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나잇 아이패드 그림책 보물창고 56
안 드로이드 지음, 신형건 그림 / 보물창고 / 2012년 7월
절판


컴퓨터를 끄면 컴퓨터로 해야할 일들이 마구마구 떠오릅니다.

소셜에서 코코몽 녹색 놀이터 할인권 끊어야하는데... 영화 예매권 미리 끊어둔거 기한내에 예매해야하는데..인터넷 뱅킹할 것 있는데..

서평 쓸 것 있는데..등등 처음에는 한 두가지던 볼일이 컴퓨터를 켜고 나면, 블로그부터 카페까지 쭉 순회를 해야하고, 이것저것 들어가보고 싶은 것들이 생겨서 한시간만에 나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게 되어버리지요. 보통 그래서 제가 컴퓨터를 켜놓고 있는 시간은 매일같이 몇시간이나 된답니다. 컴퓨터를 끄면 또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수시로 확인하기도 해요.

그러다 신랑이 얼마전 버럭 지적을 하였죠. 직장에서도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는데 스마트폰 클릭하며 건성으로 대답하는 여직원들 보면 정말 분통 터진다고요. 사실 저도 느끼고 있었거든요. 마치 뭣에 홀린 사람처럼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켜놓고 미친듯이 클릭을 하는데, 옆에 누가 있건, 대화를 하건말건 꼭 그러고 있어서 상대에 대한 기본 예의가 아닌데..내가 왜 이러지?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이제는 되도록 신랑 앞에서는 안하려고 하구요. 아이 앞에서도 자제하려고 하는데 그게 사실 좀 힘드네요. 그래도 예전에는 안 이랬던 걸 생각해보면 짧은 시간 동안 너무나 많은 변화에 길들여진것같아서 무섭기까지 하더라구요.



그러다 이 동화를 만났답니다. 굿나잇 아이패드.

아이패드를 사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책 제목서부터 스마트폰 등의 포괄적 개념이 아닌 특정 상표가 떡 하니 나와서 놀랍기도 했어요.

심지어 아이들 게임에는 앵그리버드라는 새 그림이 떡 하니 나오기도 하지요. 앵그리버드가 왜 유명한지 몰랐는데 (그냥 마트 등에서 인형으로만 봤는데) 그게 게임이었나봐요. 책에서도 게임에 등장하는 빨간 새가 나오더라구요.



엄마 아빠가 티브이를 보지는 않지만 티브이보다 훨씬 오래 컴퓨터를 사용하니 (되도록 아이 자는 시간에만 하려고 했는데 요즘에는 엄마가 낮에도 들어갈 일 있으면 들어가는 등, 아이 앞에서 각종 못할 짓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이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보는 동영상에 길들여지고 있답니다. 이왕에 보여줄 거면 좀 유익한 학습 동영상을 보여주고 싶은데, 영어나 한글 동영상을 보여주려고 하면 재미없다면서 아이가 좋아하는 동요나 캐릭터 동영상을 틀어달라고 조르지요. 요즘에 빠져있는건 레고랍니다.



보여주기는 보여주되, 그 횟수를 좀 한동안 제한하는 듯 했는데 요즘 들어 다시금 늘고 있어 걱정이었어요.

그러다 만나게 된 이 책, 굿바이 아이패드.

컴퓨터와 스마트 폰 등의 기기를 잘 사용하지 않는 아날로그식 일상을 보내는 바람직한 엄마들 눈에는 정말 이렇게 심각한 집이 있어? 싶은 마음이 들겠지만, 전 여기저기 쿡쿡 찔리는 심정으로 읽어갔지요. 우리 아이 같은 경우는 아직 게임 삼매경에는 빠지지 않았으나 컴퓨터나 폰으로 동영상을 자주 보는게 걸렸구요 엄마인 저는 폰과 컴퓨터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게 마음에 걸렸지요.


그림을 보면 정말 충격적이예요. 모든 아이들과 어른들이 각자 자기 자리에서 핸드폰이나 컴퓨터, 아이패드 등으로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어요. 심지어 기저귀 찬 어린아기까지도 실제 딸랑이 대신 딸랑이 소리가 나는 기기로 만족을 하고 있답니다. 이럴 수가.

할아버지가 보시는 전자책 단말기 세개에는 만권이나 되는 책이 담겨 있는데, 뒤 배경을 보면 책장에는 거미줄이 쳐져 있고 책이라고는 단 한권도 보이지 않아요. 아, 보이네요 책 보는데 필요한 스탠드와 몇권 안되는 책, 신문 등은 휴지통에 처박혀 있어요.

유튜브 동영상, 페이스북 친구들과의 끝없는 대화, 와이파이로 연결한 큼지막한 엘시디 화면으로 즐기는 고화질 텔레비전. 등등..

그 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유일한 존재인 할머니는 이메일과 트위터의 띠링, 딩동, 쉴 새 없는 소리에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신물이 나버린 할머니는 가족들을 단절시키는 그 기기들을 모아모아 창 밖으로 모두 던져버리고 말았어요.



굿나잇 아이패드

굿나잇 게임

굿나잇 컴퓨터

굿나잇 전자책

굿나잇 트위터

굿나잇 아이돌 그룹

굿나잇 페이스북 친구

굿나잇 게임 캐릭터

굿나잇 엠피스리

굿나잇 엘시디 텔레비전 (헉!)

..이후로도

굿나잇 리모컨

굿나잇 디브이디

굿나잇 안드로이드

굿나잇 앱

굿나잇 아이패드

굿나잇 플러그

굿나잇 전원표시등



자, 이제 모두 잘 시간이야.

우와, 이렇게나 많았군요.

족.쇄.들.이..



아이보다도 컴퓨터와 스마트폰 의존도가 너무나 높은 엄마로써 더욱 반성하게 하는 그림책이었답니다.

아이는 이게 다 뭐지? 하고 봤을 것 같아요.

이 깊은 밤 잠을 못 자고 컴퓨터를 하고 있는 모습 자체도 바로 그런 모습이구요.

잠도 안 자고 뭘 하고 있는 걸까요?



아이 아빠 또한 컴퓨터를 무척 좋아하지만 저처럼 즐기지는 않아요.

아이가 폰을 만지고 컴을 보여달라 하는것도, 아이 양육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글을 읽고 자제시키려 하구요. 그런데 그게 참 쉽지가 않네요. 대신 몸으로 놀아주고 책을 많이 읽어주고 다양하게 활동해야하는데 그걸 참 못하니 말입니다. 늘 반성만 하니 입으로만 반성한다고 흉보시는 분들도 있으실거예요. 오늘도 또 반성하네요. 하루종일 아이에게 미안했는데 그나마 자기전 아이 좋아하는 레고 집 한채 지어줬다며 위안 삼아도 될까요 거의 두시간 걸려 만들어줬거든요. 아이가 직접 만들면 더 좋을테지만 다 만들어진 집을 갖고 레고 인형들 가득 갖고 노는 모습도 즐거워보이더라구요.



내일은 책도 의도적으로 더 읽어주고 낮에 아이앞에서 컴퓨터를 켜거나 핸드폰을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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