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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빠는 언제 올까
김의숙 글.그림 / 장영(황제펭귄) / 2012년 4월
상상 속 친구를 귀엽게 그려낸 재미난 동화 이야기.
어릴 적 나는 상상하며 노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혼자만의 상상으로 그치지 않고, 사촌동생이나 친구들과 같이 이야기를 하며 놀이로 진행해서 놀기도 하였다. 상상은 주로 배경이나 물건 등을 창조해내는 것이었고, 인물까지 창조해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삼남매 중 둘째였기에 늘 같이 놀 누군가가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다섯살 우리 아들은 아직은 외동이다. 그리고 아직 유치원 등 기관을 다니지 않아 친구가 많지 않다. 동화책이나 육아 서적 등을 보면 아이들이 상상 친구 (한때 개그 코너에서 동수라 부르기도 했던)를 만들어내 실제와 혼동할 정도로 재미나게 놀기도 한다는데, 우리 아이가 그런 적은 없고, 다만 친구라기엔 좀 무서운 상대인 공룡이를 언급하기 시작한게 한두달 된 것 같다. 예전에는 책에서 공룡을 봐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는데 언젠가부터 공룡이가 무섭다, 공룡이는 이거 해? 이러면서 친구는 아닌데 좀 무서운 존재로 가상의 공룡이를 등장시키곤 하였다. 물론 여기서 그 공룡이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그 공룡 맞다. 그래서 이미 아주 오래전에 다 죽어서 실제론 존재하지 않아. 그러니 찾아올리도 없어 라고 대답해주어도 잠시라도 혼자 있을땐 공룡이가 와서 무서웠어.라고 대답하곤 한다.
이왕이면 공룡이처럼 무서운 친구 말고, 삐빠처럼 귀엽고 같이 놀고 싶은 친구가 오면 심심하지도 않고 좋을텐데 말이다.
책 속 주인공 아이는 혼자만의 비밀의 집을 지어놓고 상상 속 친구 삐빠를 기다린다.
그림 책 속의 삐빠는 강아지 같기도 하고, 누구라 말하기 곤란한 그러면서도 참 귀여운 형상을 하고 있다.
삐빠가 오면 무얼 하고 놀까? 삐빠는 무얼 좋아할까? 맛있는 요리를 해줄까? 씻는 것은 나처럼 싫어할까? 등등, 잘 모르는 삐빠에 대한 궁금증이 너무나 많다.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아이들에게는 무의미한 것일수 있다. 상상하는 그 순간만큼은 엄연히 아이에게 실제하는 그 순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무서운 괴물로부터 나를 지켜줄 용기가 있는 삐빠, 같이 재미난 곳 놀러다니고 즐겁게 웃을 수 있는 삐빠, 그런 삐빠를 마냥 기다리고 있는 아이가 사랑스럽기만 하였다.
처음에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삐빠가 누군지 물어보면 뭐라고 답하지? 애매하겠네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리 아이도 이 책을 읽어주니 좀만 더 자랐어도 삐빠가 뭐야? 하며 좀더 구체적인 것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텐데, 그냥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친구로 받아들이는 그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내가 때가 많이 뭍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삐빠는 삐빠인거다. 아이는 재미나게 책을 읽고 금새 또 삐빠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