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거울 나라의 앨리스 ㅣ 동화 보물창고 52
루이스 캐럴 지음, 존 테니얼 그림,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8월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어렸을적에 재미나게 보고, 얼마전 어른이 되어 다시 읽게 되었다.
존 태니얼의 유명한 삽화보다도 디즈니 캐릭터로 친숙한 앨리스였기에, 파란 치마에 흰 앞치마를 두른 금발의 미소녀가 떠오르곤 했는데, 어른이 되어 다시 읽어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삽화는 더욱 원작을 잘 살린듯한 그런 느낌을 주었다. 게다가 그 책을 읽으며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 거울나라의 앨리스라고 하는 루이스 캐럴의 또다른 저서, 앨리스 후속편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읽었던 책이 아닌, 읽어보지 못한, 게다가 몹시 기대까지 되는 그런 동화라니,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펼쳐들게 되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땅속나라에 들어가 카드 게임을 하게 되는 이상하고 재미난 설정이라고 한다면,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는 앨리스가 귀여운 아기 고양이와 놀다가, 거울 속에 들어가 모든게 반대인 거울 나라를 체험하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또 카드 게임이 아닌 이번에는 체스 게임, 빨간 여왕과 하얀 여왕의 체스 게임에 앨리스가 하얀 졸부터 시작해 여왕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다루고 있달까
맨 처음에 게임 시작전의 체스 배열과 함께 하얀 졸, 앨리스가 열한수 만에 이기는 법이 소개되어 있었다. 체스 게임을 전혀 모르는 나로선 어려운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사실 체스 게임을 모른다 해도, 거울 나라에서 앨리스가 처음으로 만난 재버 워크의 노래의 기괴한 낱말 뜻들을 모른다고 해도 흐름을 이해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도 그랬지만 거울나라의 앨리스에서도 여전히 말장난은 지속되었다.
과연 어린 일곱살박이 아가씨가 이런 말장난을 다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결혼을 하지 않아 자녀가 없었던 루이스 캐롤은 즉석에서 지어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실제 이름이 앨리스인 귀여운 총장의 딸에게 즉흥적으로 들려주었고, 거울나라의 앨리스는 그로부터 6년이 지난후 지어진 속편이라고 하였다. 책속 설정으로는 앨리스가 이상한 땅속 나라로 여행을 떠난 여섯달 후 (6이라는 시간이 주는 공통점이라니) 거울나라로 가게 되는 이야기를 시간 배경으로 삼았다한다. 한 소녀를 위해 쓰여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두권의 동화, 앨리스가 누구인지 기억을 못하더라도, 루이스 캐롤을 통해 동화 속 주인공으로 살아남아 오늘날 많은 아이들에게 여전히 읽히고 있는걸 생각해보면 루이스 캐롤은 정말 앨리스에게 최고의 선물을 해준 것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팀 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본 사람들이 있으면 알겠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이야기가 많이 다르다
이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뿐 아니라 거울 나라의 앨리스 두 편의 이야기를 짜깁기한후 전혀 새로운 이야기로 각색해 만들어낸 이야기기에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라 하였다. 그 영화를 끝까지 다 보지는 않았지만, 중간중간 케이블 티브이를 통해 보았는데 강렬한 캐릭터들만으로도 충분히 인상깊은 그런 영화였다. 동화속 등장인물, 그것도 앨리스가 아니면 만날 수 없는 독특한 그런 등장인물들을 영화 속에서 생생히 만나는 그 반가움이라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만 보았던 내게 빨간 여왕과 하얀 여왕의 등장은 다소 생소하게 느껴졌는데 바로 거울 나라의 앨리스가 합쳐진 내용이라 낯설었던 것이었다.

