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만담 - 어느‘이야기’ 중독자의 기발한 도쿄 여행기
정숙영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4월
품절


여행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이웃님이 추천해준 책, 도쿄 만담. 도쿄 여행기를 특히나 좋아하지만, 이 책에는 뭔가 특별함이 좀더 담겨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나의 예감은 적중했다.



스스로를 이야기 중독자라 말하는 저자, 정숙영, 그녀의 글은 정말 거침없는 말투와 재미난 이야기로 그칠줄을 모른다. 도쿄 여행 체류기간을 모두 합쳐보면 140여일 정도 될거라는 그녀의 평가의 결론은 "재밌어. 단 그곳에 당신이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이었다.

나도 그걸 알기에 도쿄가 미치도록 가보고 싶은 곳이련만 아직 못 가보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 도쿄의 맛난 먹거리들, 사고 싶은 아이 물건들, 아기자기한 카페 등등등)



이야기를 사랑하는 그녀이기에 그녀의 여행과 목적지는 좀더 특별하였다.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영화, 만화, 드라마, 소설 등과 관련된 배경을 찾아가보고 연결지어서 이야기해주는것들이어서 보다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이렇게 재미나게 글 쓰는 재주가 있다면 나도 여행다니고 글쓰며 살아가고프련만, 그런 재주는 없어서 그냥 작가님 책 읽는 것으로 만족해야지 싶다.

직장 시절 한때 나도 일드에 빠져 지내던 때가 있었다. 선배님이 직접 추천해준 일드등을 집에서 보며 (혼자서는 한국드라마도 잘 안보던 내가) 제대로 일드에 빠졌던 때가 있었는데..요즘에도 재미난 일드가 많건만 요즘엔 그야말로 책을 제외한 모든 매체와는 거리를 두고 사니 보지 못한 것들이 많아 아쉽게도 느껴진다. 그때 재미나게 봤던 드라마 중 하나가 야마토 나데시코였다. 우리나라에서도 김희선 주연의 드라마로 각색되어 나오기도 했지만 드라마 야마토나데시코의 된장스러움을 따라갈 수는 없지 않았나 싶다. 정말 해맑게 아름다우면서도 된장녀의 모든 것을 갖춘 주인공을 보고 있노라면 웃음도 나고, 사람들이 열광하며 보는 이유를 알겠다 싶게 재미나게 잘 만든 드라마였다. 어느 정도는 그녀의 된장스러움을 비꼬는 이야기도 있었겠지만. 나도 기억이 난다. 그녀가 허름한 연립에 살면서 남자들과 헤어지던 곳은 아주 비싸보이는 그런 건물 앞이었음을. 저자도 그 곳을 찾아갔다. 다이칸야마 어드레스. 사실 좋아는 하나 일일이 찾아다니지는 못할 게으름을 갖고 있어서 우연히 그 옆을 지나칠 계획이 아니고서라면 잘 찾게 되지 않을 나였기에 저자의 드라마 촬영지와 배경 설명 등은 책으로 봐도 충분한 재미를 주었다. 그리고 정말 시간이 된다면 가보고 싶게도 만들었고 말이다. 특히 에비스 시계탑. 저자를 당황하게 한 시계 없는 시계탑은 꽃보다 남자의 마니아들이 (저자의 동생 포함) 열광할 그런 장소가 아니었을까 싶다.



워낙 유명한 원작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보니 내가 보다 말았다거나 보지는 않고 이름만 익히 들었던 만화나 드라마 등도 꽤 많았다. 모든 것을 다 섭렵한 이들에게는 더욱 가고 싶게 만드는 책이 아니었을까 싶다. 몇편 보지 않았는데도, 아~ 정말 가보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게 하니 말이다. 도쿄는 가깝기도 하고, 여차저차 갈일이 곧 생기겠다 싶었는데, 방사능 사건으로 아이와 함께 당분간은 도저히 여행할 생각이 들질 않아 무기한 연장하고 나니 더욱 안타깝기만 하다.

잠깐 봤던 만화 <홍차왕자>의 지유가오카<서양골동양과자점>의 안티크 탐정놀이, 입소문이 무성한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의 치아키네 학교, 보지 못하고 듣기만 한 영화 <쪼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끝까지 못봤지만 재미났던 드라마 <전차남> 등등..

특히 저자가 방문한 노다메 칸타빌레의 치아키네 학교는 도쿄 근교의 카나가와현에 있는 '센조쿠가쿠인 음악대학'이란다. 하지만, 그녀가 정문의 정돌 사진 촬영에 빠져있다가 수위들의 저지로 출입조차 거부되어 안타까운 심경을 그대로 전해주었다. 그러나 그녀, 그대로 포기하지 않고 정면 돌파를 하기로 한다.

사진촬영도 안 되고 일반인 출입조차 안되는 까닭은 여중고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란다. 그래서 남자뿐 아니라 여자도 막나보았다.노다메 칸타빌레 때문에 한국인들도 제법 출입을 한 모양이었는데 (후기가 주르륵이었다하니) 그녀만 유독 걸린 것을 보면 자신 또한 정문의 정돌 촬영이 너무 눈에 띄었던가보다라고 말을 하고 있다. 그녀의 일반인 아닌 정면 돌파는?

학교로 전화를 걸어 사실대로 말을 하고 작가이기에 취재차 방문을 하고 싶다 이야기한 것이었다. 그녀의 바램대로 학교안을 짧게 (연세 지긋하신 윗사람의 동반 안내로) 둘러보게 되었고, 또 그 결과는 우리가 보고 있는 이 책 속에 담기게 되었다. 어려운 방문이었으니 열심히 사진을 찍을 수 밖에 없었으리라. 아뭏든 부러웠다. 20대 여대생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그냥도 통과할 수 있을 거라니, 그렇지 않을 나는 아마 정문에서 걸리지 않을까 싶었다.(나도 아직 20대 얼굴이야~ 라고 주장은 하고 싶다만)







아뭏든 도쿄 만담에는 참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

재미나다고 강추해준 이웃님 뜻을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깊은 밤 내 눈을 감기지 못하게 만든 도쿄만담, 정말 도쿄의 기발한 여행기가 한가득이었다.

아,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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