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소도시 여행 - 예술가들이 사랑한 마을을 걷다
박정은 글 사진 / 시공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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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에 그림같은 골목이 나타난다. 흔히 산토리니가 연상되는 이런 곳이 스페인에도 있었나보다. 여름이라 그런지 표지의 청량한 느낌이 무척이나 시원하게 느껴졌다. 물론 스페인은 한낮의 햇볕이 너무나 뜨거워 시에스타를 실행하지 않을 수 없는 나라긴했지만 말이다.



사실 이 책을 읽기전에는 스페인에 대한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었다.

유럽 전역을 모두 다 못 가봤음에도 제일 가보고 싶은 곳은 프랑스였고 그 다음으로 다른 나라들을 꼽아보곤 했는데 스페인을 꼭 일정에 넣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정도로 스페인에 크게 매료되질 않았었다.

그.런.데. 스페인의 대도시도 아닌, 소도시를 발로 누빈 이 책 한권의 힘으로 꼭 가보고 싶은 곳 중의 하나, 혹은 스페인만 돌아보더라도 좋으니 꼭 가보고 싶은 그런 곳이 되어버렸다.

어려서부터 꿈꿔온 배낭여행자의 꿈을 이룬 것도 모자라 어느덧 60개국을 여행한 여행작가가 되었고,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 떠나볼까를 만들어 회원들과 함께 유럽 배낭여행서를 펴내기도 하였다. 홈페이지 '쁘리띠의 배낭여행 플래닛, 떠나볼까'를 통해 국내외 여행과 맛집, 육아 등의 포스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여행을 동경하는 한 사람으로 그녀가 걸어온 길들이 참 부러워졌지만 (막상 내게 하라면 참 못할 것 같다. 그냥 부러워만 한다.), 딸아이 돌 지난 후 이 책 제의를 받고, 스페인으로 홀로 여행을 떠나려다가 신랑이 갑자기 취직하는 바람에 돌쟁이 아기를 데리고 스페인으로 떠났다라는 머리글에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아기엄마가 되다보니 막상 살림과 육아를 병행하며 일을 한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기에 그녀의 과감한 결단, 어린 아기를 데리고 스페인까지 여행한다는 결심이 무모하면서도 참으로 대단하게 느껴진 것이다. 여행지에서는 다른 이의 도움을 얻은 것인지 아니면 현지의 어린이집등을 이용한 것인지는 도무지 알 수 없지만, 그녀 혼자서 여행을 다닌 흔적들이 발견된다. 아이를 데리고 먼 거리를 걷고 하는 것이 힘들었을텐데.. 그냥 정말 호텔등에 부탁하고 다닌것일까? 아니면 친정 엄마와 같이 떠난 것일까. 아이 엄마의 오지랍으로 자꾸 걱정이 드는 마음이었다. 어쨌거나 우선 아기엄마라는데 공감하고 읽기 시작하는 나, 이젠 정말 아들을 떼어놓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엄마가 되었나보다.

그녀 역시 처음에는 스페인에 큰 매력을 못 느꼈다가 순례자의 길을 걸으며 스페인어를 배우고 스페인 요리에 푹 빠져들어 스페인을 사랑하게 되었다하였다. 맛있는 요리, 나도 무척 좋아한다. 프랑스를 가고 싶은 이유, 또 도둑이 어쩌고 저쩌고 해도 이탈리아에 가보고 싶은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맛있는 음식을 현지에 가서 먹어보고픈 욕심 때문이었다. (같은 이유로라면 영국에는 크게 끌리지 않는달까)

그런데 스페인의 요리에 그녀가 아주 매료될 정도라니, 빠에야 정도밖에 생각 안나는 스페인의 별미가 무엇이길래? 하는 호기심도 일었다.



