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보헤미안 - 자유로운 영혼 13인의 제주 정착 리얼 다큐
김태경 지음 / 시공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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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그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날 편안하게 해준다. 내 고향도 아닌 곳인데..

그저 쉼같은 곳.

오늘 하루 나는 평범하지만-아니 오히려 유순한 편이었지만, 오늘따라 좀 까칠했던 아기와 힘든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정말 우울증이 생길정도로 머리가 아파오고, 하루종일 심란했다. 그러면서도 아이에게 또 미안해졌다. 아이가 그러는 것이 내가 생각이 딴데 가 있어서 그런게 아닌가 싶은 느낌이 들어서.. 아마 맞았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도 나도 낮잠도 자고, 시간을 어느 정도 보내고 나니 평온한 마음을 되찾았다. 평소의 사랑스러운 내 천사, 그리고 한없이 너그러운 엄마로 다시 돌아갔다. 그러면서 다시 이 책을 펼쳐들었는데, 제주도의 편안함이 나를 더욱 행복한 기분으로 만들어줬다.

이 책은 여행책이 아니다. 대도시인 서울을 떠나 제주도에 정착하기까지의 여러 사연을 가진 사람들의 정착기이다. 단지 다른 지역의 이사와는 좀 느낌이 다른, 뭍에서 섬으로의 이사, 혹은 제주 이민으로까지 불리우는 바로 그런 사연들, 게다가 그들은 나와 비슷한, 혹은 관광객들 대부분이 가질 제주도가 주는 평안함 그 이상을 사랑한 이들의 이민, 과거와 현재, 자연과 문화가 공존하며, 자유분방하지만 통속적이지 않은 섬, 제주.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나는 이렇게 부르고 싶다. 제주 보헤미안. open page

그리고 그 제주 보헤미안들과의 만남은 제주 이민을 거의 꿈꿔본적이 없었으나 늘 제주 여행을 좋아하고, 기대하는 평범한 한 주부에게도 즐거운 활력소가 되어 주었다.



같은 한국인데도 제주도는 참 묘한 느낌을 준다. 마치 해외여행을 가서, 한국말이 통한 것 같은 그런 느낌을 주는 유일한 여행지랄까. 일년에 삼일 이하로 짧은 휴가밖에 못내는 신랑과 여행을 다니려다보니 그동안 해외를 간다는 것은 꿈도 못 꿀일이고, 가까운데는 넘 아깝고, 제주도가 딱 휴가기간에 다녀오기 좋았다. 게다가 해외여행을 떠난듯 기분까지 들뜨면서 말까지 통하니 이보다 좋을 순 없었다. 아이를 가졌을때 태교여행으로 다녀온 것을 시작으로 거의 매해 다녀오기 시작했고, 작년부터는 거의 일년에 두번이상 꼭꼭 여행을 가게 되었다. 한번은 신랑과 한번은 친정 식구들과..



제주도는 참 매력적인 곳이다. 그러면서도 쉽게 뭍 사람들, 특히 대도시 사람들이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리고 떠나기엔 위험부담도 큰 곳이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제주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제주도에 대한 환상만 심어주기보다는 보다 현실을 직시할 것을 조언해주고 있다. 멋스럽게 꾸민 에세이와는 차별화되어 현실적인 조언을 들려주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아내의 건강을 위해 마지막으로 선택해야했던 제주도로의 이민, 그 속에서 가족의 돈독한 유대감을 회복하고, 돈버는 것보다 더 소중한 그 모든 것들을 얻어가기 시작한 숲속 일식집 아루요의 요리가 김승민님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제주도에서는 오히려 접하기 힘들다는 피자, 그 중에서도 하나도 생기지 않았다는 화덕 피자집을 열어 자신의 원 전공인 시각 디자인의 힘까지 살려 인테리어에 힘쓰고 멋진 피자집의 명성을 얻어가고 있는 김병수님의 이야기, 제주의 이야기는 오랜 그들의 숙원, 혹은 즉흥적일지라도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고 노력하는 많은 이들의 땀과 노력이 그대로 배인 이야기로 풀려 나갔다.

