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브루클린 - 사소한 변화로 아름다운 일상을 가꾸는 삶의 지혜
정재은 지음 / 앨리스 / 2012년 5월
장바구니담기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을 사랑하고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산다는 것,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 같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나 또한 지금 살고 있는 이 곳을 좋아하지만, 가끔은 예전에 살던 곳이 그립기도 하고, 가족이 살고 있어 좋다는 것 외에 너무나 이 지역을 사랑하는 그런 다른 애정이 가득 담겨 있지는 않다. 그냥 소소한 일상을 사랑한다는 것은 말이 되겠지만.

저자의 경우는 좀더 색다르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토종 한국인이면서 미국인 남편을 만나 시카고에 살다가 지금은 브루클린에 정착하게 된 케이스였다. 외국에 산다고 해서, 이 곳이 정말 살기 좋아요.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저자는 자신이 살고 있는 예술의 도시, 브루클린을 사랑한다. 오랫동안 꿈꿔온 도시, 그 중에서도 자유롭고 여유가 넘치는 브루클린에 정착해 자신의 행복한 일상을 들려주는 이야기가 바로 <나의 작은 브루클린>이다.



브루클린에 살며 보고 먹고 느끼는 감정을 편한 친구에게 조근조근 수다 떠는 기분으로 이 책을 썼다.

드라마틱한 사건이나 배꼽잡고 웃을 수 있는 이야기보다는 입가에 살짝 미소가 지어지는 잔잔한 일상의 이야기다.

크고 강한 행복은 한순간에 확 달아올랐다가 금세 식는다. 매일 똑같이 흘러가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여백을 찾고, 주변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마음 한 편의 여유.

나의 하루하루를 특별하게 만드는 소소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내 안에서 찾고자 했다.



책을 내며.










해외에서의 일상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자신의 삶을 사랑하며 가꿔가는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했다.

여행가이드북, 여행 에세이 등 각종 여행에 대한 책들을 좋아하는데 현지에서 살고 있는 교민 등의 이야기는 관광 이야기와는 좀더 다르다. 그러면서도 관광객이 아닌 주민으로 돌아보는 이야기가 색다르면서도 더욱 와닿는다고나 할까, 그래서 이렇게 현지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관심을 많이 받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한국에 살때 미국 여행을 가게 되면 아울렛에 들러 옷을 사는게 통상 관례였다던 그녀가 정작 미국에 정착하면서는 한번도 아울렛을 찾은 적이 없었다 한다. 대신 그녀는 시장을 찾아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사는데 열을 올린다. 그녀가 직접 인터뷰까지 한 단골 가게 베스할머니네 잼은 신선한 재료로 만들고 맛 또한 훌륭해 본인도 반했지만 친구에게 선물하니 인생 최고의 잼이라는 찬사까지 들었다 한다.

도심 한복판에 살면서도 자전거를 타고, 신선한 식재료를 고르고, 그러면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한국 출신이라는 것을 장점으로 여기고 자신의 뿌리를 사랑할 줄 알며 뉴요커의 삶에 스며들어가는 것 또한 자연스러웠다.

관심이 많은 먹거리 이야기 부분에는 레시피가 수록되어 있어 반가웠다. 뉴요커들 상당수가 외식을 선호하기에 그들의 부엌은 무척이나 작고 허술했다고 한다. 부엌이 비좁았지만, 처음 한동안만 다양한 레스토랑을 돌며 외식을 하였고, 이후에는 스스로 요리하는 즐거움으로 되돌아왔다. 둘다 직장이 있어서 요리를 한다는 것이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하나 점심은 도시락을 싸가고, 외식도 강제 쿠폰을 만들어 꼭 그 안에서만 해결하였다. 계획성 있는 삶이라던데, 그녀의 남편은 아마도 경제적이고 똑 부러지는 아내의 그런 일면들을 모두 다 사랑하지 않을까 싶었다.

