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채소 요리 - 한 권으로 끝내는 대한민국 대표 채소 요리
한명숙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3월
품절


결혼 전부터 신랑이 늘 강조했던 것이 몇가지 있었는데 그 중 한가지가 채소를 많이 먹어야 건강하다며 가족이 채소를 많이 먹었으면 좋겠다 하는 것이었다. 내가 워낙 채소보다는 고기를 좋아하는 터라 미리 언질을 들었음에도 막상 상에 올리는 반찬들이 육류가 많았고, 그러다보니 다섯살된 우리 아들도 엄마 입맛을 따라 자꾸 고기만 좋아하고 채소를 잘 먹지 않으려 해서 변비까지 오고 있는 형편인지라 신랑의 조언에 일찍 귀기울이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되었다. 다행히 아예 안 먹는 것은 아니고, 시금치와 콩나물은 좀 먹는 편이고 호박, 당근 등도 잘게 다져서 볶음밥을 해주거나 하면 잘 먹기에 조금씩 채소 밥상을 늘려줘야겠단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엄마가 채식을 좋아하면 나물도 자주 무치고 샐러드 등 다양한 채소 활용 요리에 눈이 뜨이지만, 그러지 못하다보니 내가 할 수 있는, 혹은 내가 쉽게 떠올릴 채소 요리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요리를 요리책 보고 하는 나이지만, 유난히 채소 요리책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요즘처럼 아이에게 채소를 많이 먹이기 위해 고군분투할때면 더더욱 말이다.

오늘은 아이와 공원에 나갔다 돌아와서 목욕을 시키고 나니 바로 신랑 퇴근 시간이 되었다. 미리 준비해놓은 반찬도 없고, 어떡하지? 하고 머릿속이 하얘지고 있던 찰나, 무얼 먹고 싶냐 물어보니 개운하고 진하게 끓인 된장 찌개가 먹고 싶단다. 신랑을 위해 된장찌개와 고추장 감자 참치 볶음을 후다닥 만들고 나니 (다행히 레시피를 안봐도 될 요리들이어서 금새 만들 수 있었다. ) 잠깐 차에 갖다 올일이 있다길래 시간이 살짝 남았다. 아이에게 된장찌개를 먹일 생각으로 청양고추나 고추장을 따로 넣지 않았지만 된장찌개도 어떤 날은 안 먹기도 하거니와 건더기 먹을 만한 반찬을 챙겨주고 싶어서 냉장고를 열어보니, 며칠째 잊고있던 버섯 친구들이 보였다. 느타리 버섯, 새송이 버섯 등등. 이걸로 뭘 만들까? 사실 미리 준비하지 않고, 갑자기 레시피북을 찾으려면 정신이 산만해지고 잘 찾던 레시피도 눈에 띄지 않아 더 우왕좌왕하는 나였는데 (아이를 위한 채소 요리 레시피를 찾으니 내가 생각하는 그런 메뉴는 없어서 바로 덮었다.)오늘은 쉬운 채소 요리를 펼쳐들고 찾아보자 싶었다. 버섯 샐러드, 버섯 잡채 등이 눈에 띄었다. 버섯 샐러드는 새콤해서 맛있을 것 같았으나 우리집 두 남자 새콤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버섯잡채로 낙찰~


당면도 싫어하는 우리 아들에게는 버섯만으로 하는 버섯잡채가 딱 좋을 것 같아서 언제고 해줘야지 생각했던 레시피였는데 때마침 눈에띄었다. 말린 표고버섯도 있었지만 물에 불릴 시간이 없어서 패스하고, 새송이 버섯은 잘게 채썰고, 느타리 버섯을 잘게 찢어주었다. 느타리 버섯 등으로는 사실 주로 버섯볶음을 하거나 새우 버섯 솥밥 등으로만 활용을 하고 다양하게 활용을 못해봤는데 아이가 먹을까 어떨까도 모를 상황에 우선은 도전해보기로 했다. 책에 나온 레시피와 살짝 다르게 한 점은 목이버섯과 표고 버섯 둘다 없어서 양념을 재워야할 두 버섯을 못 넣고, 버섯과 양파, 당근 등 다른 채소 들을 한번에 모두 볶으면서 양념장을 넣어 버무려주었다. 책의 팁에서는 버섯을 살짝 데쳐서 센불에 빠르게 볶아내면 물이 안생겨 좋다고 했는데, 그냥 한번에 후르르 볶으니 물이 생기긴 했지만 타거나 익지 않는게 두려운 주부로써는 물기가 좀 생기더라도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다. 그렇게 상차림을 했는데, 우와~ 대만족한 점이 아이가 버섯 주세요~ 할정도로 된장찌개와 더불어 버섯 잡채가 대성공이었다는 점이다. 신랑도 맛있게 먹었고 무엇보다 입짧은 아이가 밥 한그릇, 버섯으로 뚝딱했다는 점에서 아이 아빠도 감탄을 했다. 아, 종종 해줘야겠다. 마음에 드는 레시피로 낙점.

어릴 적에 엄마가 해주셨던 감자크로켓도 반갑게 만날 수가 있었다.

아이가 자기전에 읽어달라고 한 열한마리 고양이와 바닷새라는 책에서 감자 크로켓 만드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책 읽어주면서 간식으로 크로켓을 내놓으면 아이가 더 잘 먹을 것 같았다.



채소 요리를 쉽고 맛있게 하기 위해서 다양한 드레싱과 밥도둑 쌈장이 레시피 전에 먼저 수록이 되어 있었다. 샐러드 소스는 여러 책에서 다양하게 만나봤지만 (이 책의 레시피가 월등히 많은 편이다.) 밥도둑 쌈장은 거의 여기에서 처음 봤다 할 정도로 특집이라 할만하였다. 된장 마요네즈 쌈장, 멸치볶음 쌈장, 쇠고기 호두 쌈장, 땅콩된장 쌈장, 아몬드 쌈장, 녹차 쌈장, 스위트 칠리 쌈장, 너트 쌈장 등이 소개되어 식탁 한가득 푸짐하게 쌈채소를 올려놓고 일반 된장, 고추장 혹은 평범한 쌈장 한가지로 일관하기 보다 다양한 쌈장을 올림으로써 입맛을 다양하게 충족할 수 있는, 혹은 쌈채소를 여러 맛으로 즐길 수 있는 쉽고도 화려한 레시피가 금새 완성이 되었다.

친정 부모님께서 최근 텃밭 농사를 시작하셔서 상추와 오이, 각종 쌈채소 등도 푸짐하게 안겨주시곤 했는데, 고추장 말고는 따로 쌈장을 생각지 못했던 내게 화려한 쌈장 코스들은 눈요기로도 충분할 지경이었다. 채소를 많이 드시는 친정과 시댁에 만들어 드려도 정말 좋아하실 것 같았다. 당장 다다음주에 시부모님 모시고 리조트로 놀러갈 예정인데, 고기 구울 준비를 해갈 예정이었던 터라 쌈장을 이 책을 보고 만들어가 활용하자 싶었다.

채소로 만드는 레시피는 위에 소개된 반찬들 말고도 샐러드, 한그릇 다이어트 요리, 스무디나 각종 디쉬 요리등으로 무한 변신이 가능했다.

구운 채소를 발사믹 드레싱과 버무려 바게트 위에 소담스럽게 올린 구운 채소 바게트는 눈으로 한번 반하고, 입이 행복할 멋진 샌드위치였다.

내일은 마트에 가서 어떤 채소를 사다가 또 요리를 해볼까 즐겁게 구상하게 된다. 까다로운 식구들 입맛을 바로 사로 잡으니 이 책 참 신통하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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