1871년에 쓰여진 책임에도 이상하고 신기한 나라의 원형을 제대로 살려준 그 신비한 느낌은 2012년인 지금 읽어도 전혀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참신하게 와닿는다. 모든게 거꾸로인 거울 나라. 앨리스는 그 속에서 글씨만 거꾸로인 세상을 만나는게 아니라, 집밖에 나가고 싶어 아무리 걸어도 다시 집으로 가게 되자, 집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그제서야 집밖으로 가게 된다거나, 케이크를 나눠주려 하는데 아무리 잘라도 다시 붙으니, 거울나라 사람들(?)의 조언으로 케잌을 먼저 나누어주고, 그 후에 자르니, 신기하게 그렇게 되는 현상을 경험하기도 한다. 시간 순차적인 인과가 전혀 뒤바뀐 세상이라 재미난 그런 세상이었다.
영어로 씌여진 말장난이라 영어를 제대로 이해하면 원서로 읽어야 더 맛이 날 것 같은 책이었는데, 한국말로도 아이들이 그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재버워크의 노래를 한국식으로 재미나게 풀어낸것도 인상깊었다.
지글저녁녘, 나긋미끈한 토브들이
해시변덕에서 휙윙돌며 뾰쪽파네.
보로고브들은 완전히 비쩍꾀죄하고
집난 래스들은 야엣휫거렸지.
등으로 이어지는 시가 꽤 길다.
옮겨적기도 힘들 정도로 낯설은 문구들이 난무하다.
위의 시는 전형적인 난센스 시로, 루이스 캐럴이 직접 만들어낸 단어들로 가득하다. 이 가운데는 현재 '무의미한 말'을 뜻하는 단어로 널리 쓰이게 된 '재버워크', 광폭한 성질의 무시무시한 괴물을 뜯하게 된 '밴더스내치' 등과 같이 후에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어 사전에 등재된 단어들이 여럿 있다. 30p
셰익스피어의 경우에도 희곡 작품을 통해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내기도 하였다는데, 루이스 캐롤의 앨리스를 통해서도 새로운 영단어들이 나왔던 것이다. 자기 작품을 통해 신조어를 만들어내게 되다니, 정말 그 인기가 놀라운 작품임을 알 수 있었다.
이 정체불명의 시에 대해서는 나중에 험프티 덤프티가 다시 풀이를 해주었다.
험프티 덤프티라고?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웬지 계란 모양 아저씨 같은데..?
맞다!
이 책에는 험프티 덤프티, 트위들덤과 트위들디 같은 익숙한 캐릭터들이 등장을 한다. 어디서 들었는지 모르게 귀에 익었던 이들은 바로 마더 구즈 노래의 주인공들이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어린 유아들서부터 많이들려주기 시작하는 마더구즈, 서양에서는 정말 어린 아이들이 모두 듣고 자란 그런 노래가아닐수 없을 것이다. 루이스 캐럴은 바로 아이들이 익히 듣고 자란 동요속 주인공들을 자연스레 거울나라에 배치하여 앨리스와 만나게 해주었던 것이다. 동요속 노래의 결말을 잘 알고 있던 앨리스는 그래서, 등장인물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일어나게 될지를 잘 알고 있기도 한다.
"난 지금껏 어린아이가 전설상의 괴물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거 살아있는 거야?"
유니콘이 물었다.
144p
이런, 앨리스는 거울나라에서 전설상의 괴물 취급까지 받는다. 물론 그녀가 전설상 괴물인줄 알았던 유니콘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더욱 아이러니할 수 밖에. 그들은 앨리스가 말을 하고, 행동하는 것들을 신기해하면서도 앨리스에게 케이크 자르는 심부름까지 시켜 가면서 자연스럽게 어울리기도 한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 곳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그 모든 것들이 모든게 거꾸로, 반대인 그 곳에 가면, 아니 우리가 주인공이 아닌 전혀 새로운 어디를 가더라도 우리는 생소한, 이계의 생물 취급을 받을 수 있겠다 싶었다. 앨리스가 되어, 우리도 그런 생소한 경험을 할 수 있듯이 말이다.
어른들이 좋아하는 앞뒤 문구가 딱딱 떨어지는 그런 책은 아니었지만, 신기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내게 무척이나 흥미로운 책이었다.
어른이 되어 다시 읽어도 재미난 동화, 거울 나라의 앨리스.
묻혀질뻔한 보물을 뒤늦게라도 읽어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