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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밑반찬 사계절 장아찌 - 우리 식탁엔 우리 음식
최승주 지음 / 리스컴 / 2012년 5월
절판

제가 차린 밥상의 한계는 바로 밑반찬에 워낙 취약하다는 데 있답니다. 저 자신도 밑반찬을 잘 먹지 않다 보니, 솜씨가 없는 까닭도 있고, 요리 시간이 오래 걸리는 까닭도 있지만 여러 이유로 주로 국이나 찌개, 혹은 일품요리 등으로 간단한 밥상을 챙기기 일쑤였지요. 부모님들께서는 워낙 밑반찬 가득하게,또 즉석 반찬까지 가득하게 상에 한가득 차려 놓고 드시는게 일상이시다보니 우리집에서 김치 몇가지와 국, 찌개 혹은 일품 요리 등으로 간단히 떼우는 식탁에 놀라시는 모습도 보게 되었지요. 그러다보니 자주 양가에서 밑반찬을 얻어 먹기 일쑤였고, 그렇게 갖고 와서도 처음엔 잘 먹다가 나중엔 또 잊어버리고 상에 못 올리기도 하는 등, 게으른 주부로서의 모습을 많이 보이고 말았답니다.
이 책의 저자분은 잡지사 기자 출신으로 지금은 푸드 스타일리스트로 다양한 요리책을 직접 저술한 경력을 갖고 계신 분이세요. 요리 경력이 쌓이다보니, 국이나 찌개 등을 매 끼니 끓이고서도, 냉장고 가득한 밑반찬과 장아찌를 꺼내 매 끼니 화려한 진수성찬으로 식사를 하신단 이야기를 읽게 되었습니다. 제가 꿈꾸는 밥상도 사실 그런 밥상이지요. 솜씨 좋은 주부들은 아이 반찬과 어른 반찬 등을 일요일 쯤에 미리 몇종류씩 만들어 밥상에 올릴 때 추가하기도 한다는데, 주말에 전 뭘했나도 싶었어요
일품요리는 손은 많이 가도 한끼 거뜬히 즐길 수 있단 장점이 있지만, 밑반찬만의 최대 강점은 있는 듯 없는 듯 하면서도 막상 없으면 밥상이 너무 초라해지는, 그러면서도 때론 식탁의 메인이 될 수도 있는 감초와도 같은 역할을 맡고 있지요. 친정 엄마께서도 입에 맞는 무 장아찌 같은 밑반찬 한 두가지만 있어도 얼마나 맛있게 식사를 하시는지 몰라요. 저도 좀더 연륜이 쌓이면 밑반찬을 사랑하게 될까요?
우선은 할줄아는 밑반찬 종류가 워낙 적어서 배워봐야겠더라구요.
사실 전 된장박이 장아찌를 잘 몰랐습니다. 예전에 어머니의 손맛이었나? 하는 책에서 저자분이 된장에 각종 먹거리를 잔뜩 박아서 먹는 장아찌를 너무나 사랑한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그렇게 다양한 것들을 된장박이로 만들 수 있나? 의아했거든요. 제가 아는 장아찌는 간장이면 간장, 된장이면 된장, 필요한 만큼만 부어서 만든다 생각했는데, 그분은 자기 항아리를 따로 만들어 그 안에 이것저것 잔뜩 넣고 삭혀서 잡수신다 하더라구요.
그럼 그 된장은 어떻게 되는 거지? 궁금했었는데 이 책을읽고 궁금증이 풀렸어요.
장아찌를 박았던 장은 소금을 뿌리고 마른 채소를 넣었지만 채소에서 나온 수분으로 장이 묽어지고 신맛이 나 상하기 쉽다. 많은 양을 하지 않을때는 따로 작은 그릇에 장을 덜어 장아찌를 담그는 것이 좋다. 장아찌를 담갔던 장을 한번 끓여서 소금으로 간을 더하면 먹을 수는 있다. 12p
기본 양념 배합하기에 여러 재료가 눈에 띄었지만, 새우젓을 제외하곤 액젓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지라 액젓 양념장에 눈길이 가장 갔답니다. 멸치액젓이나 까나리액젓을 넣으면 김치 말고도 찌개나 국의 간을 맞출때 넣어도 감칠맛이 더해진다니, 사용해보고 싶어졌어요. 그동안은 일본 쯔유나 참치액 등을 활용했었거든요. 확실히 콩나물국이나 어묵탕에 참치액이나 쯔유를 조금 넣어주면 감칠맛이 증가하곤 했는데 앞으론 까나리액젓도 도전해보고 싶어졌답니다. 액젓에 간장을 더해 나물을 무칠때나 계란찜 등에 활용해도 좋다고 합니다.
밑반찬의 종류와 가짓수도 참 다양했어요.
아이가 잘 먹어 즐겨 해주는 우엉채조림도 있었구요. 꺂잎찜, 마늘종조림 등은 양가에서 잘 갖다 먹는 반찬이었고, 마른 표고버섯만으로 들깨 조림을 하거나 더덕보푸라기, 장똑똑이 (요리책에서 이름만 들어봤어요.) 등의 생소한 메뉴들도 눈에 띄었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각 밑반찬들의 만들어진 분량 (예: 6~7회분, 아무래도 한접시를 다 먹는 일품요리에 비해 밑반찬은 한번 만들면 자주 꺼내게 되니까요.) 등이 표기되어 좋았고 가장 좋았던 것이 며칠간 냉장보관으로 유효한가가 나왔다는 점이었어요.
냉장고에서 2~3일만 지나도 혹시 상했을까봐 걱정스러웠던 초보 주부로써, 여기 나온 밑반찬 들은 보통 일주일 유효했고 장아찌는 말 그대로 2주나 2개월 등 몇개월동안 먹을 수있어 너무 행복한 레시피가 아니었나 싶어요.
장아찌가 가득한 한식 밥상을 좋아하시는 어머님들을 위해 서프라이즈 반찬을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책이었습니다.
다양한 퓨전요리에 도전해본다 생각했지만 기본 밑반찬 솜씨가 부족하다보니 늘 빈약한 밥상이었고 새로운 메뉴가 떠오르지 않으면 부실할 수 밖에 없었던 초라한 밥상을 업그레이드하게 해줄 고마운 책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