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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의 기싸움 - 사랑과 노력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부부싸움보다 힘겨운 전쟁
메리 커신카 지음, 안진희 옮김 / 북라이프 / 2012년 4월
절판
꼼꼼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육아서,<아이와의 기싸움>을 읽었다.
아이와 매일 기싸움을 하고 있으면서도 막상 책 제목으로 대하니, 불편한 생각이 들어서 이 책을 펼쳐들 생각이 나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집어들게 된 것은 아마존 자녀교육 부문 최장기 베스트에 뽑힌 책이라는 설명을 읽고나서였다. 그리고 아이 훈육의 어려움을 이 책을 통해 해결할수 있다면 하는 기대감에 책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44개월의 우리 아들, 한국 나이로 다섯살이고, 보통 이 또래 아이들은 많이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우리때만 해도 일곱살부터 유치원을 다니고 그 전에 유아원에 다니는 경우는 아주 드물었지만 요즘에는 다섯살 아들을 집에 데리고 있는 경우가 더 드문 것같다. 엄마가 직장에 다니지 않더라도 아이들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일찌감치 다니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직 다섯살 아이를 데리고 있다는 말을 하면 이해하지 못하는 주위 시선도 제법 느꼈다. 내가 괜찮다는데..
그런데..가끔은 내가 괜찮지 않을때가있다.
24시간 늘 붙어 있다보니, 어릴적은 괜찮았지만 아이가 좀 자라고, 나도 오랜 시간 같이 하다보니 나의 시간이 필요해졌다. 아이 잘때 내 할일을 하면 되는 거지만 가끔 그러지 못할 때도 많고 나 역시도 심심하고 지루해질때가 있었다. 아이랑 놀면 되지 하지만, 엄마가 하고 싶은 일은 엄마 책 읽기, 영화보기 엄마 친구 만나기 등의 활동으로 넓혀질때가 종종 있었다. 아니 책 읽기는 종종이라기보다는 주로 늘 하고 싶은 일 중 하나였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 동안 온전히 아이에게만 신경을 써주지 못하고 내 책 읽기에 빠지기도 하고 살림을 핑계로 혼자 놀게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나 역시 그런 시간에 자꾸 둔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보니 할머니, 이모 등 식구들이 놀러오면 아이가 어찌나 좋아하는지, 내가 다 민망할 지경이었다.
엄마와 단둘이 있어도 재미나게 잘 놀아주는 경우도 많고, 영어, 한글 등 바쁘게 공부도 하고, 이것저것 배우러 다니는 아이들도 무척 많은데 그러고보니 난 마음만 있지 제대로 해주는게 하나도 없었다. 그러면서 아이와 함께 있다가 아이가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하면 짜증내기도 하고, 또 내가 나가자 했는데 아이가 싫다고 하거나 시간을 오래 끌면 ( 내 스케줄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면서 ) 아이에게 큰 소리도 내고 화도 내고 그랬던 것 같다.
생각해보니 다 내 반성거리일색이다.
아이 또한 무조건 다 잘한다는 것은 아니다. 아이 하나다보니 많이 받아주기도 했고, 뭐든 강요하기보다 아이 뜻을 많이 챙겨줄 때가 많았다. 아이가 많이 독선적인 편은 아니라 그나마 맞춰줄만하다 생각했지만, 강하게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아야했는데 단호한 훈육자가 그나마 아이 주변에서는 나 하나뿐인 편이고 대부분 다른 식구들은 다들 사랑으로만 너그러이 넘길때가 많았다. 순한 성격이다 보니 예전엔 크게 문제될 일이 없었는데 다섯살 나이에 접어든 사내 아이다보니 조금 짖궂은 장난들을 요즘 들어 많이 치기도 하였다.
가족들을 때린다거나 깨문다거나 하는 행동들을 말이다. 어릴적엔 오히려 안하던 행동들이 욕구 불만인지 (내가 잘 안놀아준 원인이 가장 클듯) 표출되기 시작해서, 처음엔 타일러보다 나중에는 큰 소리로 혼내거나 손찌검을 하기도 하였는데, 그렇게 소리 지르다보니 마치 득음하는 듯한 내 모습에 나 역시 실망하게 되었다. 아이는 하루종일 소리지르는 엄마가 얼마나 불편했을까.
"엄마 화났어? 화나는 거 싫어" 하고 말하는 아이 모습에 미안해지기도 하였다. 비단 때려서가 아니라 별 일 아니었는데도 아이에게 쉽게
화를 내고 짜증 내는 내 모습에 내 스스로가 실망하면서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 같았다.
다른 가족들과 같이 육아를 분담하면 나 역시 덜 힘들고, 기분까지 즐거이 아이와 놀아 줄수 있는데 아이와 하루종일 같이 하다 아이 짜증을 다 받아들이거나 혹은 다른 일로 화가 나거나 하면 같이 있는 아이에게 화가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 책에서는 이런 나의 문제점이 속속 들여다보이는 듯 하였다.
아이에게 화가 나고 소리지를 상황이 되었을때 멈춰서서, 자기를 먼저 되돌아보라는 것이었다.
화가 난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 (엄마도 아이도 그것을 찾아야 진정한 문제 해결이 되는 것이었다.) 되돌아보고 나면 아이에게 화내고 소리지를 일이 아닌 경우가 허다하다는것. 나 또한 정말 그랬다. 서평 쓸게 밀려 있다거나 신랑때문에 화가 났다거나 하는 일들이 있어 짜증 지수가 높아있을때 아이가 뭔가를 불편하게 요구하면 나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아이의 정서지능이 중요하다는 것, 비슷한 내용을 다른 육아서에서도 가끔 만나봤었는데 이 책은 보다 더 면밀히 다시 짚어주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아이와 부모 등의 성격 등을 분석해서 내성적, 외향적, 그리고 사고형과 감정형 등으로 구분을 해서 그에 따라 다르게 아이들을 대해줘야함을 배울 수 있었다. 꽤 시간을 들여 읽었다 생각했는데 다 읽고 나니, 다시 읽고 기억하고 싶은 부분들이 무척 많았다.
아이에게 화를 내서 미안한 감정도 들었지만 무엇보다도 아이 스스로 감정을 조정해 사춘기 등 민감한 시절에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하고 다른 사람과 여유있게 잘 어울리는 사람으로 키워내고 싶었다. 평범하다 생각은 되지만 나 역시 사춘기때는 힘들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더욱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아 아직 아이가 유아임에도 미리 걱정이 되었다. 아이가 스스로 커나갈 수 있는 감정조절을 잘할수 있는 성숙한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이 책에 담겨있다는 생각이다. 한번 읽고 말 책이 아니라 두고두고 기억할 내용들이 많았다. 실생활에 적용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여러번 통독할 필요성이 있다.
많은 기존의 육아서들을 읽어봤다 생각했지만 정말 기억에 남고, 활용해야겠다 싶은 책은 손에 꼽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 책은 가까운 곳에 놓아두고 아이가 10대가 될때까지 두고두고 활용해봄직한 그런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