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쌀 한 알로 정승 사위가 된 총각 방방곡곡 구석구석 옛이야기 16
배서연 엮음, 전갑배 그림, 권혁래 감수, 박영만 원작 / 사파리 / 2012년 4월
구판절판


사파리 출판사는 국시꼬랭이 동네라는 전집을 들이면서 알게 된 출판사였답니다. 초등학교 1학년 선생님인 여동생이 가끔 제게 동화책들을 빌려가곤 하는데 (4~5세용 동화책들은 대부분 7~8세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두루 읽을 수 있는 책들이 많아서요.) 어느 날 "야광귀신"이라는 책이 있냐고 묻더라구요. 아직 없는 책이긴 했는데 찾아보니 평이 무척 좋았어요. 국시꼬랭이 동네 중 한 권이었는데 엄마들 사이에서 평판이 자자한 책이길래, 이번 기회에 아예 세트로 들여서 보여주자 하고 들여서 보여줬지요. 똥떡이나 야광귀신 같은건 다섯살 울 아들에게는 좀 무서울 것 같아서 (똥떡은 진짜 유명한데 귀신이 좀 무서워요.) 고무신 기차 등의 다른 책들부터 보여주니, 잊혀져가는 우리 것을 되새겨 주면서 (사실 엄마 어릴적도 아닌, 할머니 어릴 적 이야기였어요.) 전통의 소중함 등을 되새기게 해주는 고마운 시리즈였지요. 그런 사파리에서 나온 전래동화라고 하니 같은 전래동화라고 해도 보다 더 특별할 것 같았어요.



전래동화는 수천년에 걸쳐 조상들이 말하고 듣고 생각한 흙의 철학이고, 흙의 시고, 거룩한 꽃이다. -박영만



박영만님의 조선전래동화집은 박영만님이 1920~1930년대에 전국을 다니면서 직접 채록한 작품들 75편을 수록한 책입니다.



사파리에서 펴낸 방방곡곡 구석구석 옛이야기는 조선전래동화집을 원작으로 하여,

축약이나 왜곡이 심한 것은 원형에 가까운 형태로 다시 소개하고,

최상급 일러스트레이터들이 그려낸 개성강하고 아름다운 그림으로 아이들의 상상력과 감수성을 풍부하게 해준 책이랍니다.












흔히 들어온 전래동화라고 해도 직접 발품을 팔아 모은 전래동화들을 엮어, 그 책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표현한 그림과 함께 아이들 눈높이에 잘 맞게 다듬은 책이라 특별할 수 밖에 없는 작품으로 완성이 된 것이지요.



좁쌀 한 알로 정승사위가 된 총각.

요즘 말로 하면 이런 심한 비약이 어디 있을까 싶어요.

어떻게 좁쌀 한알이 정승사위의 지위를 얻어줄수 있었을까요?

선녀와 나무꾼, 콩쥐 팥쥐 등 아주 대중화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분명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전래동화였지요.

옛날에 한 총각이 서울로 과거를 보러 떠났어요.

총각은 날이 저물자 한 주막에 묵었지요.



그러곤 귀한 좁쌀이라며 잘 보관했다 돌려달라고 주막 주인에게 좁쌀 한알을맡깁니다.

다음날 총각이 좁쌀을 찾자 주막 주인이 그만 생쥐가 먹어버려 어떡하냐고 합니다. 그러자 총각은 펄펄 뛰며 생쥐라도 잡아다 내놓으라고 했어요. 주막 주인은 하는 수 없이 총각에게 생쥐를 잡아주었지요.

생쥐를 데리고 다음 길을 떠난 총각은 다음 주막에서 또 신신당부를 하며 맡겼다가 다음날 주막집 고양이가 잡아먹었다는 소식에 이번에는 고양이를 데려가게 됩니다.

이렇게 좁쌀 한톨이 생쥐, 고양이, 개, 말, 소 등으로 하루가 지날수록 놀라운 둔갑을 하게 되네요.

물론 실제라면 이런 상황이 오더라도, 순순히 내어줄 주막 주인들이 없을텐데 총각이 워낙 쇠고집이었나봅니다. 어디에고 굽히지 않는 쇠고집 말이지요.

다섯살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주면서 그랬어요.

주막이 뭔지 모를 아이이기에, 우리가 묵는 호텔 같은 그런 곳이다. 옛날의 호텔같은 장소인데, 옛날에는 우리처럼 자동차가 없었기에 서울까지 걸어서 가려면 정말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 모른다. 그래서 가면서 하루하루 주막에 묵게 되는 곳이다. 라고 말이지요.

가끔 우리 아이도 차 타고 좀 가야하는 거리에 걸어서 가면 언제 도착하냐고 물을 때가있어요. 그러면 오늘 밤새 걸어도 못 갈걸? 이렇게 대답해주곤 했는데 이 전래동화를 통해 그런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설명해줄 수 있었네요.

작은 좁쌀 한톨이 이렇게 총각에 의해 엄청난 변신을 해가면서, 결국은 정승댁까지 가서 불호령을 내리는 배포가 대단한 총각을 보게 되었어요. 대부분의 책, 아니 요즘의 현실이라도 권세가들이 단지 호기 하나만 있다고 청년을 불쑥 사위로 맞이하는 일은 없겠건만 가난한 서민들의 욕구와 바램이 반영된 이야기다 보니 전래동화 속에서는 꿈이 이뤄집니다. 청년의 기개 하나만으로도 그는 정승 사위가 되는 드림을 이루게 되는 것이지요.



다시 읽어도 재미난 책이었어요. 어려서 옛날 이야기 읽는 심정으로 전래동화집 참 재미나게 읽곤 했는데 어느새 우리 아이가 전래동화를 읽을 연령으로 자라났네요. 아이들에게 전래동화 읽어주는게 참 좋다고 해요. 요즘 창작동화들이 워낙 잘 나와서 그런 책들 많이 읽어주고 있지만 저도 어릴 적에 읽은 그림책이라곤 전래동화, 세계 명작등을 빼놓을 수가 없거든요. 아이들에게 꼭 괜찮은 전래동화는 잊지않고 꾸준히 읽어줄 필요성이 있는 것 같아요. 아이와 좋은 내용으로 잘 만들어진 그런 전래동화들을 소중히 읽어나갈 생각이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