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번의 여행에서 찾은 수상한 유럽 - 가이드북에 없는 유럽의 작은 마을 탐방기
톰 체셔 지음, 유지현 옮김 / 이덴슬리벨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휴가 계획을 짤때 신경을 안 쓸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여행 경비 문제다. 호텔비 못지않게 경비가 많이 드는 부분이 해외인경우, 비행기표 값인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에도 제주도 노선부터 시작해 해외로 나아가는 저가 항공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아직 이용해보지는 못했지만 그 놀라운 가격에 입이 벌어지기는 부지기수였다. 우리나라에서 비교적 가까운 편인 필리핀의 경우에는 세부 퍼시픽이라는 필리핀 저가 항공기를 이용하면 부담없이 갈 수 있어 그런지 일찌감치들 세부퍼시픽을 특가에 예매하는 경우도 많이 봐왔다. 휴가를 언제든, 갈수있는 사람이라면 일년에 몇차례씩 있을 항공사 특가를 노려 여행해보는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작년엔가 제주도 여행을 가면서,우리나라 저가 항공사 중에서 제주도를 임시 특가로 만원에 갈수있다는 (유류, 항공세 제외) 기사를 본 적도 있었다. 사실 그런 말에 혹하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이 책의 저자인 톰 체셔는 20년간 더 타임즈의 여행기자로 활동중인 저널리스트이다. 그 덕분에 80여개국이 넘는 나라를 여행했고 천번이 넘는 여행을 다니다보니, 나중에는 갈 곳이 없다는 생각마저 들었을게다. 그런 그가 독특한 발상으로 신선한 여행에 도전하였다. 저가항공기를 이용해 들어본 적 없는 생소한 (유럽의) 도시를 여행하는 것이다. 그렇게 첫 여행을 하게된 곳은 폴란드의 슈체친으로 900마일에 걸친 왕복여행을 1페니라는 놀라운 가격으로 다녀오게되었다. 1페니라.. 거기에 텍스를 더하면 24.63파운드, 거의 텍스 값만 드는 격이었다. 우리나라 1만원 제주도 여행보다 더 놀라운, 영국에서 폴란드로의 여행 1페니 여행.

 

사실 여행을 좋아하는 만큼 여행기 역시 좋아하지만, 사진이 풍성해야 그 곳을 대리경험한다는 생각을 하곤 하였다. 그러기에 처음 이 책을 펼쳐들고는 사진이 단 한 장도 없음에, (책의 두께는 상당히 두꺼운데) 참으로 실망을 하기도 하였다. 단, 이 책을 제대로 읽기 전까지, 펼쳐보기만 하였을때의 일이다.

 

그런데,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이 책이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그저 단순 여행기라 하기에는 그의 출중한 글 솜씨가 뒷받침되어 그런지 다양한 일화 등에 재미나하며 빠져들기 시작하였다.

관광객들이 잘 찾지 않는 곳을 관광객이면서 저널리스트이기까지 한 그가 찾아다니다보니 그 도시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으로 시청 등에 연락을 하면 시장과 면담이 잡히기도 하고, 경찰서장의 안내 하에 마을을 둘러보기도 한다. 호텔에서는 직원을 직접 붙여주어 "밤 문화"를 안내해주라는 친절한 서비스까지 해주기도 한다. 좀 지나친 특혜일 수 있단 생각도 들었으나 그만큼 자기 지역 발전에 관심을 두고 싶은 사람들의 시골 사람과도 같은 순수함이라 볼 수도 있겠다.

 

우리나라에서도 시골에서 도시로 많은 젊은이들이 유입되어서 시골이 많이 노동력이 부족한 현실이 되어가고 있듯이, 유럽에서는 영국 등의 잘 사는 나라로 가서 일을 하려는 동유럽의 젊은이들이 많아서, 정작 도시에 남아있는 사람들조차, 불안함에 떨며 언제고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아쉬우면서도 인상적이었다. 그 이야기를 신랑에게 하니, 그렇게 폴란드 등에서 들어온 노동인구가 늘어나 영국 젊은이들이 자경단까지 조직해 그들을 테러하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동남아 등에서 들어온 해외 노동인구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자리 시장이 좁아져 그들에게 냉대를 하기도 한단 기사를 접한 적이 있었는데 그런일들이 일어나고 있었구나 싶었다.

 

저렴한 여행이지만, 안타깝다고도 할 현실까지 같이 알게되는 그런 이야기였다.

 

그런가하면 그런 서구유럽의 여행객들을 반기지 않는 도시도 있었다.

저자가 최악의 여행지로 꼽은 브루노였다. 체코 제2의 도시인 브루노에서는 택시 기사 한사람을 제외하고는 가이드조차 그에게 소리를 빽빽 지르고, 베트남, 중국, 러시아 등 타지 사람들에 대한 철저한 불신만 드러낸채 홀대할뿐이었다. 심지어 그가 돈을 내고 이용하는 호텔과 레스토랑의 직원들조차, 얼마나 불친절한지. 아, 불친절한 곳은 여행하고 싶지 않아진다.

 

2006년에 씌여졌다는 이 여행기는 그때와 지금은 좀 달라진 여행 실정이 있을 수 있겠지만, 호텔 이름에서부터 그가 먹은 루블라냐의 말고기 버거와도 같은 요리들이 등장해 궁금증을 더해주기도 한다. 읽을때는 편안히 재미난 이야기처럼 읽고, 여행을 계획하게 되면 아 이런 곳도 괜찮겠구나 하며 참고해도 좋을 것 같았다.

 

유럽, 얼마나 싸게 갈 수 있을까? 라는 원제가 천번의 여행에서 찾은 수상한 유럽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바뀌어버렸다. 어느 쪽도 나쁘지 않다. 천번이라는 말도 인상 깊고, 수상한이라는 말은 더욱 호기심을 자아낸다. 원제 또한 유럽여행은 비싸다라는 (물론 런던부터 시작한 유럽여행은 우리나라에서부터 유럽까지 가기 위한 비용을 생각하면 훨씬 싸게 먹힐 수 밖에 없는 거겠지만) 저가여행도 충분히 재미나고 신선할 수 있음을 자신이 직접 체험해 이야기를 들려준 고로 재미난 여행 참고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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