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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인형 스케치북 ㅣ 진선아이 스케치북 시리즈
제시 엑켈 지음 / 진선아이 / 2012년 7월
절판
어렸을 적에 엄마가 너무나 좋아했던 종이인형.
그때는 몇십원짜리 종이인형을 한장 사다가 열심히 오려서 만들곤 했는데, 한 인형당 옷이 많지 않아서 늘 아쉬움을 느끼곤 하였다.
요즘에는 아이들 문구사에 가보지 않아서 종이인형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고, 나무에 자석으로 된 인형 옷입히기 세트가 코스트코에서 판매되는 것을 보고, 인형 옷입히기는 여전히 인기있구나를 실감하였었다.
그리고, 얼마전 소녀의 패션스케치북의 다양한 그림과 인형들이, 종이인형을 만들어 놀면 참 좋겠다 생각이 들었었는데, 아예 진선아이에서 종이인형 책이 나와 더욱 큰 기쁨을 주었다.
이건 아우트라인은 그려져있고, 색칠이나 디자인 등은 추가로 아이가 직접 만들어 넣을 수 있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인형과 인형 옷인 것이다.
공주님을 키우면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을텐데 아들만 하나 두고 있다보니 집안은 온통 바퀴달린 자동차로 가득하고, 레고로 발디딜틈 없는 거실 공간을 보며 한숨만 나오곤 하였다. 아빠는 레고로도 잘 놀아주지만, 사실 엄마는 레고로는 조립은 해주어도 도둑 경찰놀이나 뭐 이런게 영 재미가 없어서 말이다. 이 책이 엄마는 처음부터 마음에 들었건만, 아들은 처음에는 보는둥 마는둥 하였었다.
그러다가 아이 공부하는 튼튼영어에서 인형 옷 오려 입히기가 본문에 등장하자, 뒷장에 본문이 나와 있어서 오릴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자꾸만 오리자고 졸라대었다. 마침 이 책이 생각나서, 이 책은 마음껏 색칠하고 오려도 되는데, 튼튼 영어는 뒤에 글씨가 씌어 있어서 오리면 책이 망가진다고 달래보았다. 그랬더니 갑자기 책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
화려한 드레스 이런 것보다, 고양이 옷, 의사, 간호사 가운 등 남자아이들도 흥미를 보일 만한 옷부터 보여주기 시작하였다.
색칠보다 그림그리기를, 그리고 오리기를 좋아하는 우리 아들, 바로 오리기부터 하자 하길래, 우선 색칠부터 하자고 하였다.
집에 물감처럼 사용하는 색연필이 있어서, 색연필로 대강 칠한후 물칠을 살짝 해주니, 물감과 색연필 느낌이 부드럽게 섞여 재미난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또, 아이가 좋아하는 사인펜으로도 색칠해보고, 가장 흔히 사용하는 크레용으로도 색칠해보았다.
넓은 면적에 어울리는 크레용과 좁은 면적에 어울리는 사인펜의 차이를 아이가 조금씩 깨닫기 시작하려나? 따로 일러주지는 않았는데 말이다. 이제 만 네살을 향해 가는 다섯살 우리 아들, 색칠하기에는 아직 큰 흥미가 없는지 조금 색칠하다가 우르르~ 칠해버리고, 얼른 오리기부터 하려고 하는 등 조급함을 보였다. 하지만, 오리고 나서 흥미를 잃을 줄 알았는데, 웬걸, 엄마가 한번 옷입히는 시범을 보여주니 이내 다른 옷도 오려서 만들자면서 열을 올리며 재미나게 오리고, 옷을 입히고 즐거워하였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인형은 미아와 체리라는 두 여자친구이다. 책 표지의 딱딱한 도화지로 인형이 앞 뒤 날개에 하나씩 그려져있어 오려서 사용하게 되어있고, 안쪽 좀더 얇지만, 일반 종이보다는 두꺼운 종이에 옷과 장신구, 신발 등이 한가득 들어 있었다. 앞뒤면이 다른 그림이라 아이들을 혼란스럽게 하지 않고, 앞뒤 그림 또한 일치하지만, 한쪽에만 디자인을 넣어서 뒤 그림과 양면으로 새로이 활용할 수 있게 한 것도 아이디어였다.
두 인형의 옷 또한 교환할수 있다. 인형의 신체동작이 같아서 (종이인형을 오려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동작이 다르면, 다른 인형의 옷을 입힐 수가 없다.) 얼마든지 호환할 수 있으니 안 그래도 많은 인형들의 옷과 소품이 둘이서 나눠 쓰니 더욱 풍성한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게다가 양면 활용이라면 그 두배 수라고 할 수 있겠다.)
좀더 나이가 있는 여아들처럼 알록달록 예쁜 인형옷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투박하지만 정성스러운 아들의 손길로 다듬어진 옷을 엄마와 아들이 함께 오려서 인형에게 입히고 노니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한두개 오리고 말줄 알았는데 아들이, 좀더를 자꾸 외쳐서, 고양이의상, 의사, 간호사,의상, 슈퍼 걸 의상, 여름철 바캉스 패션, 드레스, 빨강 망토 패션 등 다양한 의상들을 오리고 활용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놀았던 것 같다. 그러고서도 할머니댁 가는 데도, 지퍼백에 (책에 인형 옷 옷장만들기도 있었는데, 아직 만들기 전이어서 쉽게 지퍼백을 활용했다.) 인형과 옷을 담아서 갖고 가 놀겠다면서 챙겨갔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르는 바람에 할머니댁에 인형을 두고 왔다면서, 잠투정을 겸해서 인형 갖고 오라고 떼 쓰는 바람에 잠깐 난감하기도 하였다. 그만큼 인형 옷 입히기를 즐거워했다는 사실. 의외의 성과였다.
남아들도 재미나하는구나.
하기사, 소꿉놀이도 정말 재미나게 잘 노는 거 보면 인형 옷 입히기라고 크게 다를까 싶었다.
남아가 이 정도로 좋아한다면 여자아이들은 정말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싶었다.
안 그래도 분홍색 매니아라 분홍공주님 친구 딸, 분홍 표지의 이 책을 보면 열심히 색칠하고 꾸민 후에 오려서 자기만의 인형을 만들어 갖고 놀지 않을까 싶다. 친구들 딸을 위해 이 책을 주문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