직접 육포를 만들어 먹는가 하면 시판 레몬에이드보다 더 맛있는 (덜 달고 더 상큼한) 자신만의 레몬에이드를 만들어 즐기기도 한다. 레몬에이드의 레시피는 여러번 시행착오를 거쳐 자신의 입에 꼭 맞는 레시피를 찾았다하니, 가끔 요리책에 필요하다 해서 레몬을 두어개 사오고서도 한개 쓰고 남은 것은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나로써는 꼭 저자식 레몬에이드를 만들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시원한 냉차를 좋아해 레몬에이드 레시피가 눈에 더 들어오는 여름이지만 그녀가 가장 즐기는 방식은 뜨거운 레몬티라고 하였다.

해가 가장 짧게 느껴지는 12월, 4시만 되면 어두워지는 이 계절에는 흔히 이야기하는 겨울 우울증을 견뎌낼 무언가가 필요하다. 내 경우 길고 긴 겨울의 저녁 시간을 밝혀주고 건조한 실내 공기에서도 몸 속 수분이 마르지 않게 해줄 수 있는건 레몬이다. 퇴근하고 돌아오는 길에 집 앞 마트에 들러 단단하고 빛깔좋은 레몬을 산다. 물을 끓일 동안 레몬 두개를 반으로 잘라 꾹 짜서 즙을 내 그 날 기분에 맞는 컵에 담고 뜨거운 물을 부은 후 질 좋은 꿀을 큰 스푼으로 푹 떠서 넣는다. 한 모금 마시는 순간 내몸에 새 기운을 불어넣는것만 같다. 하루의 피곤을 잊기에 충분할 정도로 상큼하다. 138p



우리나라에도 전주 비빔밥, 안동 가자미 식혜 등 지역 이름이 붙은 유명한 음식들이 많다. 보스턴 크림파이라는 말은 나는 처음 들었지만 미국에서는 꽤나 유명한 이름인가보다. 나도 미식 여행을 즐기고 남과 다르더라도 내가 즐길 수 있는 여행을 좋아하는데, 저자도 그랬던 것 같다. 젠틀맨의 도시 보스턴에 가보고 싶어서 뉴욕에서 차로 8~9시간이 걸리는 곳을 1박 2일 여행으로 다녀오게 되었는데, 남들이 다 둘러보는 하버드 대학을 코스로 넣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먹거리와 오래된 책 서점 등을 중점적으로 돌며 뉴욕에서의 첫 여행의 신호탄을 멋지게 터뜨렸다.

남들과 똑같은 코스를 따라 여행하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비록 보스턴에 머물렀던 시간은 짧았지만 정통 보스턴 크리파이의 맛은 이번 여행의 추억과 함께 오래도록 기억할 것 같다. 172p

그녀의 일상 이야기 속에는 읽을 거리 가득한 사연 외에도 레시피, 티슈종이와 털실로 꽃 만들기, 수동 레터프레스로 만들어 선물한 청첩장, 아트월 만들기 등의 다양한 diy이야기도 담겨 있었다. 또 죽기전에 해야할 일 목록도 있었는데 직장 상사가 건강과 활력을 위해 실천한다는 하루 하나 자몽 먹기 등으로 여섯살 많은 신랑의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되었다 하니 신것만 잘 먹는다면 우리 신랑에게도 하루 하나 자몽을 먹게 하고픈 생각마저 들었다. 위염이 생겼다며 절대 신것을 거부하는 터라 실천은 어렵겠지만.

주말에도 바쁜 남편을 사랑하고, 잔소리를 하기보다 더 맛있는 것을 챙겨주고 마음 쓸일 없도록 신경을 쓰니 남편에게 감사 카드를 받기도 한다. 아니 감사카드는 그들 부부에게 일상이었지만 잘 시간도 없이 바빴던 남편의 감사카드였기에 더욱 고마웠다고 하였다.

신랑이 바쁘고 힘들때 나도 이렇게 배려해주는 아내가 되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어제밤 어디 놀러갈데 없냐고 운 띄운게 갑자기 미안해졌네.



나도 이렇게 내 일상을 사랑하고 싶다.

누군가에게 들려줄 이야기거리가 많았으면 좋겠고, 내 일상을 털어놓았을때 다들 공감하며 멋지다 말해 줄 수 있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