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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지 못한 여자 ㅣ 스토리콜렉터 10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2년 6월
평점 :

시리즈를 읽을때 늘 1권부터 읽기 시작해서 중간부터 읽게 되면 앞권을 읽을 때 살짝 힘이 빠지곤 했다. 결말은 늘 끝에 있는 것이라 믿었고 결말을 알고 이전의 이야기를 읽는 것은 좀 무의미하다고 편견을 가져왔기때문이었다. 작년에 우리나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라는 작품이 거의 작년 한해 최고의 베스트셀러 반열에 든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그 작품이 그냥 단행본이 아니라, 타우누스 시리즈의 일부, 그것도 1권이 아닌 4권이었음을 뒤늦게 알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독일에서 나온 순서대로 순차적으로 발행된 것이 아니라, 가장 인기를 끌었던 베스트셀러 먼저 발행을 하고, 이후의 작품들을 하나 둘 씩 출간하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사실 이렇게 말은 하고 있지만 그 유명한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소장만 했을뿐 여태 못 읽어봤다. 내가 읽어본 타우누스 시리즈 작품은 바람을 뿌리는 자 한권이었다. 그 책이 5권이었기에 가장 마지막 권, 최신간을 읽었으니 이전의 백설공주를 읽는데 힘이 빠질 거라 착각했는데, 첫권이 오히려 더 늦게 출간되어 이번에 읽게 된것이 바로 사랑받지 못한 여자였다. 피아 형사와 보덴하우스의 활약을 읽게 되는 타우누스 시리즈의 첫권 말이다. 바람을 뿌리는 자에서는 이미 상처의 아픔을 갖고 있는 보덴슈타인 형사가 1권에서는 너무나 사랑하는 아내를 둔 형사로 소개되었다.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 이야기를 읽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경험임을 처음 깨달았다. 아예 출간 순서가 뒤바뀌었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만 말이다. 그런 까닭으로 남들 다 읽은 백설공주에게 죽음을(4권)과 너무 친한 친구들(2권)을 1권과 5권을 먼저 읽은 후지만, 이후에 읽어도 충분히 재미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10대 후반의 남매를 둔 보덴슈타인 반장은 아내 코지마와 20년이 넘도록 행복한 연애감정을 유지한채 결혼생활을 하고 있었다. 육아와 직장생활로는 힘들었지만 아내 직업의 특성상 해외 출장이 잦아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도 몰랐다. 또다른 주인공인 38세의 피아 형사는 16년간의 결혼생활을 접고, 혼자만의 자유로운 생활로 되돌아와 다시 형사로 복직을 한 상태였다. 그렇게 만나게 된 두 사람이 일요일에 청렴하기로 유명한 하르덴바흐 부장검사의 시체와 꽤 어여쁜 젊은 여인의 시체를 각각 발견하게 되었다. 부장검사의 사인은 자살로 짐작이 되어 다른 부서에서 맡게 되었고, 피아와 보덴슈타인이 담당하게 된 것은 신발 한짝을 잃어버린 젊은 여인의 시체였다.
젊은 여인의 이름은 이자벨 케르스트너로 상당히 아름다운 외모의 여성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사인은 바비튜레이트에 의한 약물 투여가 주된 원인으로 밝혀졌다. 그녀의 주변인물 중 바비튜레이트를 쓸 수 있는 사람은 수의사 남편인 케르스트너와 약사 오빠인 헬프리히였다.
살해범을 밝히기 위해 주변을 계속 탐문하다 보니 이자벨의 평판은 가히 바닥 수준의 것이었다. 이미 남편과는 사실상 별거 상태였고, 사치가 너무나 심하고 외도 또한 도를 넘어설 정도라 주위의 평판이 나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그녀의 죽음 앞에서 주변 사람들을 하나둘 밝혀내는 과정에 의심이 갈 만한 사람들이 많았으나 대부분 너무나 완벽한, 알리바이를 갖고 있었다.
순수하고 성실한 수의사를 파탄내 버리고 무시한 데 대한 단순한 보복이라 보기에는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나갔다.
이자벨이 기수로 일했던 승마장의 대부분의 남자들 또한 그녀와 관련이 있었다. 한때 벤처시장의 슈팅스타라 할 최고의 주식왕에 등극하기도 한 야고팜의 사장 야고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부를 자랑하는 되링통운의 대표 되링, 승마장의 교관 캄프만이 승마장을 통해 그녀와 관련을 맺게 된 사람들이었고, 그녀의 남편과 그 친구들 또한 남편을 철저히 망가뜨린 이자벨을 무척이나 싫어하여 용의선상에 놓여 있었다.
피아와 보덴슈타인은 도저히 풀어지지 않을 것 같았던 그 막힌 사건 조각들을 하나하나 맞춰 나갔다.
연결이 될 것 같지 않았던 사건들이 하나둘 관련 고리를 맺어가며 하나로 엮이는 과정은 넬레 노이하우스 만의 서사기법이 아닌가 싶었다.
자연스러움. 그리고 빠른 몰입.
제목과 표지 설명은 오히려 사건을 추론하는데 헷갈리게 만드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왜? 누가? 하는 생각을 하려면 우선 제목에서부터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지 않았나 싶다. (별개의 문제라는것이 아니라, 괜스레 엉뚱한 사람을 오해하게 만들수도 있기때문이다.)
재미나게 읽었던 사랑받지 못한 여자.
보덴슈타인과 피아의 첫 등장에서부터 앞으로 등장할 사람들의 요소요소 배치됨을 재미나게 읽으며 어떻게 풀어나가질지 기대하게 되는 그런 소설이었다. 소설의 전개에도 커플의 꼬인 듯한 사랑의 전개가 영향을 미치지만, 앞으로의 소설 등에서 지금은 싱글인, 혹은 커플이더라도 변화가 있을 이들의 이야기가 색다르게 전개되기에 앞으로의 이야기를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