 하거나, 선전을 과대하게 하는 등의 과대 포장, 광고 등의 부문이 확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펄프라는 이름에 알맞게 책의 종이 또한 두께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가벼우면서도 일반 책의 종이보다는 품질은 좀 떨어질 것 같은 그런 느낌이 팍팍 드는 종이를 사용하여 다양하게 원가 절감을 시도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한가. 내가 좋아하는 책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면.. 이런 방법 또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음에, 그 길에 앞장 서준 민음사에게 고마운 마음이 드는 것을.

 

펄프에서 나온 책들로는 금융 부실 열도 1,2권, 디킨스의 최후 1,2권, 모르페우스의 영역, 데드 조커 1,2권 등이 있었다. 앞으로도 새로운 흥미진진한 신간들이 쭈욱 연달아 나올 예정이다. 글자만 강조된 표지가 다소 갑갑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평소 일본 소설들을 재미나게 읽어온 터라 (요즘같이 독도 망언들을 일삼을때면 그나마 애용하는 일본 작가의 책마저 손에서 놔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경제 방면에 둔감한 나였지만 박진감 넘치는 대작 금융 소설이라는 이 작품에, 지루해보이는 표지 따위는 잊기로 하였다.

 

 

 

역시나 한번 손에 잡으니 금새 휘리릭 넘어가는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흔히 일본의 경제 상황이나 여러 악조건 들이 우리가 조금 늦게 답습하고 있다라는 이야기를 많이들 한다. 부동산 버블이 빠진 상황도 그랬고, 신의 직장이라 믿었던 은행의 줄이은 도산과 부패가 드러나는 것도 우리에게는 현재의 일이나 일본에서는 이미 90년대에 몰아친 일이었다 한다. 이 책은 90년대의 일본 경제 위기를 다루고 있는 내용이라 하였다. 금융 부식 열도, 금융위기의 일본을 드러낸 제목이었다.

 

잘 나가는 엘리트 사원이었던 다케나카에게 어느 날 믿을 수 없는 인사조치가 행해졌다. 강등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총무부의 섭외반으로 발령이 난 것이었다. 너무나 기가 막혀하던 그에게 동기인 스기모토로부터 연락이 왔다. 도쿄대 법학부나 경제학부 출신자로만 구성이 된 MOF 담당들은 소위 최고 잘 나가는 엘리트들이었기에 차기 은행장까지 노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스기모토는 바로 mof 담당이었다. 줄을 잘타 차차차기 은행장을 노리고 있던 스기모토는 동기인 다케나카를 이용해 총회꾼들의 골치아픈 문제, 특히나 극비리에 진행되어야하는 교리쓰 은행 최고 권위자인 회장의 딸의 바람 문제를 해결하려 하였다. 동기임에도 스스로 다케나카의 상사인척, 보고서를 작성해 올리라는 등, 실제 일을 해야하는 건 섭외반 상부 명령이 아닌 자기 명령에 의한 것이라는 등, 다케나카를 좌절하게 만드는 말들을 일삼으면서 말이다.

 

거의 반강제적인 임무를 떠맡으면서 다케나카는 썩을 대로 썩고 곪을 대로 곪은 은행의 이면에 도달하게 되었다.

자신의 이윤과 상관 없다면 다른 사람, 다른 회사 쯤이야 어찌 되든 상관 안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 속에서 다케나카는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은행에서 거액의 융자를 얻어 내기 위해 계획적으로 유부녀인 회장 딸에게 접근해 눈먼 돈을 얻어낼 궁리 중인 사람의 치밀한 계획이 드러나는 가 하면, 접대를 위해서 남자들이 가는 곳이 극한적으로 어떤 곳이 나올지 모르는 것에 대한 이야기까지도 드러난다. 여자들이 좋아할 말랑말랑한 러브 라인은 쏙 빠지고, 그저 딱딱하게 느껴질 금융 부패의 이야기들이었지만, 그 몰입도는 상당히 센 편이었다. 정당하게 국민의 돈을 관할해줄거라 철썩같이 믿었던 금융권에서의 알고 보면 너무나 허무하기만 한 비뚫어진 부정부패들이 줄줄이 드러나는 모습은 차라리 눈을 감고 있으면 싶은 그런 부분들이기도 하였다.   

 

 

거의 예견되다 시피한 주인공의 수렁에서 벗어나는 과정은 어찌 진행이 될지, 2권의 내용이 궁금해졌지만 날을 꼴딱 새우고 나니 잠깐이라도 눈을 붙여야겠단 생각이 먼저 들어, 2권은 자고 나서 읽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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