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는 어떻게 태어났어요? 세용그림동화 9
산드라 프아로 쉐이프 글.그림, 안지은 옮김 / 세용출판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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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컨이 아기가 든 바구니를 물어 오고, 아니 황새였던가? 암튼 그런 이야기가 있고..
혹은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고도 하고.. 나라마다 어린 아이들에게 탄생의 비밀에 대해 둘러 말하는 이야기들이 각각 다르게 전해지는 것 같다. 다리밑에서 주워왔다고 하면 (특히 나보다 어린 동생이 그런 놀림을 많이 받곤 했는데) 아이들은 으레히 울면서 힘들어하곤 하였다. 요즘에는 그런 동화적인 이야기보다 어린 유아들에게도 제대로 된 성교육이 필요하다며 조금은 더 정확히 (그러나 너무 사실적이지는 않게) 동화를 통해 출생의 신비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추세인 것 같다. 42개월, 다섯살 우리 아들에게도 아직 성교육 동화를 읽어주지는 않았지만, 엄마의 두루뭉술한 답변이 좀 애매하기는 하였다.

아들이 너무나 좋아했던 외삼촌이 결혼을 앞두었을때,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외숙모를 낯설어하니 좀 친해졌으면 하는 바램에서, 이제 외삼촌과 외숙모가 결혼을 했으니 예쁜 아기가 태어날거야. (물론 결혼한 지금도 임신조차 하지 않았음에도, 너무 빠른 성급한 설명을 하고 말았다. ) 남자와 여자가 결혼을 하면 예쁜 아기가 태어나. 그러니 울 @@에게도 동생이 태어나는 거지. 하고 두어번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그래선지 아이는 외가에 있던 자기 장난감들을 부랴부랴 가방에 챙겨서 하나둘씩 다 갖고 우리집으로 와버렸다. 동생이 금방이라도 태어날 것 같았나보다.

나의 이 애매모호한 설명방식은 정말 큰 문제가 있긴 있는 것 같았다. 아, 그럼 도대체 어떻게 설명을 하면 좋을까
엄마, 나는 어떻게 태어났어요?
이 책의 저자는 프랑스 출신의 작가겸 일러스트레이터 산드라 프아로 쉐리프이다.

표지에서 보듯, 주요 등장인물들은 토끼이다. 그래서 웬지 친근하고 쉬운 이름일 것 같았는데, 예상 밖으로 주인공 토끼 부인은 크라코트 부인이라는 뭔가 어른스러우면서도 우아한 느낌의 이름을 갖고 있다. 게다가 토끼 부인의 표정과 몸짓 또한 딱 그에 걸맞았다.
멍하기 앉아 생각하는 크라코트 부인의 모습으로 책은 시작되었다. 혹시 임신을 한 걸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그 전 단계서부터 시작되는 과정이었다.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아기가 아니라, 아이가 갖고 싶다는 그 소중하고 간절한 바램서부터 시작해서, 아기를 갖기 위해 노력하는 부부의 사랑, 그리고 어렵사리 결실을 맺고 나서는 동네방네 소문내며 행복해하는 부부의 모습에까지.. 한 아이의 출생을 기다리는 부모의 행복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너무나 솔직하게 잘 보여주는 그런 그림들이었다. 프랑스의 생활과 우리나라의 모습이 너무나 흡사한데 웃음까지 머금어졌다. 아이가 생기지 않아 불안한 크라코트 부인의 눈과 귀에 포착된 시장 상인들의 각종 난무하는 유언비어들도 웃음이 났다. 농담같은데, 프랑스에선 정말 그런 루머가 존재하는 걸까? 아기를 갖고 싶으면 보름달이 떴을때 사랑을 나누어야 한다는 건 웬지 좀 낭만적인 느낌도 들었지만 자기전에 두발을 식초에 담가야 한다거나 카망베르 치즈를 많이 먹으면 아들을 낳는다는 등의 이야기는 한국인인 나의 시선으로 읽기엔 정말 유머로만 받아들여지는 부분이었기때문이었다. 그러나 분명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속설들, 돌하르방 코를 만지면 아들을 낳는다는 등의 속설이 분명 존재하는 걸 보면 아기에 대한 깊은 관심의 발로로 이해를 하면 될 것 같았다.

아이들에게 설명해줄, 가장 중요한 점, 아이가 어떻게 생기는지에 대해서 특히나 그냥 부부가 잠만 자면 아이가 생긴다. 이런 이야기보다
크라코트씨 부부는 해가 지면 방안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어요
밤이면서로 사랑을속삭이고, 매우 신비롭고 비밀스러운 포옹을 나누었어요. 라는 사랑이 충만한 표현으로 멋지게 그려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서도 아기를 갖게 되는 그 과정을 숭고하게 만든 작가의 표현력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를 갖고 나서 남편의 극진한 사랑을 받고 도움을 받으면서도 둘이서 툭닥거리기도 하고, 너무나 평범하면서도 일상적인 부부의 나날들이 그려졌다. 그렇게 아이들은 자신이 태어나기까지의 긴 과정을, 그리고 엄마 아빠의 긴 기다림의 시간을 지켜볼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 아이 또한 엄마 뱃 속에 자기가 있었다는 사실이 마냥 신기한지 내가 어디서 나왔어요? 하면서 엄마 품에 파고 들며 부비대곤 하였는데, 갑자기 또 동생을 낳아달라며, 잘 놀아주겠다 (이전까지만 해도 결사 반대하였던 동생을 말이다.) 말하는 것을 들으니 정말 동생을 낳아주어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아이가 다섯살이 된 동안, 뱃속에 열달동안 품고 있었던 그 숭고하고 소중했던 경험을 자꾸 잊은 느낌이었다.
'결심했어! 난 최고의 엄마가 될 거야!'
크라코트 부인의 마음은 아기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했어요.
크라코트 부인처럼 나도 그런 마음을 가진 때가 있었는데 말이다. 지금도 아이에 대한 사랑은 변함 없지만 아이만을 위해 살지 않는 지금의 내 모습을 보면 미안한 마음이 들때도 많았다.

이 책을 읽어주고 나니 우리 아이도 이제 엄마 아빠가 손만 잡고 자도 동생이 생긴다는 농담을 이제는 믿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아이가 생겨 행복하게 자라 엄마 아빠의 큰 사랑을 받고 자라고 있다는 것을, 자신이 그렇게 행복하고 귀한 존재로 태어났음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기를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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