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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보관 요리법 - 간편하게 냉동해서 쉽게 요리하는 ㅣ 리빙 라이프 3
이와사키 케이코 지음, 이은정 옮김 / 북웨이 / 2012년 7월
절판
얇지만 실속 있는 책.
친구가 아는 집 이야기를 하면서, 그 집에는 냉장고가 (딤채와 냉동고 포함) 자그마치 다섯개나 있다며 놀라워한 적이 있었다. 그분은 중년이시라 그러실수 있겠다 싶었으나, 사실 아기와 부부, 딸랑 세식구인 우리집에도 자그마치 네개나 되는 냉장고들이 있다. 결혼할때 냉장고는 클수록 좋다며, 당시 신혼부부 치고는 꽤 커다란 용량의 트윈홈바 양문형 냉장고를 샀고, 딤채 하나를 갖고 시집왔는데, 분명 두 부부가 먹는 양은 얼마 되지 않는데 수시로 냉동고에 얼리다보니 금새 그 큰 냉동칸이 꽉 차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슬금슬금 늘어난 냉동고 하나와 최근에 산 더 큰 용량의 김치냉장고 (한쪽을 냉동으로 돌려쓸수 있는 제품이다.). 이제 좀 여유있게 냉장고를 쓰겠구나 싶었는데 어느새 꽉 채워 쓰고 있었다.
분명 냉장고, 냉동고는 꽉꽉 차 있는데 요리를 하려고 부엌에만 서면 재료도, 요리도 생각나지 않는 아득함. 그래서 다시 장을 보러 가면 냉장고는 비워지지않는 악순환이 계속되곤 한다.
어느날인가 도대체 우리집 냉동고에 뭐가 이리 채워져 있나 하고 보니.. 무조건 쌀때 많이 사두라고 시댁에서 조언해주신 멸치가 가득 들어 있었고, 고춧가루, 다진 마늘 등이 꽤 많은 용량이라 거의 한 칸 씩을 차지하고 있었다.
냉동을 하지 않으면 금새 물러지거나 상하는 식재료들이 많아서 (많은양이라, 아니면 적은 양이라도 유통기한내 빨리 먹지 못해서) 냉동을 해두고 잊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책은 그런 단점을 체계적으로 보완해주는 책이었다.
사실 냉동보관법에 대한 냉장고 정리법과 조리법 책을 이번에 세번째 읽고 있다.
워낙 냉장고 관리에 문외한인지라 늘 도움을 얻어야할 형편이라 생각하는데, 맨 처음 읽은 책이 바로 같은 저자의 (요리가 쉬워지는 냉동보관법) 이란 책이었다. (http://melaney.blog.me/50084319330) 먼저 나온 책이다 보니 처음에 무척 신선한 충격이 있었고, 꼼꼼하고 실천력 있는 주부였다면 그에 따라 냉동실을 싹 정리했음 좋았을텐데. 두루뭉술한 성격이다 보니 읽고서 충격을 받고, 실천은 또 금새 무뎌지고 말았다.
이번에 새로 나온 책은 같은 저자의 책이면서 얇지만 포인트를 강조해서 핵심을 파악하기 쉽게 해준 책이라 말하고 싶다. 조리 메뉴도 조금씩 달라졌다. 마치 동일한 저자의 요리책이라고 해도, 모두 다른 색깔을 띠고 있듯이, 냉동 보관 요리를 체계적으로 실천하는 이와사기 케이코 님의 책은 두 권다 매력적이었다 말할 수 있겠다.
냉동보관법마다 등장하는 보관법 중에, 절대 하지 말라는 것을 늘 실천하고 있는 것이 나였다.
사실 이 책들을 보며 조금 나아졌다 할 수 있는 것이 예전같으면 대 용량 모짜렐라 치즈를 비닐째 통째로 얼려 고생을 하였던 것을, 이제는 사용 분량 별로 소분화하여 작은 지퍼백으로 얼려서 부피도 줄이고, 사용도 쉽게 바뀐 점들이 있다. 또 볶음밥용 채소도 한번에 많이 다져서, 쉽게 볶음밥에 응용할 수 있게 얼릴 생각을 했다는 것도 나아진 점 중 하나다. 그러고보니 한번에 통째로 내 습관과 마인드를 바꿀 수는 없지만 조금씩 아주 조금씩 개선은 되어가고 있었다.
냉동 식품이 맛이 없다. 신선하지 않다 라는 편견을 깨뜨려주는 가장 중요한 핵심 포인트가 바로 급속 냉동이라 한다. 냉동고에도 급속 냉동칸이 있는데 다른 냉동칸과 구분해 사용해본적이 없었다. 코스트코 등에서 가끔 보던 그 금속 쟁반으로 급속 냉동을 하여 식재료의 풍미를 잃지 않게 한 후에 다시 지퍼백 등에 구분해 얼리는 것이 키포인트라 하였다. 조금 귀찮아보이는 절차일 수 있으나 냉동보관요리의 맛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방법이라니, 꼭 실천해봐야겠다.
냉동하면 보통 사람들도 흔히 떠올리는 것이 고기와 해물(특히 생선) 정도이다. 이 책에서는 고기도, 소, 돼지, 닭 등을 구분하고 각각의 경우를 다시 다진 고기, 덩어리, 얇게 저민 고기,잘게 썬 고기 등으로 세분화하여 얼리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맛있게 냉동보관하는 방법과 더불어 활용하는 법까지 같이 소개되어, 따로따로 떼내어 고민할 필요가 없다.
눈에 띄는 것은 실제로 냉동보관법을 실천해 장보는 시간, 조리 시간, 장보기 비용 등을 줄인 사례도 맨 앞에 소개되었다는 점이다.
확실히 손질한 냉동 재료로 조리하는 데는 시간이 줄어든다. 나도 아주 간단한 것을 몇가지 실천해봐서 그 점은 분명 파악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비타민 파괴네 뭐네 해서 반대했던 신랑도 라면 끓일 시간에 벌써 볶음밥 하나를 뚝딱 대령하는 색시를 보고 놀라워하기도 하였다.
비밀은 맛있게 냉동보관 하는 비법에 있다.
무조건 생으로 얼리는 것이 아니라, 채소의 경우에는 시금치, 연근 등은 데친 후 얼리고, 단호박, 감자, 고구마 등을 삶아서 으깨서 보관하는 것이 특이하였다. 산마의 경우에는 갈아서 냉동을 해도 식감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얼리기 적합한 식재료가 고기, 해물 등이다보니, 냉동 식품으로 만든 밥상에는 고단백 식품이 다소 많이 보이기는 하였다. 신선한 생야채를 곁들여 먹는다면 매일 풍성한 맛있는 밥상을 손쉽게 만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식구 수는 적고 대부분 대용량으로 사야 저렴한 식품들이 많아 고민되는 많은 가정들에게 냉동보관 요리법은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는 요리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누구나 아는 냉동법 같아도 하나라도 더 배울 수 있는 비법이 실려있는 책이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