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애틋하게 - 네버 엔딩 스토리
정유희 지음, 권신아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6월
구판절판


함부로 애틋하게



정유희 쓰고 권신아 그리다





월간 페이퍼를 아시나요?

1995년에 창간되어 17년째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는 페이퍼.

제 기억이 맞다면 저 대학다닐때 처음에는 무료 잡지였던 것 같고, 이후 유료 잡지화 되었던 것 같아요.

같은 기숙사 룸메이트였던 친구들이 무척 좋아했던 잡지라 저도 관심있게 사보기도 하고, 같이 이야기도 나누었던 페이퍼였지요.



직장 다니고, 결혼후 지방에 내려오고 나서는 페이퍼를 다시 못 봐 아쉬웠는데, 어느새 2012년 7월호가 200회가 되어 특집호가 되었다고 하네요.

페이퍼라는 이름 하나만 들어도 대학때 그때 그 시절의 기억이 물밀듯 밀려오는데 말입니다.

영화 건축학개론의 시간적 공간적 배경이 저 대학시절과 거의 일치를 하는 터라 그 영화도 꼭 보고 싶었는데 여태 못 보고 말았어요 dvd로 벌써 나왔을까요? 언제 꼭 봐야겠어요. 오랜만에 대학 시절을 떠올리니 입가에 웃음이 머금어지게 합니다.

페이퍼, 이 잡지에 글과 그림을 연재한 네버엔딩 스토리의 내용을 모아 한권의 책으로 완성되어 나왔어요.

함부로 애틋하게.



원래는 제목만 보고서, 이게 뭐지? 했는데 생각의 틀을 파괴한 듯한, 그러면서도 구름 위에 둥둥 떠 있는 듯한 그 느낌이 아주 신비스러운 글과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어여쁘면서 글과 잘 어울리는 궁합의 그림, 모두 다 공감할 수 있는건 아니었지만 그냥 그대로 느낌 가는 대로 흐르듯 읽어내릴 수 있었던 그런 내용들.

그림

따로 또 같이 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글만 보고 있어도 좋고, 그림만 보고 있어도 좋아요. 아니면 둘다 같이 엮어 음미하며 읽어도 좋구요.

우선 어쩜 이렇게 예쁠까 싶은 그림들이 가득한, 그러나 작가 자신은 그로테스크한 그림들을 선호했었고 지금도 비현실적인 상상력이 충만한 그림들을 좋아한다 하는데, 현실을 벗어난 그 그림들이 힘겨운 일상, 혹은 지루한 일상을 겪는 많은 사람들에게 돌파구를 제시하는 것 같아요. 마치 시험에 쫓기다 시원한 휴양지의 해변이나 폭포 사진 한장만 봐도 그 곳으로 텔레포트 한듯, 후련해지는 그런 기분이 드는 것 처럼요. 지금 이 곳이 힘겹다면, 다소 환상적인 그림을 보며 새로운 공간으로 날 이끌어 봄도 좋을 것 같아요.


우선은 그림이 더 눈에 들어왔는데, 글 또한 생각보다 중독성 있는 내용이 종종 있더라구요.



너를 처음 만났을때부터

모든 건 싱싱한 비현실이 되었지

함께 머물 수 있는 시간이

겨우 몇 분이라 할지라도...

괜찮아. 꿈에선 시간의 보폭도 황당해지니까



꿈에서 느끼는 시간의 감각은 정말 일상적인 것이 아니지요. 그것을 시간의 보폭이 황당해진다고 말하는 표현이 참 새로웠어요.

낯설면서도 새로운, 그림 역시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이듯, 글 역시 그런 느낌이 다분합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완전히 똑같을 수 없으나 공감가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서로 같이 이야기를 , 책을 만들어가는 그 과정.

두 악기의 2중주 같은 그런 느낌을 받았네요.

대부분의 그림은 글을 보조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 책은 똑같이, 나란히 갑니다. 그게 참 좋았구요.

페이퍼를 좋아했던 기숙사 룸메이트였던 그 친구가 이 책을 본다면 무척 마음에 들어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그림

라임향 혈청, 산딸기 주스 언덕의 구름, 눈물 커피, 엉뚱한듯, 전혀 새로운 단어들의 조합. 그러나 어딘가 정말 이런 곳이 있을 것 같은 그런 이질적이면서도 데자뷰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표현들. 책 전체를 한번에 이해하려 하기 보다 그냥 편안히 읽고 싶은 부분을 찾아 쉬엄쉬엄 읽어도 좋을 것 같아요.



사랑과 이별에 아픔을 많이 겪어 본 사람들이라면 더욱 공감할 내용들이 많았겠지만 (정작 작가 자신은 그런 사랑을 제대로 해보지 못했다라는 부분이 있지만요) 한창 열애에 빠져있는, 혹은 이별의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순수하게 동화될 수 있는 그런 내용들이 많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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