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를 걷다 - 몽블랑 트레킹
나두리 지음, 박현호 사진 / 책나무 / 2012년 7월
절판


이 책은 저자와 함께 알프스, 몽블랑 트레킹을 함께 다녀오는 느낌을 주는 그런 책이었다.

저자는 프로 산악꾼은 아니었다. 본인을 포함 다섯명의 여자 멤버들과 사진 담당이자 팀의 유일한 청일점이자 리더가 된 아이크 박현호님을 포함하여 총 여섯명의 멤버가 모두 40~50대의 중년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어려운 등반 도전 등에 40~50대의 여성이라니.. 사실 30대면서도 몽블랑은 커녕 동네 뒷산만 올라도 힘들다고 허덕허덕하는 저질체력을 갖고 있는 터라 도전하는 여성들의 패기가 놀랍게 존경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사실 저자를 제외한 다른 멤버들은 그래도 트레킹 경험이 있고 등산가로써 다져진 체력을 보유한 사람들이었던데 반해 저자는 등산장비 구입부터 아무것도 모르는 나와 비슷한 생초짜의 경지라 할 수 있었다.

사실 나도 그랬다. 왜 사람들이 덥고 힘들어보이는 발목까지 올라오는 등산화를 신고 산에 올라가는지를 몰랐다. 등산 장비는 또 왜 그렇게 비싼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저자는 등산장비 구입부터 시작해 실제 트레킹이나 등산에 얼마나 그런 장비가 효율적으로 도움이 되는지를 초보자가 이해하기 쉽게 조목조목 풀어주었다.



유럽여행을 다녀온 지인들 중에 다른 어느 곳보다 아름답다 손꼽는 곳이 바로 스위스의 알프스와 같은 풍광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지 못하는 이국적이면서 장엄한 그런 설산의 아름다움, 초록 들판과 하얀 설산, 그리고 파란 하늘이 빚어내는 그 신비한 조화는 그저 아무 곳이나 셔터를 눌러도 아름다운 화보사진이 될 그런 곳인 것 같았다. 이 책을 펼쳐든 첫 생각도 그런 욕심이 있었다. 알프스의 사진을 마음껏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그리고 나는 도저히 걸어서는 못 떠날 알프스를 책으로 대리만족하며 여행하고픈 꼼수를 부리는 기분까지도..

더운 여름 밤에 읽는 글인데도 저자가 전해주는 이야기가 직접 느껴지는 듯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예를 들어 고산지대를 여행하는 중인지라 제대로 씻기도 힘든 상황에서, 땀으로 샤워한듯 온 몸이 젖게 되는 상황이라던지.. 슬리핑백에 헤드 랜턴을 꺼내두지 않아 밤중에 홀로 일어나 화장실에 가야하는데 불도 못 켜고 소리도 못내어 혼자 날이 밝을때까지 끙끙거리며 참아야하는 기억이라던지 하는부분들이 말이다.

게다가 나 또한 산을 잘 타는 체질이 아닌지라, (산은 커녕 운동신경이 떨어지는 터라, 먼 곳을 걸어야한다 했을 적에 사실 큰 자신이 없을 정도였다.) 몽블랑 트레킹은 생각도 못할 지경이었고 한다 해도 늘 처지게 됨은 당연하게 받아들일 정도였는데, 그래서인지 저자가 자꾸 처져서 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고, 자신 또한 힘들어 허덕허덕하는 것에 충분히 공감이 되었다. (그래서 도전도 못하는 1인이 여기 있지 않은가.) 어쨌거나 많은 부분 여행 에세이라고 하면, 게다가 자유여행으로 남들이 잘 가지 않은 곳들에 도전하는 여행 에세이 등을 읽다보면 대부분 나이가 내 또래 내지는 나보다 젊은 이들이 쓴 책들을 많이 보았었는데, 나보다 나이도 많으면서 좀더 힘든 코스에 과감히 도전한 분들의 이야기를 읽으니 대단하단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부모님들을 보면 해외여행을 가실때 가장 곤란을 겪으시는게 바로 식사 문제였다. 그래서 늘 햇반과 반찬등을 챙겨 여행을 떠나시는 걸 봐왔는데, 저자와 일행분들의 나이가 한식을 좋아하실 나이라 내심 걱정이 되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곳에서도 닭죽, 짜장밥, 길거리에 지천으로 널린 민들레잎을 따서 쌈을 싸먹기도 하는 등, 스위스에서의 한식만찬을 생각한다는 것이 놀랍게도 느껴졌다. 빵이나 소시지 등으로 떼웠으면 훨씬 간단은 했겠지만, 밥심으로 버티는 한국 아줌마들에게는 많이 힘든 일일 수도 있었을텐데 하고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는데 꿋꿋이 밥을 해가며 산행을 지속하고, 슬리핑백 등으로 막영도 불사하고 트레킹을 완주해내는 모습이 멋져 보이기도 하였다.

엄청나게 무거운 배낭을 메고 산을 정말 날듯이 올라간다는 일행들을 보며 저자는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몸은 비록 천근만근이었을지언정, 일행들이 서로 끌어주고 다독여주며 (특히 초보트레커인 저자가 많이 처졌음에도 일행들의 배려를 많이 받을 수 있었다.) 걷는 자가 아니면 보기 힘들 알프스의 속살과도 같은 풍광들을 눈도장 콱콱 찍으며 볼 수 있었던 것은, 별을 사랑하는 멤버 하나는 아예 새벽에 추운데도 불구하고 눈으로 쏟아지는 별들을 보기 위해 슬리핑백을 열고 하늘을 바라보며 잠들었다는, 매연에 찌든 도시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그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이런 특별한 여정이 아니었으면 어디에서 경험하고, 또 기록할 수 있었겠는가.



힘들었겠지만 첫 완주를 잘 해낸 저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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