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드로잉 노트 이지 드로잉 노트
김충원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2년 4월
구판절판


그동안 우리 아이를 위해 주로 만났던 김충원 선생님의 그림그리기 놀이책이 어른을 위한 스케치 버전으로 새로 나왔다.
이지 드로잉 노트.
김충원 선생님의 책은 아니지만, 예전에 타 출판사에서 따라 그리다보면 쉽게 잘 그리게 된다는 내용의 책들을 본적이 있었는데, 이지 드로잉이라는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쉬운 기초부터 차근차근 다져서, (안의 내용도 교과서처럼 딱딱한 느낌이 아니라 마치 김충원 선생님의 노트를 들여다보듯, 친근감 있는 글씨체로 조곤조곤 설명이 잘 되어 있다.) 나만의 그림 솜씨를 좀더 자신있게 향상시켜 나갈 수 있는 재미난 방법들이 소개되어 있다.

드로잉 노트와 인터넷 블로그는 목적이 같다.
첫째는 자신의 삶을 찬미하기 위함이고, 둘째는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그림을 그리면서 이것을 누군가에게 자랑하거나 액자에 넣어 걸어두거나 혹은 드로잉 테크닉을 연마하기 위한 수단으로 열심히 노력한다는 생각 자체를 할 필요가 없다. 그저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나만의 여유를 찾기 위한 명상의 시간이라고 생각하자. 54p

예전에 나의 블로그는 그저 웹에서 얻은 정보를 스크랩하기 위한 파일 저장고였을뿐이었는데, 책을 즐겨 읽으며 기록을 남기다보니 블로그에 대한 애정이 조금씩 샘솟고 있는 중이다. 드로잉 노트에 대한 김충원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나니, 잘 그리고 싶은 욕망이 있으면서도 그에 대한 스트레스로 뭔가의 결과물, 완성작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할 생각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 즐겨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화든 간단한 터치의 드로잉이든 짧은 시각에 스스슥 그려내도 뭔가 남다르게 그려내는 것, 그렇게 그려보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 부러워만 하고 있었다면 이지 드로잉 노트를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무조건 따라그리라는 임화의 수준이라기 보다 자신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방법, 혹은 묻혀있던 숨겨진 창의력을 발견해내는 과정을 드로잉을 위한 관찰을 통해 발견할 수도 있다고 한다.

사각사각.. 소리가 나는 연필을 잡아본게 얼마만이었던가.
사실 요즘에는 웬만한 문서 작업도 다 컴퓨터로 하는 세상이기에 간단한 메모를 제외하곤 필기구 자체를 손에 잡을 일이 많지가 않다. 게다가 샤프도 아닌 연필이라니.. 오랜만에 학창 시절로 되돌아간 느낌이었다. 사각사각 서걱서걱 그 느낌이 참 정겨웠다.
이지 드로잉 신공- 가장 빠른 시간내에 가장 효과적으로 드로잉 실력을 높이는 방법이 바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눈을 감고 마음껏 선을 그려내는 것이라 한다. 순수윤곽 드로잉, 스트로크, 오른쪽 뇌로 그리기 등의 방법으로 불리는 이 방법은 논리적으로 생각하려는 왼쪽 뇌의 간섭을 차단하고, 순수한 선을 찾아가는 연습이 된다고 하였다. 하루에 10분씩 세번, 열흘만 계속 연습한다면 이 방법으로 놀라울만한 발전을 이룰수도 있을 거라 하였다.

그렇게 실제로 그림을 그려보았다. 그림이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선 그리기였지만.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물론 그 음악이 경쾌한 댄스음악이냐 잔잔한 클래식이냐에 따라 또 그림의 선이 달라질 것 같다.) 눈을 감고 빙판위를 스케이트 타고 미끄러지듯, 연필 잡은 손을 마음껏 놀렸다. 노래 한곡이 끝난 후 눈을 뜨고 바라보니 이렇게 빼곡히 한 페이지가 채워져 있었다. 지금은 이게 무얼까? 싶은 과정일테지만 정말 하루 세번씩 열흘을 연습하고 나면 드로잉에 대한 놀라운 발전이 있다고 하니 기대되는 과정이었다.

몇 페이지는 성인을 위한 페이지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아이들이 따라 해도 좋을 그런 쉬운 드로잉이 많았다. 우리 아이에게 보여주지 않아 그렇지 그림그리기 좋아하는 다섯살바기 우리 아들이 이 책을 보았으면 자기 꺼라고 뺏어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생각을 완전히 바꾸는 것.
모나리자의 그림을 거꾸로 해서 따라 그린다거나 (원래대로 그리는 것은 쉬워도 거꾸로 따라그리려니 정말 빼어난 관찰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세개의 공이라도 겹쳐진 순서에 따라 충분히 다 다른 그림이 될 수 있다는 것 등등 따라 그리는 그림이라도 뭔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는 것이 독특하게 느껴졌다. 역시 김충원 선생님다웠다.

오랜만에 어린 시절의 순수했던 그 기분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그리고 나만의 드로잉 노트를 갖고 (무지 노트가 같이 들어있었는데 흰색과 부드러운 재생지 느낌의 종이가 반복적으로 들어있어서 더욱 멋진 노트가 되었다.) 연필 하나를 놀려가며 서걱서걱 그림을 그릴 생각을 하니 아직 책 한권을 다 끝낸것도 아닌데 시작만 해도 괜히 뿌듯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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