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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이 번지는 곳 베네치아 ㅣ In the Blue 6
백승선 지음 / 쉼 / 2012년 7월
품절
이 책의 장점은 같은 장소라도 시간차에 의한 색감의 느낌이 다른 그 아름다움을 절묘하게 잘 잡아낸 사진들로 다양한 시간대의 멋스러운 모습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물은 하늘과 마찬가지로 동경의 대상이 된다.
바다, 강 어느 곳에서건 먼 내륙에서 살아서 그런지 창밖으로 펼쳐지는 바다만 봐도 행복한 오션뷰 등은 내가 호텔을 결정할때 늘 가장 우선순위가 되는 요건 중 하나였다. 신혼여행을 갈 적에도 발리 리츠칼튼 풀빌라를 선택한 이유는 오로지 하나, 모 여행사 사진에서 보았던 욕조와 풀빌라에서 바라보이는 바다가 꿈처럼 느껴졌다는데 그 이유가 있었다. 그렇게 다녀온 여행은 내 꿈을 꽤나 만족시켜주는 그런 여행이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어쩌면 땅을 물처럼 여기고 살아가는 물의 도시 베네치아야말로 한눈에 반하게 될 그런 곳이 아닐까 싶었다. 그냥 다른 여행서들을 보면서는 멋지다. 라고 짤막하게 느꼈던 감상들을 번짐시리즈의 한 책, 낭만이 번지는 곳 베네치아의 사진들을 만나면서, 내가 동경해온 그런 곳이 바로 베네치아였음을 알게 되었다.
저자의 여행도 한장의 사진에서 비롯되었다면서 이 책을 읽은 독자들도 책 속 어느 사진 한 장, 한줄의 글로 인해 여행을 꿈꾸고 이루게 되길 바란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나를 끌어당기는 사진들 또한 너무나 많았다.
글보다 사진이 많아도 그저 행복하게 느껴지는 그런 드문 책들의 하나가 바로 번짐시리즈였다. 글이 적어 사진으로 채워진다기보다, 글로 표현하기 힘들 그런 감상들을 적시적절히 찍은 사진으로 이미 충분히 공감하게 된다고 해야할까?
118개의 섬과 177개의 운하, 그리고 400여개의 다리가 있다는 베네치아. 이민족의 침입을 피해 이탈리아인들이 숱한 나무 기둥을 박아 그 위에 건설한, 지금도 조금씩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있다는 도시의 뒷골목에 숨어 있는 천 년을 뛰어넘는 이야기들을 찾는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이 책은 다른 책과 달리 페이지가 나와 있지 않아 인용 구문 페이지를 적을 수 없음을 밝힌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 불리는 베네치아 여행의 중심, 산마르코 광장, 나폴레옹이 융럽의 응접실이라고 극찬했을 정도로 웅장하고 아름다운 곳이라 하였다. 유럽의 응접실이라는 찬사도 그 아름다움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된 나, 유럽 여행을 다녀오지 않아 베네치아의 궁극의 아름다움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었는데, 미리 알아보고 가는 것도 놓치는 것 없이 꼼꼼하게 보게 되는 여행이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쌓여가고 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꼭 유럽을 가게 된다면 베네치아를 눈에 담고 오리라.
베네치아에서 가장 폭이 좁은 곳에 가장 먼저 세워졌다는 리알토 다리는 베네치아의 명물 중 하나라 하였다. 또한 그 다리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건축가가 악마의 도움을 받고 가장 먼저 다리를 건너는 영혼을 넘기기로 약속한 대가를 어기려고 동물을 먼저 보내려 하자, 건축가의 사랑하는 임신한 아내를 먼저 건너게 악마가 꾀어, 슬프게도 아내와 뱃속 아기의 영혼까지 같이 잃었다는 전설은 충격적이기까지 하였다. 우리나라 에밀레 종 이야기의 전설이 너무나 가슴아팠던 것처럼 말이다. 다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면서 또 들려준 이야기 중에 인용한 동화, 하인츠 야니쉬의 다리 라는 동화가 있었다. 나 또한 읽어봤던 동화였기에 더욱 반가웠다. 좁은 다리를 마주 건너오던 곰과 거인이 다리 한가운데에서 만나, 서로 양보를 안하다가 결국에는 서로 끌어안고 조금씩 돌아 다리를 건너기로 하였다는 내용이었는데 이 책에 그림동화의 내용이 인용되니, (아는 내용이라) 더욱 반가웠다.
원래는 나무 다리였다는 리알토 다리는 현재는 대리석으로 되어 있다 하였다. 갯벌에 통나무 말뚝을 만 개 이상을 박아 만든 다리라는 이곳에는 지붕도 있고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의 배경이 된 곳 답게 상가들이 늘어서 있다 하였다. 베네치아가 베니스로 발음이 되기도 하는데, 베니스의 상인 이야기가 유래된 곳이라 하니, 리알토 다리, 베네치아에 가면 꼭 들러볼 명소임에 틀림없단 생각이 들었다.
믿기 힘들만큼 선명한 원색들로 벽을 칠한 색색의 집들, 도대체 어느 마을일까 싶었는데 산마르코 광장에서 바포레토를 타고 약 40분 정도 가면 나타나는 어촌마을 부라노 섬이었다.
아이들이 상상력으로 칠한 듯 노란색 벽과 푸른색 지붕, 빨간 창틀을 한 예쁜 집들이 섬 안에 가득하다.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는 것이 생업인 어부들이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올때 자신의 집을 찾기 쉽도록 집마다 각기 다른 독특한 색을 칠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아버지를 생각한 마음들이 이제는 마치 꽃밭처럼 마을을 어여쁘게 수놓아 관광 명소가 되게 한 것을 보면, 이탈리아인들의 생활에 파고든 미적 감각을 느끼게하는 대목이기도 하였다.
아름답다 감탄하다 보니 어느덧 책장의 마지막장을 덮고 있어 너무나 아쉬웠다. 사진으로 채워진 여행에세이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가 사실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여행서에서 기본적으로 기대하는 것들이 있기에 사진이 너무 많거나 적어도 안되고, 글만 너무 빼곡해도 안된다. 사진으로만 채워지면 성의가 없다는 등, 여러 악평이 달리기도 하는데, 이 책은 그 삐딱한 시선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지 않을까 싶었다. 사진이 담아내는 이야기가 너무나 풍성하기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