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그려요 고미 타로의 생각 그리기
고미 타로 글.그림 / 살림어린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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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그리기, 특히나 탈 것 그리기를 너무너무 좋아해 하루에도 수십장씩 (거의 스케치북 한권씩)을 그리던 아들이 얼마 전부터는 레고놀이에 빠져서, 그림을 거의 그리지 않고 있어요. 정말 그림만 몇달 아니 거의 일년 가까이 그리곤 하였거든요. 그림 한참 그릴 때에는 나날이 그림 실력이 늘더니, 또 안 그리다 그리려니 약간 퇴보하는 듯한 모습도 보입니다. 우리 아이는 지금 46개월이랍니다.



억지로 그림그려라 보다는 아이의 그림에 대한 관심을 다시 자연스레 돌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고미 타로의 생각 그리기 시리즈는, 기존의 다른 비슷한 책들이 있어서 아이가 덜 흥미를 보이지 않을까 했는데, 고미 타로라는 이름에 열광하시는 엄마 분들이 여럿 계셔서, 어떤 책인지 궁금해졌어요. 친구네 집에도 마침 고미 타로가 그린 그림책이 있더라구요. 막상 친구는 작가의 이름을 잘 모르고 보여줬던 동화라고 하지만 말입니다. 전 고미 타로 그림책을 아이와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는데, 생각 그리기 시리즈 중 동물을 그려요를 아이와 한번 해보고 나니, 쉬우면서도 아이가 급격하게 흥미를 보이는 것에 정말 깜짝 놀랐답니다.

자유 그림 그리기를 할 적에 주로 탈것만 그리던 아이였던 지라 일부러 동물을 선택해 그리게 하였는데, 하나하나의 동물을 잘 그리지는 못하더라도, 열심히 하려는 모습을 보여서 엄마가 다 뿌듯해졌답니다. 어떤 그림에건 무조건 자동차를 그리던 아이가, 이제는 제시어에 따라서 생각대로 그림을 그리려 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거든요.



지시어를 제시해주고, 간단한 미완성 그림을 준 후 아이의 상상력을 동원해 그림을 그리도록 되어 있어요.

또, 스케치북 뜯어서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다 들었는데 (친구네 딸만 해도 그렇다네요. 무조건 뜯어서 그리려 한답니다.) 이 책은 정말 깔끔하게 스으윽~ 뜯어지는 구조라, 예쁘게 뜯어서 그림을 그린 후에 활용하기에도 무척 좋아요.

마치 액자처럼 한장한장마다 테두리가 멋지게 둘러져 있어서, 액자로도 또 테이블 매트로도 활용 가능하지요.

패밀리 레스토랑 등에 가면,아이들 흥미를 위해 색칠공부용 테이블 매트 종이를 따로 주는 곳들이 있더라구요.

이 책에서도 딱 테이블 매트 사이즈인 이 책의 종이를 뜯어서, 아이들 식탁에 올려놔주고, 아이의 그림을 화제로 즐거운 식사시간을 만들어보라고 이야기해주기도 하였답니다. 외출할때 몇 장 뜯어 가도 좋을 것 같고 아이 친구가 놀러와도 한권의 책을 나누어 그림그리기에 좋으니, 아이들 싸울 일도 없겠더라구요.



처음에는 아이가 책에 직접 그림을 그렸는데, 한장씩 뜯어주니, 자기가 뜯어보겠다 하더라구요. 나중에는 뜯는데 더 재미들릴 정도였지요. 부드럽게 잘 뜯기는데, 그 느낌이 참 좋거든요. 갑자기 재미들려서 한참을 뜯고 그리고 그러다 간신히 잠이 들었답니다. 더더~를 외치는 바람에 달래느라 애먹었어요. 게다가 뒷장이 공란이라 뒤에다가 자유 그림 그리는 재미도 쏠쏠하지요. 버릴 구석이 하나도 없어 더 좋았어요.


낚시바늘이 그려져있고, 무엇이 걸려있을지를 묻는 장면이 있었어요.

전 당연히 물고기 한마리 그려넣을 줄 알았는데..

웬걸, 낚시줄을 연결해서 낚시대와 손잡이를 먼저 그리더라구요.

펭귄 집 그리는 장면도 있었는데, 아이가 이글루를 알까 싶었는데 오호~ 어디서 본걸까요. 요즘 펭귄만 따로 보여주거나 한 적이 거의 없고, 이글루라는 것에 대해 잘 알려준적도 없었는데 동그란 돔형으로 이글루 형태를 그려내었어요. 도치 엄마 눈에는 모든 것이 예뻐보입니다.

