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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매미 같은 여름 ㅣ 푸른도서관 51
한결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3월
평점 :
17년을 애벌레로 살다가 하루 성충으로 살고, 하루 내 울다가 생을 마감한다는 매미.
정말 그럴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매미에 대해서 나만 그렇게 들은게 아니었나보다.
이 청소년 동화책 작가도 그런 말을 어디선가 들었나보다.
민희는 엄마의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엄마라고 부르지도 않고 마음 속으로는 마녀라고 부른다. 엄마의 수족과도 같았던 그녀가 언니의 차가운 말 한 마디에 달라지기 시작하고, 지나치게 자신의 삶에 파고드는 엄마를 부담스러워하면서 엄마에 대한 거리감이 더욱 깊어졌달까. 심지어 밤마다 폭식증에 구토까지 해대는 엄마를 경멸하기까지 한다. 그리고 아침에는 고급 호텔 부럽지 않은 최고급 유럽식 식단을 내놓는 엄마의 음식조차 보기가 역겹다는 민희. 처음에는 그녀를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사춘기 소녀니까 엄마의 관심이 부담스러울 수 있겠지만 그래도 마녀라니.. 이제 내가 엄마가 되어서일까. 아니면 사춘기때도 그다지 크게 반항해보지 않은 아이여서일까. 어쨌거나 민희의 작은 반항이, 마녀라는 표현만큼은 좀 지나치게 생각되었다.
민희의 친구 조앤. 처음에 조앤 이름만 듣고는 민희 이름을 몰랐다면 배경이 외국인가 했을 것이다. 성은 조 이름은 앤, 친구들은 조와 앤을 합쳐서 조앤이라고 불렀고 본인도 이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터였다. 마음씨도 착했지만 얼굴은 더욱 빼어나게 예쁜 민희의 단짝친구인 조앤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였다. 엄마는 가출을 했고, 아빠는 매일 술만 마셔댔다.
민희를 짝사랑하는 진동, 요리하는 래퍼임을 자처하는 진동이는 늘 민희를 요 마이 베이비라 부르며 따라다닌다. 죽은 엄마와 민희가 많이 닮았다면서 말이다. 그러나 민희는 그런 진동이가 처음에는 무척이나 싫었다. 자장면도 좋아하지 않았고, 예쁘지도 않고 공부도 잘 못 하는 자기가 진동이와 짝을 맺으면 2세를 위해서도 좋지 않겠단 생각에서였다.
이렇게 세 청춘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엄마를 마녀라 부르는 민희, 자신을 버리고 가출한 엄마에 대해 원망조차 하기 힘든 조앤,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워하는 진동, 엄마로만 엮어보자면 각각 다른친구들을 이렇게 분류할 수 있겠다. 가정 형편은 사실 민희가 가장 좋아보이지만, 가장 행복해 보이는건 진동이었다. 아빠를 존경하고 아빠와의 관계도 행복한 아이, 결국 그 진솔한 모습에 평범하고 자신이 모자라게 생각되었던 민희도 점차 끌기기 시작한다.
얼굴이 예쁜 친구 조앤이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고, 절친이었던 민희는 이를 참지 못하고 진동이와 상의를 한다. 그리고 민희가 그동안 무시해왔던 진동이는 너무나 용감한 방법으로 그에 대응을 하였다. 진동이와 민희의 대응으로 조앤은 선생님에게서는 사과를 받아내었지만, 아빠의 구박을 못 견디고 가출을 하겠다 결심한다. 진동이와의 교제를 사사건건 반대하는 부모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민희도 조앤과 함께 집을 떠나기로 했는데 때마침 진동이가 아버지와 여행을 간다길래 지리산 종주에 따라나서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그녀들의 가출. 힘든 산행길이었지만 진동이와 진동이 아빠를 알게된 행복한 여정이기도 했다.
어려운 환경과 화려하게 예쁜 외모의 조앤, 한순간에 위험한 길로 빠지기 쉬운 그런 악조건 중의 악조건이었다. 돌고 돌아 엄마와 결국 화해하게 되는 민희는 조앤보다는 빨리 다행히 자리를 되찾게 된 경우였다. 진동이가 있어서 쉽게 바로잡힐 수 있었는지 모르지만 말이다.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가 참 맑고 예쁘게 들렸다.특히나 진동이의 이야기가 말이다. 노래하는 래퍼, 노래하는 요리사, 그의 시는 민희 말마따나 정말 닭살 돋게 하는 그런 내용이었지만 진지하게 여자친구를 지켜주려는 모습은 정말 아름답기 이를데 없었다.
어른은 우리와 너무나 다를 것 같다 생각하는, 사춘기 소녀들에게 어른이란 그저 아름답지 못한 모습이기만 했던데 반해 진동이네 가족은 가족간의 이해가 너무나 잘 이루어진 케이스였다. 나중에 나도 우리 아이와 이렇게 서로 가슴 속까지 제대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사이가 되면 좋겠는데... 절대 되기 싫은 어른의 표상으로 부모가 되기는 싫었다. 민희나 조앤의 가족처럼 말이다. 다행히 그들도 희망을 발견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너희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절이 지금이라는 뜻. 돌이켜보면 청소년기는 매미의 한철처럼 굉장히 짧지만 선생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나이는 너희들 나이였어. 그런데 그걸 너희만 모르는 것 같아. 232p
정말 민희말마따나 당시엔 유난히 시간이 안가는 것 같았다. 민희처럼 좋아하는 남학생도 없었고 그저 공부만 해야했기에 시간이 더더욱 안가는 것처럼 느껴졌는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매미처럼 한철 살다 떠나야 하는 비극적인 운명이라 생각하기보다, 정말 상담선생님의 이야기처럼 가장 아름다운 시기임을 다시 상기하는 시절로 그 시절을 되돌아봐도 좋을 것 같았다. 지나간 시절이라 지금의 학생들에게는 내 이야기 또한 고루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