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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네 동네 이야기 ㅣ 한이네 동네 이야기
강전희 지음 / 진선아이 / 2012년 4월
구판절판
42개월 우리 아들이 요즘 너무너무 사랑해주시는 책 중 하나가 바로 한이네 동네 이야기랍니다.
사실 이 책은 아이들 책 카페에서 신간 소개글을 보고 엄마가 먼저 반한 책이었지요. 우리 아이 꼭 보여줘야지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엄마 마음을 읽기라도 한듯 아이도 너무너무 좋아하네요. 아이는 어떤 기분일까요. 아직은 어려서 엄마가 읽어주는 대로 이해하고 숨바꼭질하듯 찾아내는 세밀한 그림에서 매력을 느끼겠지만, 좀더 자라면 엄마 어릴적에 그랬듯이 하나하나의 세심한 그림들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냥 위에서 내려다본 마을 전경이 다가 아니라, 그림 속 사람들이 하나하나의 사연을 담아 살아움직이고 있거든요.
표지만 보고서도 엄마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사실 우리 아이는 책 읽기에 한정된 것보다 이렇게 그림을 보며 이야기를 지어내고 설명해주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귀찮아서 자꾸 안해주어서 그렇지요.) 책장을 넘겨 이야기를 읽다보니 표지의 장면이 나온 곳에서 만화처럼 말풍선을 넣어서 사람들에게 대화를 입혀주었더라구요. 어느 것 하나 소홀하지 않는 작가의 재치에 저도 놀랐답니다.
우리 아이도 먹어보지도 않은 떡볶이 (아, 궁중 떡볶이는 먹어봤네요) 주문을 다 하더라구요. 책에 나온 내용이랍니다. 떡볶이 일인분만 주세요. 라고 말입니다. 예사로 듣는것 같아도 책에 나온 내용을 어디선가 응용해 말하고 있는 아이를 보면 참 신통방통하단 생각이 들곤 한답니다.
작가의 상상력에서만 나왔다 하기엔 마을이 너무나 정교하답니다. 실제 어느 마을을 내려다본 모습이겠거니 했는데 2010년에 한강 근처 어느 동네의 모습을 그대로 그린 것이라 하네요. 실제 그 동네 사시는 분들은 어? 우리동네다 하고 한눈에 알아보실 수 있겠더라구요. 그만큼 정교하답니다. 세밀화가 아이들 어릴적에 보여주던 동식물 세밀화는 많이봐왔지만 이렇게 동네 모습을 재미나게 살려낸 세밀한 그림 또한 너무나 마음에 드네요. 엄마 머릿속에서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사실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아파트라 8층이긴 해도 내려다보이는 곳이 너무나 밋밋하기만 하답니다. 놀이터가 보이고,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이 보이고 이런게 전부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사람 살이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일반 주택.그 이야기를 들여다보니 엄마 어릴적생각도 나고 예전 살던 동네도 생각납니다. 아이는 아파트 생활만 해봐서 잘 모를 것이기에 할머니댁이 일반 주택이라 그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또 엄마 어릴적에 보던 흔들목마 할아버지도 너무 반가웠네요 요즘에도 다니실까요? 아파트에선 뵐수가 없어 말이지요.
옥상에서 강아지 똘이와 함께 동네를 내려다보던 한이가 똘이와 함께 동네 산책에 나섰습니다.
글은 짧지만 그림이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어서 하나하나 설명해주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답니다. 그래서일까요. 우리 아이 이 책을 너무 좋아해 매일매일 한이네 동네 이야기, 동네 이야기 등등 생각나는대로 부르며 이 책을 찾아 읽어달라 한답니다.
흔들 목마를 타려 했는데 그만 똘이가 어디론가 향해 달려가버렸어요. 똘이가 달려가는 곳을 바라보니 고양이들이 쓰레기봉투를 뒤지고 있었네요. 개들의 본능에 따라 질주하는 똘이. 그리고 대여섯살밖에 안되어 보이는 귀여운 한이가 똘이를 따라 찾아나서는 이야기가 주된 줄거리랍니다. 똘아 기다려~카메라 앵글이 화면을 줌인 했다가 줌 아웃했다가 하는 식으로 가까운 곳에서 똘이와 한이를 잡아내었다가 다시 먼 거리 초점에 맞춰서 위에서 내려다보는 구도로 그림을 그려내기도 합니다. 여기저기 박혀 있는 똘이와 한이를 찾아내는 것도 정말 쏠쏠한 재미네요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리처드 스캐리 그림책 시리즈 중에서도 그렇게 숨어있는 인물이나 그림 찾기 등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하거든요. 최근 보고 있는 코코몽 책도 그렇구요. 그래선지 똘이와 한이 찾기에 더욱 열심인 우리 아들이었징. 물론 워낙 작은 그림에서는 찾기 어려울 수 있겠지만 그래도 너무나 재미있어 하네요
똘이를 찾아 놀이터까지 나왔는데 분명 여기로 온 것 같은데 그새 보이지 않는 똘이.
어느덧 한이는 복잡한 시장골목에까지 들어서고맙니다.
아이 엄마라 그런지 혼자 그렇게 길을 헤메는 한이가 너무나 안타깝고 걱정이 되었네요. 똘이보다도 우리 아이같은 한이가 걱정되어 말이지요. 한이는 똘이 걱정과 길을 잃었단 생각에 울음을 터뜨리고 맙니다. 똘이 녀석은 용케 집에 찾아갔는데 말이예요.
맨 끝에 아이와 똘이가 한바퀴 돈 지도가 그려져 있어요. 우리 아이 그걸 보더니 갑자기 미로찾기라도 되는 양 색연필을 들고 열심히 따라그리며 똘이와 한이의 여행을 따라다니더라구요. 얼마나 열심이었는지 모른답니다.
동네 여러 곳곳을 잘 담아낸 책이었기에 소방서, 우체국, 분식집 , 성당 등 여러 모습들이 빼곡히 생동감 있게 담겨 있었어요.
아이가 너무 좋아하는 소방서도 보이길래, 집근처 가까운 곳에 간이 소방서가 있던 것이 생각나서, 우리 거기 한번 걸어가볼까? 하고 하필 가장 더웠던 어느 날 길을 나섰네요. 예전에 벼르기만 하고 가까워도 못 가본 곳이었는데 아이와 함께 더운날 걸으려니 꽤 오래 걸어간 느낌이었답니다. 그렇게 도착한 소방서에 다행히 소방차 한대가 있었어요. 아이도 신이 나서 가까이에서 구경하고 있는데 소방관 아저씨께서 나오셔서, 인사를 하시면서 아이에게 소방차 태워줄까? 하고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셨는데, 낯 가림 쟁이 우리 아들, 소방차 태워준다 했다고 울먹울먹합니다. 음, 좀더 자라면 얼싸 좋다 하고 타지 않았을까 싶은데 아직은 좀 어린가봅니다. 그렇게 소방차 구경까지 재미나게 하고 돌아온 마을 구경이었어요. 보통은 근처 아파트까지 크게 한바퀴 돌고 엄마 은행이나 가고 아이 아이스크림 하나 먹으면 동네 마실 끝이었는데 말이지요. 아이가 좋아할만한 소방차 보여주고 오니 엄마도 기분이 좋았답니다.
고단했는지 늦도록 쿨쿨 자고 있는 울 아이, 오늘도 아이와 즐거운 동네 마실에 나서볼까 합니다.
이 책을 보고 나니 엄마도 아이와 함께 하는 동네 마실이 더욱 즐거워졌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