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어 1 줄리애나 배곳 디스토피아 3부작
줄리애나 배곳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형제 자매여, 우리는 여러분이 여기 있다는 것을 압니다.

언젠가 우리는 '돔'에서 나와 여러분과 평화롭게 공존할 것입니다.

다만 지금은, 멀리서 사랑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겠습니다. 11p

 

지구의 멸망이나 다름없던 대폭발 이후, 살아남은 사람들은 근처에 있던 모든 것과 융합을 해버렸다. 주인공 소녀 프레시아는 인형머리가 손을 대신하게 되었고, 사물 뿐 아니라 다른 동물이나 대지, 심지어 자신의 가족과 몸이 융합되어 버린 예도 많았다. 사람들뿐 아니라 동물들도 융합된 돌연변이만 남아 먹을 거리도 부족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삶은 더욱 피폐할 수 밖에 없었다.

 

다만, 퓨어라 불리는 순수한? 이들이 남아 있었다. 인간의 형상 그대로 살아가는 그들, 그들은 돔 안에 살면서 폭탄의 피해를 입지 않은 무결점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바깥 세상의 생존자들을 천민이라 부르며, 허울뿐인 말로 그들을 현혹했을뿐 꿋꿋이 자신들만의 영역을 지키며 살아갔다.

 

버려진 바깥의 사람들. 그렇게 살아남은 생존자들 중에서는 16세 이상의 아이들을 뽑아 혁명군으로 교육시키며 돔의 퓨어인들에게 반기를 드는 세력도 존재했다. 혁명군으로 끌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프레시아는 열여섯 생일이 되어 명단에 오르는 것이 두려웠다. 자신의 가족인 할아버지와 헤어져야하는 길이었고, 어찌 될지 모를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난 네가 본 걸 모조리 봐야겠어. 네가 아는 것도 모조리 알아야겠고 말이야. 네 머릿속에 든 것까지 몽땅. 네 존재 가치는 내게 딱 그뿐이야. 알겠어?" 275p

 

세기 말, 무엇이 될지 모르지만 지구 대재앙의 순간 그 이후에 있는 생존자들의 이야기.

그동안 봐온 대부분의 영화에서는 비교적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긍정적인 희망의 메세지를 담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작년에 읽었던, 쓰이기는 수십년전에 쓰인 세기말을 다룬 이야기 스완송(로버트 매캐먼 저)이라는 소설을 접하고는 핵폭발 이후의 처참한 인류의 실상 앞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때가 있었다. 퓨어를 읽으며 그때를 다시 떠올렸다.

스완송에서도 순수한 사람들보다 대부분 얼굴에 가면처럼 덧 씌워진 추한 흔적이 남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개되어 퓨어와 비슷한 설정과 느낌을 받았는지 모른다. 다만 스완송에서는 좀더 환상적이고 비과학적인 느낌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것에 비해 퓨어는 그보다 좀더 현실적이고 좀더 잔인한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프레시아의 이야기만 들어봤을적에는 그저 끔찍할 수는 있겠지만, 하는 정도였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등장하는 아이와 한몸이 되어버린 엄마들, 괴물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저 읽는 것만으로도 속이 울렁거리게 만드는 그런 끔찍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두권의 책을 밤새워 읽고 나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나 많은데, 스포일러가 될까봐 입을 다물어야 함이 아쉬울 정도였다. 

끔찍한 설정을 상상하며 불편함을 감출 수 없더라는 이야기도 많이 접했는데 나또한 그런 기분이기는 했으나 정말 간만에 명작을 만났다는 기분이 들었다. 출간전 시놉시스만으로도 폭스사와 영화계약을 맺을 정도였다는데 수긍은 갔지만 영화로는 도저히 보지 못할 것 같았다. 책으로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기에, 도저히 영화를 보며 컬쳐 쇼크를 감당해낼 자신이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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