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난 자신 있어요! - 용기, 도전정신, 자신감 키우기 ㅣ 노란돼지 창작그림책 17
백수빈 글.그림 / 노란돼지 / 2012년 5월
"어이, 네발 자전거 타는 꼬맹이구나."
"선생님도 어릴 적엔 영어 잘 못했어요?"
"주위가 까매진 것은 아이가 소리를 질렀기 때문이예요."
이 책을 정말 열독하고 있는 44개월 우리 아들이 요즘 한 말들이랍니다. 너무너무 좋아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책이라 벌써 몇집에 입소문까지 냈을 정도지요. 두 집 다 여자아이긴 했지만, 자전거도 좋아하고, 뛰놀길 우리 아이 못지않게 하는 아이들이라 이 책을 좋아할 것 같더라구요. 보통은 아이가 한 두번 읽어본 후 리뷰를 쓰는 일이 많았는데, 이 책은 아이와 너무 많이 읽어서.. 이미 리뷰를 쓴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기분이 되었지요.
처음 택배로 받았을때부터 자전거가 나온다며 아이가 좋아했던 책인데, 내용을 보며 더욱 좋아하게 되었어요.
그림책은 처음 쓰고 그린 작가님 책이라는데, 그림과 내용이 어찌나 마음에 드는지 깜짝 놀랐어요. 뾰루퉁한 아이 표정, 급경사를 내려올때의 자전거 속도감 등을 박진감 넘치게 잡아내고, 그림책 속 표정들도 하나하나 잘 살아 있었거든요. 아이 행동 묘사도 놀라웠구요. 엄마 아빠도 아이가 너무 좋아해서 그런가보다 하였지만 자주 읽어주면서 그림까지 하나하나 더욱 자세히 훑어보게 되었는데 볼수록 잘 그린 그림이라 놀랐답니다. 칭찬에 인색한 아이 아빠까지, 우와 정말 장면 묘사 잘했네..말할정도였지요.
인형놀이...
난 하나도 재미없어요.
자전거 타는게 훨씬 재미있어요.
예빈이는 소방차를 갖고 놀고 자전거 타길 좋아하는 발랄한 여자아이랍니다. 친구들이 곰인형에 면사포를 씌우고 인형 머리를 빗질하며 놀고 있는 동안 동네 오빠들과 자전거 타길 더 좋아하는 소녀지요. 그런데 오빠들이 네발 자전거 타는 꼬맹이라며 예빈이를 놀려요. 그래서 아이에게 말해주었어요. 누군가를 "어이~" 하고 부르는건 좋은 표현이 아니라고.. 예빈이도 속상해 하지 않냐고 말이지요. 그런데 그런 말은 정말 금방 따라하는 것 같아요. 어이~ 라는 억양이 재미있어선지 몇번 말해보면서 키득거리네요. 친구 승호까지 보조바퀴를 떼었다며 예빈이를 놀려댑니다.
화가 난 예빈이가 집에 와서 아빠를 조르기 시작하지요.자기도 두발 자전거 타고 싶다구요.
쇼파에 누워 리모컨 돌려가며 티브이 보는 아빠 모습, 어느 집이나 흔한 정겨운(?)모습이 아닌가 싶어요.
아빠를 괴롭히고 떼쓰는 예빈이 모습에 엄마도 아빠도 한참 웃었답니다. 우리 아이 떼쓸때 모습이 생각나서요. 특히나 바닥에 모로 누워있는 예빈이 모습에 빵 터지고 말았는데, "여기 찌그러져 있는 모습이 딱 우리 아들 같네." 했더니 괜스레 아들도 웃으며 자기도 여기 이 모습 같다고 합니다. (찌그러지다는 표현, 쓰고 나서 바로 후회했지요. 아들이 엄마 말 다 따라하는데 이런 말을 가르치다니 나도 참..하면서 말입니다.)
그래서 아빠와 예빈이의 두 발 자전거 타기가 시작되었어요.
사실 엄마도 자전거를 못 타거든요. 그래서 예빈이가 자전거 타기 하는 모습이 정말 대견해보였답니다. 우리 아이도 유아 때(지금도 유아지만 더 어릴적에요) 자전거 몇번 타보고 거의 안타봤는데 요즘 관심이 높아졌어요. 그래서 예빈이가 자전거 타는 모습에 두근두근 같이 공감하는 모습이었답니다.
넘어지고 또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아빠와 연습합니다. 그런 모습이 과정으로 하나하나 그려져 있어서 더욱 실감났어요.
"아빠 이제 놓으세요!"
"정말 놔도 돼?"
"네!"
.
.
.
"벌써 놓았는걸."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라면 처음에 다 경험했을 그런 일화가 아닐까 싶어요.
저도 어릴적에 딱 한번 두발자전거에 도전해봤다가 자꾸 뒤에 붙잡아준 오빠가 놓곤 해서..넘 무서웠던 기억이 있거든요. 예빈이는 성공해냈네요.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어요.
지그재그 타기도 해야하고, 오르막길도 올라야하지요.
지그재그 타기할때 아빠가 그랬어요.
"처음부터 잘 타는 사람은 없어.
아빠도 처음엔 그랬단다."
우리 아이에게도 그말을 들려주었더니, 어른들도 처음엔 잘 못하는 거냐 묻더라구요.
사실 엄마는 어른인데도 연습을 안해서 자전거를 못 탄다 그랬어요.
하지만 자전거 뿐 아니라 무엇을 하더라도, 어른들이 지금은 잘 하고 있는 것들, 우리 아들은 어려서 잘 못하지만, 자라면서 연습하면 다 잘하게 된다고 말해주었더니, 이 부문 읽을때마다 꼭 되짚어 묻더라구요.
그러더니 튼튼영어 시간에 선생님께 그러는 말을 들었어요.
지금은 영어 잘하는 선생님도 어릴 적엔 영어 잘 못했냐고 묻더라구요.
선생님이 깜짝 놀라서, 그런 표현도 알아? 하고 놀라워하시던데..책에서 배운 것임을 알았답니다.
오르막길은 너무나 힘들어서 그냥 내려서 끌고 올라가고 싶었는데 아빠는 예빈이에게 용기를 북돋워줍니다.
힘들게 올라간 오르막길에서 너무나 뿌듯했던 예빈이가 내리막길은 쉽다며 슈웅 내려갔는데..그만 앞에 돌멩이에 부딪혀 꽈당 하고 넘어지고 말았지요. 얼마나 아팠을까요. 엄마가 청룡열차를 타고 내려온 기분이었답니다. 예빈이 몸이 슝~ 하고 날아갈때는 어휴 저걸 어째 하고 공감이 갔구요.
우리 꼬맹이 안 다쳤어? 라는 아빠 말에 꼬맹이 아니라고 소리를 지르고 울음을 그쳐버린 예빈이.
정말 귀여웠어요. 주위가 왜 까매졌냐고 묻는 아들에게 예빈이가 소리질러서 강조하기 위해 그런걸까? 했더니 그말도 곧잘 따라하네요.
아이가 좋아하는 책이다 보니 제목도 금새 외우고 자신있어요~ 외치는 아들을 보니 감격스럽습니다.
코스트코 등에 가서도 아동 자전거를 보면 타고 싶어서 어쩔줄 몰라하는데 아직은 페달 밟고 구르고를 안해봐서 낯설어하네요.
예빈이처럼 하려면 이렇게 직접 페달을 밟아야 앞으로 나가는 거야 하고 일러주었네요.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책, 난 자신있어요. 하루에도 다섯번 이상씩 읽어준 대박북이라.. 이제는 웬만한 내용과 그림이 다 머릿속에 있을 정도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