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조네스의 나라에서 북소리 사막까지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 1
프랑수아 플라스 지음, 공나리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지구상에 없는 나라의 지도를 만들어 여행하다.

 

프랑수아 플라스의 이 작품은 실제 존재하지 않은 오르배 섬이라는 둥글고 큰 섬의 학자들이 기록한 지도의 모습과 그 나라에 관련된 일화 등을 짤막하게 소개한 이야기집이었다. 각나라의 지도를 잘 보면 알파벳 대문자 형상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에는 A부터 D까지의 네 나라가 소개되어 있었고 총 26개의 나라가 총 오르배섬 시리즈로 소개됨을 예고해주었다.

 

가상의 나라를 상상해 지도까지 만들었다고 해서 처음에 생각했던 것은 세세하게 그려진 지도 그림으로 채워진 그림책이었다. 이 책에는 각 나라의 전체 개략적인 모습과 함께 세부의 이야기, 그리고 예상 밖으로 길었던 글밥의 이야기 후에는 글을 뒷받침해주는 놀라운 그림 설명들이 덧붙여 소개되어 있었다.

 

 

어려서부터 신화, 전설, 민화 등을 재미있어 하고, 세계의 불가사의 등의 이야기나 걸리버 이야기, 5월 35일 등 전혀 새로운 상상 속 공간의 이야기 등에 깊이 매료되었던 기억을 되살려 오랜만에 재미나게 본 그런 책이었다. 현실에 적응할 만한 나이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존재하지 않은 공간을 마치 당연히 있는 공간인양 소개한 이 책의 특성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나 또한 어려서 상상하기를 무척이나 즐겼기에 심지어 급우 하나는 친구의 장점을 추천하는 시간에 @@@의 상상력을 본받고 싶습니다. 라고 발표할 정도기도 하였다. 오늘날의 빨강머리 앤을 상상하면 좀 이해가 빨리 되려나? 어릴 적의 내 모습은 좀 허무맹랑해보일지 몰라도 그런 모습이 다분히 있었나보다. 고대 이집트로 되돌아가는 나일강의 소녀라는 만화를 보고, 이집트와 나의 필연(이란게 있진 않나, 왜 이리 설레나?)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기도 하고, 좀더 자라서까지도 세세하게 그려진 그림, 특히나 어딘가 이국적이면서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림 한장을 접하고도 나름대로 이런 저런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기도 하는등 그림과 상상이라는 영역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였다.

 

이 책의 저자는 세세한 그림을 그리고 상상력을 부여하는 것을 즐기는 작가였나보다. 작가 소개에도 그런 말이 나와 있었다.

누군가를 제 그림 속으로 데려가서 그 곳을 여행하게 하는 것, 바로 이것이 제가 가장 바라는 일이지요. 또한 저 자신도 그곳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저자 소갯말 중에서

오르배 섬을 이곳 저곳 여행하다가 어느 순간 저자와 마주치고, 서로 모른채 지나갈 수도 있음을 혼자 상상해보기도했다.

자신의 상상의 공간을 마치 현실 속 공간인양 떡하니 지도까지 만들고, 이야기를 하나하나 부여하는 그 정성이 실로 놀라울 정도였다.

아마조네스의 나라의 아마조네스 등은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아마존 여전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거기에 살을 붙여 그들의 치열했던 전투를 이야기하고, 사람들을 피하였으나 천재적인 음유 시인의 연주 앞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장면은 그 아름다운 순간을 상상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장면이었다.

 

쌍둥이 호수가 있는 바일라바이칼에서는 세심장돌이라는 이름의 무당이 등장한다. 그는 출생부터 남달랐다. 양쪽 눈 색깔이 다른 오드 아이로 태어났던 것. 어쩐지 전혀 가상의 나라의 이야기를 읽고 있음에도 지구상 어느 아프리카 부족의 이야기인것 같은 그런 이야기들도 제법 나온다. 외눈박이 거인 등이 등장하는이야기만 상상한다면, 이 책의 이야기는 가상의 이야기면서 보다 더 현실적인 부분도 제법 많다 이야기하고 싶었다. 현실과 비슷해 보여야 가상일지라도 설득력을 얻는 느낌이었달까.

 

C를 상징하는 바다의 진주 캉다아 만과 D를 상징하는 북소리 사막의 이야기가 사실은 앞의 이야기들보다 좀더 신화 같은 느낌이 들어 내게는 재미나게 느껴졌다. 열다섯살이 될때까지 바다를 한번도 본 적이 없었던 산골마을 족장의 딸 지야라는 아버지를 따라 처음으로 캉다아라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신부'라는 별명을 얻은51P 놀라운 항구 도시에 가보게 되었다. 그 곳에서 지야라는 평생 잊지 못할 그런 경험을 하게 되었다.

 

북소리 사막에서는 톨칼크라는 한 남자가 자신의 딸을 구하기 위해 아홉명의 왕자의 목숨까지 구하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세세한 지도의 모습을 보고 혼자서 상상하기에는 역부족일 이야기들이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어, 하나하나 읽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였다. 그림만 있었으면 아직 어린 우리 아들에게도 보여주기 좋았겠지만 아이가 좀더 자라서 읽어도 좋을 내용이었고 엄마도 재미나게 읽은 책인지라, 지도와 재미난 이야기로 살을 덧붙여 더 재미난 이야기를 아이가 만들어낼 수도 있을 법하였다. 새로운 공간을 주고 거기에 아이들의 상상을 더하게 만드는 책, 바로 오르배 그림책이 가진 묘미가 아니었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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