나처럼 그저 여행을 다녀가는 사람들, 혹은 책을 통해 읽은 사람들 눈에는 카페를 하고 있는 사람들, 특히 여행지로서의 환상의 조건인 제주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저 하루하루 여행을 하는 기분일듯, 행복해보일 거라 착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청담동에서 유명했던 샐러드앤 미미를 제주도에서 경영하고 있는 정희경님이 하루 최초 식사를 저녁 8시에 하기도 한다는 것과 낭만적으로 보이는 감귤 농사도 두 부부가 온힘을 다해 하루종일 일해도 아직은 생활비 마련이 빠듯할 정도라는 해피귤 감귤 농장 부부의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제주도의 그들의 삶에 환상만 있는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그들은 제주도에서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다만 어느 곳에서 살든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삶, 행복하다 느껴지는 삶을 살아야 하는 법인데, 다행히 힘들어도 행복하다 말할 수 있는 삶을 사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라 읽는 내내 가슴이 훈훈해졌다.

제주 이민을 고려해본적은 없지만 대학 동창 하나가 졸업후 일년 동안 제주도에 내려가 열심히 돈 벌고 주말엔 놀러다니고 그렇게 딱 일년 살다 올라오고 싶다란 말을 듣고, 나까지 덩달아 설레였던 적은 있었다. 다만 그 친구는 졸업도 하기전에 결혼을 해버려서 (우리 과 결혼 1호였다.) 자신이 입버릇처럼 말하던 그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말이다. 그때부터 제주도에 대한 환상이 조금씩 자리했지만 아직 내게는 이민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여행지로서 최적의 장소인 제주.

이 책속에서 꿈을 이룬, 혹은 이뤄가는 많은 이들을 만났고, 그들이 운영하고 있는 레스토랑, 카페, 게스트 하우스 등에도 지대한 관심이 생겼다. 적어도 여행하며가보고 싶은 곳으로 손꼽을 곳들이 늘어났다는 것. 단순 여행 정보만 가득한 여행가이드북과는 또다른 느낌의 그런 여행서랄까. 이주민들의 이야기지만, 내게는 여행서처럼도 느껴진 책이었단 점이다. 읽는 이의 입장에 따라서, 제주 이민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 눈에는 여행정보보다는 제주 정착에 필요한 마음가짐과 준비 과정 등이 더욱 눈에 들어올 지 모르겠다. 사람들과의 인터뷰 외에도 제주 보헤미안 13인과의 못다한 이야기, 제주를 좀더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 제주 이주를 준비하는 이들을 위한 어드바이스, 제주에서 가볼만한 카페, 갤러리, 도서관, 맛집 숙소 리스트가 근사한 덤으로 곁들여진 책이었다.

한때 너무나 재미나게 보았던 메가쇼킹, 혼신의 신혼 여행 등의 웹툰 작가 고필원님이 쫄깃 센터라는 독특한 게스트하우스를 쫄깃맨들과 함께 제주에서 운영중이라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게다가 그 곳은 전국에서 지원자를 받아 단지 목소리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뽑힌 사람들이 무상으로 와서 공사를 도와 완성한 뜻깊은 공간이기도 했다. 제주도 주민분들이 무상으로 일해주는 청년들에 대해 이상한 종교단체가 아닐까 의심할 정도로 고필원님의 능력과 카리스마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 또한 열심히 읽다가 쫄깃 센타의 특제 수프, 메뚜기 수프 레시피 설명에 그대로 몰입해, 아이를 재우며 머릿속에 내내 레시피가 둥둥 떠다니고 입가에 침이 고이는 묘한 증후군을 겪기도 했다. 오뚜기 수프에 제주산 감자와 양파를 듬뿍 넣은 수프라니 생각만 해도 맛있을 것 같았다. 거기에 청양고추까지! 내일 해먹어볼테다.



제주 보헤미안~

정말 재미나게 읽은 멋진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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