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고전강독 1 -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에게 최고의 인생을 묻다 공병호의 고전강독 1
공병호 지음 / 해냄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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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란 무엇인가.

많은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책이라는 것은, 기실 내가 주로 읽고 있는 소설, 에세이 등의 문학작품에 국한된 것이 아닐 것이다. 그보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인문 고전을 두루 섭렵하고, 정독하는 것이 인생의 지혜를 배우고, 생각을 트이게 만드는 데는 훨씬 빠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전이라는 장르에 쉽게 손이 가질 않았다.

 

저자의 말대로, 고전이란 충분히 시간을 내어 본문을 읽는 것 외에 깊이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고,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까지 머릿속에 쉽게 들어올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러저러한 핑계로 나는 고전을 멀리해왔다.

그러던 내가 고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강제적으로라도 고전을 읽고 자란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훨씬 더 학업적 성취도 높고, 그런 기본적인 것들이 모두 고전 읽기에서 시작되었다는 내용의 어느 책을 읽고 나서였다. 입에 단 재미난 책을 읽는 현재의 나의 모습보다, 당장은 읽기 힘들더라도 결국 내 인생을 윤택하게 해줄 그런 책을 읽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서툴게나마 동양 고전인 사기와 논어 등을 조금씩 펼치기 시작했다.

 

아내가 20년 넘도록 다진 직장을 그만두고 잠시 쉬게 되었을 때다. 문득 아내에게 말했다.

"생계에 대한 부담없이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으니 이제부터 고전 읽기를 해보면 어때요?" 나는 시간을 낼 수 없어 어쩔수 없지만 아내라도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귀한 것을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내 바람대로 아내는 두 말 않고 고전을 읽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소크라테스의 변론, 크리톤, 파이돈,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등을 시작으로 매일 저녁 밥상에서 나는 아내가 읽은 각종 서양 고전의 후기를 듣게 되었다. 주옥 같은 인생의 지혜들을 들으면서 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마음을 굳혔다. 6p 시작하는 글

 

이 책을 읽게 된데에는 공병호라는 저자의 이름이 강하게 작용했다. 90여권이 넘는 수많은 저서들을 낸 스스로도 유명한 엄청난 다독가이면서, 자기계발 분야의 저자분이시지만, 정작 이 분의 책을 여태 제대로 읽은 적이 없다는 생각에 고전 강독에 대한 두 권의 신간을 내었단 소식을 접하니 고전에 대한 책으로 공병호님의 글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최근 들기 시작한 고전에 대한 관심과 맞물리기도 하였다.

본인 역시 청소년기와 대학생 시절에 고전을 읽고는 싶었어도 시험 위주의 짜여진 시간때문에 따로 빼낼 시간이 부족했음을 아쉬워하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독서와 저술활동, 그리고 사회 생활 후 본격적으로 스스로 고전에 심취하게 된 시기를 오십 이후라 이야기하였다.

자신보다 먼저 아내에게 고전 읽기를 권하며 가장 귀한 것이라 표현한 것은 고전에 대한 그의 확고한 믿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무엇을 하든 핵심이나 본질을 꿰뚫으면 만사가 훤히 보인다. 소크라테스는 바로 그것을 늘 찾으면서 살았던 사람이다. 철학을 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고전을 읽어야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170p 

 

이 책은 스스로는 한권의 저서도 남기지 않은 소크라테스를 영원히 사는 사람으로 만든 그의 제자 플라톤의 저술들을 통해 우리에게 소크라테스를 만나게 해주는 그런 안내서이다. 그러면서 소크라테스의 대화와 그 안에 깃든 심오한 철학들을 고전 그대로는 이해하기 힘들 나같은 독자들을 위해 자신의 인생 경험, 그리고 현대를 살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사례들을 들어가면서 보다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 글들이다.

 

육체의 무지로부터 풀려날 때 우리는 순수하게 될 것이며, 순수한 것과 사귈 것이며, 스스로 도처에서 밝은 빛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빛은 바로 진리의 빛이다. pp. 104~105  파이돈 , 본문 227p

 

너무나 귀에 익었던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등의 철학자들에 대해서 교과서에 나온 그 이상의 것들에 대해서는 도무지 아는 바가 없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아마 정규 교육과정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 그런 정도의 얄팍한 지식 밖에는 남아있지 않던 내게 소크라테스를 제대로 알 수 있게 해주는 이야기를 소크라테스가 예지몽을 통해 백조로 미리 만난 플라톤의 저술들을 통해 만날 수 있었다. 다수의 오판에 밀려 억울한 죽음을 당해야했으나 스스로 그 죽음에 당당할 수 있었던 소크라테스의 신념과 철학에 대한 많은 대화들은 육체로부터 자유로워지기 힘든 나에게 2500여년전부터도 스스로 당당했고 끝까지 정의로웠던 소크라테스를 다시 한번 생각케 하는 글이 되었다.

 

나에게 소크라테스와 식사할 기회를 준다면 애플이 가진 모든 기술을 그 식사와 바꾸겠다. 라고 한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기술의 최첨단에 서 있던 천재마저 감복시킬 만큼 위대한 철학자를 당대에는 인정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묘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37p

소크라테스를 죽음으로 내몬 다수의 무지몽매함에 대해 저자는 개개인은 논리적일 수 있지만 집단을 그렇지 않을 수 있다라는 세르주 모스코비치의 말을 인용하며, 현대에서도 벌어지는 수많은 대중들의 마녀사냥이 2500년전에도 일어났음을 언급하였다. 소신을 갖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조차 대중의 이야기를 소크라테스처럼 반박하고 자신의 죽음까지 불사하며 끝까지 정의로운 생각을 굽히지 않기란 힘들 것이다. 사실 이 책을 통해 그에 대해 제대로 알았다 말하기는 힘들고, 다만 그를 바로 알게 되었다는 정도로 이해할 수 있지만, 본문을 바로 읽기 전에 현대인의 입장에서 이보다 더 가깝게 느낄 풀이서를 만나기도 쉽지 않겠다라는 마음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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