그녀가 처음으로 소개해준 곳은 테루엘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로미오와 줄리엣은 14세기 이야기이고, 그와 흡사한 테루엘의 연인 이야기가 있는데 13세기의 이야기라 하였다. 가난한 집안의 아들 디에고가 부잣집의 딸 이사벨을 사랑했으나 이사벨 부친의 반대로 결혼을 못하였다. 디에고는 5년 후 부자가 되어 돌아오면 이사벨과 결혼을 시켜달라 하고 무어인과의 전투에 참여해 큰 돈을 벌었다. 그 사이 이사벨 아버지는 딸의 결혼을 종용했으나 이사벨은 5년을 모두 채워 기다렸고, 그 이후에도 소식이 없자, 하는 수 없이 아버지의 뜻대로 결혼식을 올렸다. 하필 결혼식이 열리는 날, 디에고가 돌아왔고, 비극의 사랑의 주인공인 디에고가 이사벨에게 다시 사랑을 간청하였으나 이사벨은 이미 결혼한 몸이라며 디에고의 사랑을 거절하였다. 곧바로 디에고는 자살을 하고, 디에고의 관 옆에서 이사벨도 자결하고 말았다. 이들의 미라와 관이 발견되어 안치된 곳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테루엘이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비스켓에 올려 먹는 하몽에 대한 이야기도 전해주었다.

정열의 나라라 그런지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물론 천재 건축학자인 가우디처럼 독실한 종교인으로 검소하게 살다가 그만 불우한 사고를 당하고도 그를 알아보지 못한 사람들의 방치로 아쉽게 목숨을 잃은 경우도 있지만(가우디의 천재적인 작품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직접 사진으로 보니 그 웅장함과 자연스러움, 그리고 절대 따라갈 수 없는 아름다움에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살바도르 달리의 사랑 이야기는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나만 늘 늦게 아는 사실일 수도 있다.)

저자가 막장 드라마에 나올 법한 이야기라 칭하였고, 한국의 주부들이 들으면, 다들 어디 잘사나 두고 봐라. 욕을 할 불륜 연애사의 주인공이 바로 살바도르 달리와 갈라의 이야기였다. 존경하는 분의 아내와 눈이 맞아, 여인은 남편과 아이를 버리고, 달리는 친구를 버리고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였다. 대부분 불행하게 끝나는 이야기일텐데 그 둘은 죽을 때까지 서로 사랑하며 지냈다 한다. 마치 한몸처럼.

어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달리가 10살 위의 갈라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피게레스의 달리 박물관에는 온통 갈라를 상징하는 작품들이 가득하다 하였다. 카다케스의 달리의 집은 평범한 사람들의 눈에는 무척 이상하지만, 재미나게는 느껴지는 (그러나 초현실주의자인 달리의 눈에는 평범했을) 그런 집이었다 하였다. 사랑하는 사이였으면서도 왜 따로 살았는지는 의아스럽지만, 사랑하는 여인 갈라를 위해 푸볼의 성을 사들여 달리의 사랑을 담아 개조하였다 한다. 사랑이란 참으로 숭고하고 아름다운 것이면서도 시간이 좀 어긋나 만나게 되면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을 외면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단 생각이 들었다. (세 곳을 모두 다 돌아보기에는 거리가 떨어져있어 많이 불편해보였는데 그럼에도 세 곳을 모두 돌아본 저자가 부러워졌다. )



예술가들이 극찬한 하늘의 도시, 론다도 참으로 아름다웠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협곡을 내려다보는 다리 위에 서는 것만으로도 다리가 후들거릴 일이겠지만 사진으로 보기에도 이렇게 웅장하고 아름다운데 직접 가본 사람들은 어떤 심경일까 싶었다. 릴케와 헤밍웨이가 극찬했다는 론다를, 저자는 이렇게 적어놓았다.

"나는 아름다운 정원을 찾아 세상을 헤멨다. 그러다 마침내 발견한 곳이 바로 론다의 하늘 정원이다. " 163p

여행을 많이 다녀서인지 자료 조사를 많이 한 까닭인지 여행에세이에서 듣고 싶은 관련된 일화와 대표 음식의 유래 등까지 빼곡하게 들을 수 있었고, 숙소와 맛집 등에 대해서도 그녀가 직접 다녀온 정보를 바탕으로 솔직한 견해를 전해들을 수 있어 여행에세이이자 가이드북으로 참고하기 좋을 책이었다. 먼저 읽어본 분들이 이 책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라 이야기한 것을 뒤늦게 공감할 수 있었다. 표지만 매력적인 책이 아니었구나.



스페인의 아름다운 절경 등을 한컷 한컷의 사진으로만 감상하지 않고 하나하나 돌아볼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오늘 갑자기 신랑이, 나중에 세계일주의 꿈을 이루게 해주겠다 말하던데, 두루두루 도는 것보다 스페인만 돌아봐도 행복하겠다 답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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