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남자의 문제
하워드 제이콥슨 지음, 윤정숙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쉽게 읽히는 소설들을 좋아하지만, 저명한 권위의 상을 수상한 수상작들을 만나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다. 술술 읽히는 장르소설과 작품성, 문학성까지 추구하는 수상작들은 아무래도 거리감이 있기 마련인데, 요즘에는 재미난 작품들도 제법 있어서 수상작이라고 해서 거부감을 가질 일은 많지 않았다. 영국 최고의 권위있는 상이라는 부커상 수상작, 영국 남자의 문제, 이 작품은 살만 루시디, 이완 맥큐언, 마틴 에이미스와 같은 쟁쟁한 작가들의 작품이 올라 있었지만 이 책이 수상작으로 결정되는 데에는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라는 출판사 소개글과 43년 부커상 최초의 유머 소설이라는 띠지의 멘트가 나를 더욱 이끌었는지 모르겠다. 작품성과 유머까지 겸비한다면 읽는 재미까지 쏠쏠하겠구나.

 

그런데, 이 책을 펼쳐들고 다 읽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내게는 그 영국인들의 유머 코드가 공감이 되지 않았나보다. 어디에서 어떻게 웃어야할지를 몰라 난감했달까.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었던, 그러나 책 중간에 보니 거의 쉰 무렵이 되어가는 줄리언 트렌스러브와 성공적인 삶으로 정착했다는 샘 핑클러, 그들의 은사였던 리보르 셰프치크, 이 세 사람의 이야기가 진행이 된다. 주로 줄리언 트레스러브의 시선에서 진행이 되기는 하지만 말이다. 남은 두 사람은 유대인이지만, 트레스러브는 비유대인이다. 그는 샘이 가진 능수능란한 말재주서부터 다른 사람 (특히 자신)을 홀리는, 또는 압도하는 샘 핑클러의 삶을 동경한다. 그리고 급기야 스스로 유대인이 되고 싶어하고 유대인 여자와 관계를 맺고 싶어한다. 

 

어려서부터 유대인이 무엇인지 궁금해했었다.

그냥 특정 민족이라 하기엔 너무나 민족 색깔이 강하다고 해야할까. 특정 민족에 대한 테러와 억압이 이토록 지나칠 수 있을까. 유대인이 머리가 좋고 돈이 많다는 일반적인 통설조차 이 책 속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트레스러브의 두 아들들이 아버지의 우유부단하면서 유대인 동경하는 삶을 비웃으며 하는 이야기였다. 그럼 우리도 유대인일까? 

 

외모는 유명 연예인들을 닮은 듯한, 그러면서 어느 누구도 닮지 않은 모호하지만 잘생긴 얼굴의 트레스러브, 그는 어느 여자와도 정착을 하고 싶어하나 자신이 감당하기 힘든 여인들 말고, 자기 생각에 동정할 수 있을, ( 나 아니면 누가 데려갈까 싶은) 그런 여자들만 골라 사랑을 하고 결혼하고 싶어하였다. 그러나 여자들은 그런 트레스러브에세 넌덜머리를 내고 떠나간다. 다만 그의 아이는 임신하여 혼자 힘으로만 키운다. 그런 여성이 두명이나 있었다. 한번도 결혼을 하지 못한 트레스러브에게는 자신을 비웃는, 두 명의 전 여자친구와 두 명의 배다른 아이들이 있었던 것이다.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하고, 고령의 나이에도 끝없이 아내를 갈망하고 그리워하는 리보르.

그리고 정원에서 퇴비를 주다가도 바로 디너파티에 가도 될만큼 눈부시게 치장하고 집안일을 하던 아내 타일러를 두었던 샘 핑클러, 핑클러 역시 아내를 앞서 보내고 말았다. 아내를 잃은 두 남자와 그런 경험조차 해보지 못한 트레스러브.

 

트레스러브는 심지어 여자 강도에게 당신, 주 라는 말을 들으며 강도를 당했다. 혼자서 그로 인해 열등감과 유대인이 아닌 자신을 유대인으로 착각한 것 같은 강도의 발언에 무수한 의미를 부여하며 심오한 사색에 빠져든다. 그래, 이 남자 도저히 사랑할 수 없을 것 같다. 도대체가 자신의 삶이란게 있어야지 말이다. 전 여자친구들의 신랄한 비난을 들으면 그가 불쌍해지기도 했지만 맥을 못 추는 병자같은 환상에 빠져있는 그를 들여다보고 있는 내내 우울한 기분마저 들었다. 회색 영국인, 비가 많이 와 늘 우울한 그들의 분위기를 그냥 그대로 읽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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