이후로도 아이의 그림을 보며 한참 웃었습니다.

멍멍멍멍! 강아지가 인상을 쓰며 짖어대는 장면에 무엇때문에 짖어댈까요? 하는 란이 있었어요.

그 앞에 네모난 박스부터 그리길래, 뭘 그리려는 걸까? 싶었어요. 보통은 더 큰 동물이나 같은 개, 뭐 그런 것들을 떠올리잖아요 어른들이라면 말이지요. 아이가 그린 것은 적십자 표시가 그려진 "병원"이었어요. 강아지가 병원을 보고 짖고 있다네요.

무슨 뜻일까요?

아이가 병원이 싫다는 뜻일까요?



또, 바구니를 보더니, 이건 뭘 그리는거냐 물어보더라구요.

새끼 고양이가 쌔근쌔근 잠을 자고 있대. 고양이를 그려봐~ 하니, 갑자기 웬 쥐 같은 것을 그립니다. 하지만 아이 눈엔 분명 고양이래요.

자고 있는 거라 눈을 감았대요.

그리고 옆에 졸라맨 같은 아저씨 하나를 그립니다. 바구니를 들고 가는 아저씨래요. 시키지 않아도 아이가 연상하는 대로 그림의 부족한 면을 채워나가는 모습이 참 좋았답니다.

뭔가를 하고 싶게 하는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책 같았어요. 우리 아이 하는 모습을 보니 말입니다.

금붕어 가족이 밥을 먹고 있는 모습을 그려보라 하니, (마침 학교 선생님인 여동생이 그림이 그려지기 전의 이 제시어를 보고 그런 말을 했었어요. 아이들이 어항 속에 그린 금붕어 가족을 보면, 아이의 가족에 대한 생각을 읽을 수 있다고 한다구요. 그래서 더욱 관심 갖고 지켜본 장면이었는데) 금붕어를 여럿 그리길래 어느게 엄마, 아빠, 아기야? 하고 물었거든요.

그랬더니 기상천외의 대답이 돌아왔어요.

엄마 물고기가 두 마리, 아빠는 회사에 갔고, 아기는 밑에 있대요.

응? 이건 어떻게 해석을 해야할지..엄마가 두 마리라는건 그만큼 애착이 강하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좋을까요?



구멍 속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요?를 보더니 아이의 눈이 반짝거립니다. 개미 등을 기대했던 엄마에게 아이는 새로운 그림을 그리겠다 하네요. 모래 하면 생각나는건 아이가 좋아하는 포크레인. 갈수록 특징 잡아 정교하게 잘 그리던 포크레인을 오랜만에 그리니 참 간소하게 그리네요. 포크레인이 구멍을 파고 있구요. 옆에 소방차가 기우뚱해서 아저씨가 떨어지고 있는 모습이래요.



아름다운 나비 모습 그리기에서는 파란색을 살짝 두른 분홍 나비를 색칠해주었어요.

아이들이 동화속에서 많이 만난 인기 캐릭터 무지개 물고기도 등장했는데요.

물고기 한마리가 그려져있고 바닷속 최고 멋쟁이 무지개 물고기를 그리라 하니, 색색의 크레용으로 멋진 줄무늬를 그려내었답니다.

밤을 좋아하는 동물을 그리는 까만 종이도 있었어요.

밝은 색으로 그려야 보인다고 밝은 크레용을 쥐어 주니, 나방과 박쥐, 그리고 돼지(?)를 그렸어요.

멧돼지는 밤에 돌아다닌다고 이야길 해줘서 돼지를 그린거냐 물어보니, 그냥 돼지가 밤을 좋아한다나요? 아이의 궤변은 가끔 능청스레 이어지기도 합니다.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걸어가는 돼지보다도 날아가는 나방과 박쥐, 특히 박쥐 날개가 인상 깊었어요. 너무 마음에 들어서 당장 자석을 찾아다가 냉동고에 붙여놓으니, 그게 또 자랑스러웠나봐요. 다음 그림도 붙여야한다면서 냉동고에 자기 그림을 한 가득 붙이려 하더라구요. (자석을 많이 붙이면 냉동고 효율이 떨어지니) 그림은 한번에 두장까지만 붙일 수 있어, 라고 이야기해주니 금방 수긍합니다.

아이와의 그림 그리기 시간, 고미타로의 생각 그리기로 하니 정말 즐거운 놀이가 되었어요.

그림 그리기 싫어하거나 무엇을 그릴지 몰라 막막한 아이들도 모두 금새 따라하며 즐겁게 자기 작품을 완성해나가고, 스토리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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