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더스의 개 동화 보물창고 49
위더 지음, 원유미 그림,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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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더스의 개를 정말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어릴적에 티브이 만화로 너무나 재미있게 보았고, 이후로 틈틈히 책으로도 보게 되었는데, 오랜 세월이 지나 아이 엄마가 되어 완역본으로 읽게 되니 아이 동화로만 치부하기엔 너무나 아름다운 문장들이 많아 놀라울 정도였다. 번역한 최지현님도 아동문학으로만 분류되기엔 아쉬울 정도의 작품이라 평할 정도로 말이다. 원작은 1872년 벨기에에 머물던 영국 작가 위다에 의해 쓰여졌고, 만화는 1975년에 쿠로다 요시오 감독에 의해 TV 애니메이션으로 각색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TBC, KBS, SBS, EBS 등 네 개 방송국에서 방영이 되었다. 위키백과참조

어릴적 플랜더스의 개에 대한 만화의 추억이 워낙 강해서, 네로와 아로와, 파트라슈 등의 생김새까지도 그대로 기억이 날 정도였다.

아이들 보기에 무척이나 슬픈 결말이어서 어릴 적에도 무척이나 가슴아파하며 보았는데 (사람이 어찌 이리 잔인할까 생각하며 말이다.) 어른이 되어 다시 본 완역본으로도 또다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여전히 아니 그때보다도 더 가슴아픈 슬픔을 느꼈달까. 특히나 다섯살 어린 아들을 둔 엄마라 그런지 두살때 엄마를 여의고 여든 되신 외할아버지와 함께 살며 찢어지게 가난하지만 밝게 자라난 넬로의 이야기가 너무나 가슴아프게 느껴졌다. 여섯살때부터 벌써 파트랏슈와 함께 우유배달을 나서야했던 넬로가 아니었던가. 우리 아들과 한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은 그 나이에 말이다. 또래 아이들, 혹은 그보다 어린 아이들만 봐도 다 내 아이 같아서 가슴이 아파오기에 엄마가 되어 읽은 플랜더스의 개는 그렇게 또다시 눈물을 떨구게 만들었다.



자신을 일으킨 것이 욕도 아니고 매질도 아니라는 사실에 파트라슈의 간절한 두 눈은 놀라움으로 가득했고,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단 한번도 충성심이라는 것이 일어 본 적 없는 심장은 강한 사랑으로 깨어났습니다. 23P 파트라슈



하루종일 굶기고 가혹한 중노동에 매질까지 견뎌내기가 힘들었던 파트라슈가 쓰러져 죽어가고 있을때 서너살된 넬로와 할아버지만이 파트라슈를 돌아다보고 구해주었다. 그리고 이 가난한 두 식구에게 파트라슈는 최고의 친구이자 소중한 전부가 되어주었다. 우리나라에도 충견의 보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전해져오지만, 책 속의 파트라슈 또한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을 사랑으로 가득한 개가 되었던 것이다.



이 아르덴의 아이는 생김새가 아주 고왔습니다. 짙은 눈동자에 의젓하고도 부드러운 눈매, 발그레한 두 볼은 사랑스러웠고 금발 머리는 목덜미에서 찰랑거렸지요. 그래서 넬로가 옆을 지나가면 그 모습을 그리는 화가들도 많았어요. 테니르스씨, 미에리스씨, 반 탈 씨네 놋쇠 우유 통을 실은 초록색 손수레와 걸을 때마다 마구에 걸린 종이 딸랑딸랑 기분 좋은 소리를 내는 황갈색의 덩치 큰 개 그리고 그 옆에서 하얗고 조그만 발에 커다란 나막신을 신고 달려가는 꼬마. 특히 꼬마의 부드럽고도 의젓하고 순수하면서 행복한 얼굴은 루벤스의 그림에 나오는 아름다운 어린아이들 같았습니다. 29P 넬로

우유배달이 생계의 전부였기에 묽은 수프와 빵 정도만을 댓가로 받고 거의 돈 한푼 받아본적 없는 넬로는 찢어지게 가난하여 제대로된 교육을 받아본적도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루벤스와 같은 땅에 태어난 또다른 천재였다. 루벤스를 동경하고, 그의 그림을 한번이라도 보고 싶어했으나 돈이 없는 그는 늘 장막이 드리워진 루벤스의 그림 앞에서 자신의 가난한 처지를 되돌아보며 가슴 아프게 슬퍼하곤 하였다. 사람으로썬 유일한 친구였던 마을의 가장 부잣집 딸 알로아와도 넬로가 가난하다는 이유로 알로아 아버지의 반대로 못 만나게 되었다. 심지어 나중에는 그가 화재를 일으켰다는 누명까지 뒤집어 씌워 마을사람들의 냉대까지 받게 만들었다.



가난해도 화가의 대가로 우뚝 서고 싶었던 소년의 꿈, 알로아를 사랑하고 파트라슈를 사랑하였던 소년의 꿈은 너무나 슬프게 크리스마스 이브에 아스라져 버렸다. 한여름인데도 닭살이 돋을만큼 시려온다. 강아지를 키워봤지만 신랑이 강아지를 좋아하는 마음을 보면 그 깊이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천성적으로 정말 가족 못지 않을만큼, 마치 친구처럼 동물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니 보통 사람들이라도 어느 정도는 하겠지만 파트라슈가 처음에는 가혹한 주인을 만나 너무나 고생을 하다가, 넬로와 제항 다스 할아버지의 가난하지만 마음 깊은 사랑에 감동하는 모습, 그러면서 사람보다 깊은 사랑과 우정으로 보답하는 모습은 너무나 뭉클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넬로와 파트라슈가 다시 보고 싶다.

그들이 행복하게 끝났으면,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간절히 그런 결말을 바랬건만 결말은 차가운 현실을 잔인하게 반영하고 있었다. 우리 아이가 좀더 자라 이 동화를 읽게 된다면 엄마처럼 이렇게 눈물을 흘리며 울게 될까? 아마 마음이 따뜻한 아이라 그럴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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