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에는 정치를 통해 배우고, 느끼고, 깨달아야할 교훈들이 너무도 많이 담겨 있다.
역사나 이야기를 통해 보고 들어왔던 내용들을 상기하면서 읽는다면 정말 재미있게 위정자들의 다양한 측면을 이해할 수 있고, 현재 우리의 상황에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어렵게만 느껴졌던 고전의 가치를 현재의 삶 속에서 재창조하여 그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하는 일이 될 것이다.
머리말 중에서
만화 한비자는 나보다 신랑이 먼저 읽었다. 신랑이 직장일이 너무 바쁘고 스트레스를 받는 일인지라 전공서적 외에는 다른 책에 잘 눈길을 돌리지 않는 편이지만, 짧은 시간에 금새 몰입할 수 있는 웹툰이나 영화 등은 여가 시간에 즐기는 편이기에 만화 한비자도 재미나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권해보았다. 그랬는데 기대 이상의 결과를 안게 되었다.

사실 일반 책 속에서도 신랑에게 권해주고픈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가 무척 많음에도 아내가 너무 많은 책을 읽어서인지, 아니면 정말 책에 몰두할 시간이 없어선지 책을 잘 읽으려 하지 않는데 (무엇보다 시간이 부족하다.) 이 책만큼은 꼼꼼히 살펴봤음을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재미있어서 그런줄로만 알았는데, 머리말에 나온것처럼 지금 직장 생활에서 신랑이 느끼고 있던 고민 등이 그대로 담겨 있어서 심경을 딱 그대로 반영하는 내용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고 한다. 말 그대로 고전을 통해서 직장 생활에서 대처하는 법 등을 배웠다는 것이다.
편한 가족이다보니 조언을 하고 싶어도 사실 늘 조심스러울때가 많았다. 지나고 나면 말다툼이 되지 않을 일도, 고민이 가득한 상황에서 옆에서 누가 뭐라고 참견을 하면, 잔소리처럼 들리거나 짜증나게 반응할 수 밖에 없음을.. 나 또한 힘겨운 직장생활 시절로 체득해 느끼곤 있었지만 그럼에도 가만 보고 바라볼 수가 없어서 자꾸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게 되었다. 효과 없는 잔소리보다, 좋은 책 한권으로 지혜를 얻을 수 있다면 그보다 바람직한 일이 어디 있으랴.
만화지만 심각한 표정으로 지식을 얻었다는 신랑의 답변에 나 또한 만족감을 안고 읽기 시작했다.
만화로 되어 있어서 내용도 쉽고 재미나게 이해가 되었고, 각 문구가 제목처럼 실린 후 설명글이 이어진다. 이후 고사, 고훈, 역사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오버랩되는 지식이 소개되고, 본문으로 만화의 일화가 들어가는 것이었다. 맺음말로 고훈의 교훈이 이어졌다. 만화로 재미나게 이해하고, 다시 한번 글로 짧게 정리해줌이 좋았다.
한때 고전에 눈을 돌리고자 어렵지만 쉽게 번역된 정통 고전들을 찾아 읽어보려 한 적이 있었다. 내용이 충실하고 좋았지만 워낙 소설 등 재미난 문학에 쉽게 빠지다보니, 시간을 차분히 들여서 한권을 독파해내는게 심적인 부담이 높았다. 한비자 역시 고전으로 번역된 책을 만났으면 선뜻 다 읽어내리기 힘들었을테지만 만화로 되어 있다보니 술술술 재미나게 잘 읽히는 것이 역시, 쉬운 글이 나랑 잘 맞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관포지교로 유명한 관중과 포숙아가 등장하는 충신의 의견을 듣지 않는 것 파트도 인상 깊었다. 제나라 환공의 보좌역이 관중이었는데 나이가 너무 많아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왕이 먼저 관중의 뒤를 이을 보좌역으로 맨 처음 포숙아를 거론하고, 그 다음 거론한 사람이 수조였다. 수조가 왕의 시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거세를 하고 후궁의 환관이 되었다는 데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왕은 그런 수조를 긍정적으로 봤겠지만 충신 관중은 걸맞지 않은 상대라 하였다. "자기 몸을 소중하게 알지 않는 자가 어찌 임금을 소중히 아끼겠습니까?" 61p
왕에게 잘 보이기 위해 스스로 거세를 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그런 그의 속내를 간파한 관중의 혜안도 놀라웠다. 왕은 관중의 조언을 무시했다가 결국 수조가 일으킨 반란으로 수위실에 갇혀 굶어죽고 말았다 한다.
신하가 손해를 입는 일이 생기면, 그 신하와 이해가 상반되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161p
사실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때, 중상모략으로 인한 잘못된 사건인 예가 많다. 명군이라면 사건의 결과만 보기보다는 반사 이익을 챙기는 사람의 경우를 챙겨야 한다 하였는데, 책에서는 문공의 불고기에 머리카락이 들어가게 한 요리사를 예로 들어 설명해주었다. 요리사는 세가지 예로 조목조목 자신의 죄를 짚어내었다. 결국 세가지 죄의 결론은 머리카락이 도저히 불고기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인데 들어갔으므로 소인을 미워하는 사람이 있는게 아닐까 하고 반문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요리사의 짐작이 맞았다.
한비자에 대해서는 자세히 들어본적이 없었다. 이 책을 통해 거의 처음 내용을 접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진대, 그는 한나라때 왕족이지만 모친의 서열이 낮은 쪽이라 학문이 깊어도 등용되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한다. 강력한 국가인 진나라를 동경했으나 진시황제가 한비자를 보고 싶어했음에도, 한비자를 모략한 세력에 의해 억울한 죽음을 당하게 된 상황이 애닲게 느껴졌다. 252p 한비와 시황제편 참고.
똑똑했음에도 말이 어눌하고 더듬었기에 왕 앞에서 당당하게 마음에 들 수가 없었고, 뛰어난 실력으로 같은 동문인 친구에게 결국 모략을 당하게 된 셈이었으니 그가 남긴 문장이 오늘날 한비자로 전해짐에도 억울한 누명에 대한 아쉬움은 금하기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